[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심청은 시각이 급하니 어서 바삐 물에 들라.”
심청이 거동 보소. 두 손을 합장하고 일어나서 하느님 전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 전에 비나이다. 심청이 죽는 일은 추호라도 섧지 아니하여도, 병든 아버지 깊은 한을 생전에 풀려 하고 이 죽음을 당하오니 명천(明天)은 감동하사 어두운 아비 눈을 밝게 띄워 주옵소서.”
눈물지며 하는 말이,
“여러 선인님네 평안히 가옵시고 억십만 금 이문 남겨 이 물가를 지나거든 나의 혼백 불러내어 물밥이나 주시오.”
하며 안색을 변치 않고 뱃전에 나서 보니 티 없이 푸른 물은 ‘월러렁 콸넝’ 뒤둥구리 구비쳐서 물거품 북적찌데한데, ㉠심청이 기가 막혀 뒤로 벌떡 주저앉아 뱃전을 다시 잡고 기절하여 엎딘 양은 차마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심청이 다시 정신 차려 할 수 없어 일어나서 온몸을 잔뜩 끼고 치마폭을 뒤집어쓰고, 종종걸음으로 물러섰다 바닷속에 몸을 던지며,
“애고 애고, 아버지 나는 죽소.”
뱃전에 한 발이 지칫하며 거꾸로 풍덩 빠져 놓으니, 꽃 같은 몸이 풍랑에 휩쓸리고 밝은 달이 물속에 잠기어 너른 바다 속에 곡식 낱이 빠진 것 같았다. 새는 날 기운같이 물결은 잔잔하고 광풍은 삭아지며 안개 자욱하여 가는 구름 머물렀고, 맑은 하늘 푸른 안개 새는 날 동방처럼 날씨 명랑했다. 도사공 하는 말이,
“고사를 지낸 후에 날씨가 순통하니 심 낭자 덕 아니신가?”
좌중이 같은 생각이라 고사를 마치고,
㉡“술 한잔씩 먹고 담배 한대씩 먹고 행선함세.” / “어, 그리 함세.”
‘어기야 어기야’ 뱃노래 한 곡조에 삼승 돛을 채어 양쪽에 갈라 달고 남경으로 들어갈 제, 와룡수 여울물에 쏘아 놓은 살대같이, 기러기 다리에 전한 편지 북해 상에 기별같이 순식간에 남경으로 다다랐다.
이때 심 낭자는 너른 바다에 몸이 들어 죽은 줄로 알았는데, 무지개 영롱하고 향내가 코를 찌르더니, 맑은 피리 소리 은근히 들리기에 몸을 머물러 주저할 제, 옥황상제 하교하사 인당수 용왕과 사해용왕 지부왕에게 일일이 명을 내리셨다.
㉢“내일 출천(出天) 효녀 심청이가 그곳에 갈 것이니 몸에 물 한 점 묻지 않게 할 것이며, 만일 모시기를 실수하면 사해용왕은 천벌을 주고 지부왕은 파문을 내릴 것이니, 수정궁으로 모셔 들여 3년 받들고 단장하여 세상으로 돌려보내라.”
명이 내리니 사해용왕과 지부왕이 모두 다 놀라 두려워하며, 무수한 바다의 장군과 군사들이 모여들 제, 원참군 별주부, 승지 도미, 빈랑 낙지, 감찰왕 잉어며, 수찬 송어와 한림 붕어, 수문장 메기, 청령사령 자가사리, 승지 북어, 삼치 갈치 앙금 방게 수군 백관과 백만 물고기 병사며, 무수한 선녀들은 백옥 가마를 마련하여 그때를 기다리니, 과연 옥 같은 심 낭자가 물로 뛰어들기에 선녀들이 받들어 가마에 올렸다. 심 낭자 정신을 차려 하는 말이,
“속세의 비천한 인간으로 어찌 용궁의 가마를 타오리까?”
하니 여러 선녀들이 여쭙기를,
“옥황상제의 분부가 지엄하시어 만일 타시지 아니하시면 우리 용왕이 죄를 면치 못하실 것이니 사양치 마시고 타옵소서.”
심 낭자가 그제야 마지못하여 가마 위에 높이 앉으니 팔선녀가 가마를 메고 여섯 용은 곁에서 모시고, 바다의 장군과 군사들이 좌우로 호위하며 청학 탄 두 동자는 앞길을 인도하여 바닷물에 길 만들고 풍악으로 들어갔다. 이때 천상 신선과 선녀들이 심 소저를 보려고 늘어섰는데, 태을선녀는 학을 타고, 적송자는 구름 타고, 사자 탄 갈선옹과 청의동자 백의동자, 쌍쌍 시비 취적선과, 월궁항아 서왕모며 마고선녀 낙포선녀와 남악부인의 팔선녀 다 모였는데, 고운 복색 좋은 패물 향기도 이상하며 풍악이 앞서 간다. 왕자진의 봉피리며 곽처사의 죽장구며 성연자의 거문고와 장자방의 옥퉁소며 혜강의 해금이며 완적의 휘파람, 적타 고취 옹적하며 <능파사> <보허사>며 <우의곡> <채련곡>을 곁들여 노래하니 풍류 소리 수궁에 진동한다.
(중략)
전하루는 광한전 옥진 부인이 오신다 하니 수궁이 뒤눕는 듯, 용왕이 겁을 내어 사방이 분주하였다. 원래 이 부인은 심 봉사의 처 곽씨 부인이 죽어 광한전 옥진 부인이 되어 있었는데, 그 딸 심 소저가 수중에 왔단 말을 듣고 상제께 말미를 얻어 모녀 상면하려 하고 오는 길이었다. 심 소저는 뉘신 줄을 모르고 멀리 서서 바라볼 따름인데, 무지개 어린 오색 가마를 옥기린에 높이 싣고, 벽도화 단계화를 좌우에 벌여 꽂고, 각궁 시녀들은 곁에서 모시고 청학 백학들은 앞길을 인도하고 봉황은 춤을 추고 앵무는 벌여 섰는데, 보던 바 처음이었다. 이윽고 가마에 내려 섬뜰에 올라서며,
“내 딸 심청아!”
하니 부르는 소리에 어머니인 줄 알고 왈칵 뛰어 나서며,
“어머니 어머니, 나를 낳고 초칠일 안에 죽었으니 지금까지 15년을 얼굴도 모르오니 천지간 한없이 깊은 한이 갤 날이 없었습니다. 오늘날 이곳에 와서 어머니와 다시 만날 줄을 알아서 ㉣오는 날 아버지 앞에서 이 말씀을 여쭈었더라면, 날 보내고 설운 마음 적이 위로했을 것을……. 우리 모녀는 서로 만나 보니 좋지마는 외로우신 아버님은 뉘를 보고 반기시겠습니까? 아버지 생각이 새롭군요.”
부인이 울며 말하기를,
“나는 죽어 귀히 되어 인간 생각 아득하다. 너의 아버지 너를 키워 서로 의지하였다가 너조차 이별하니 너 오던 날 그 모습이 오죽하랴. 내가 너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야 너의 아버지 너를 잃은 설움에다 비길쏘냐? 너의 아버지 가난에 절어 그 모습이 어떠하며 아마도 많이 늙었겠구나. 그간 수십 년에 재혼이나 하였으며, 뒷마을 귀덕 어미 네게 극진하지 않더냐.”
얼굴도 대어 보고 손발도 만져 보며,
“귀와 목이 희니 너의 아버지 같기도 하다. 손과 발이 고운 것은 어찌 아니 내 딸이랴. 내 끼던 [옥지환]도 네가 지금 가졌으며, ‘수복강녕’, ‘태평안락’ 양 편에 새긴 돈 붉은 주머니 청홍당사 벌매듭도, 애고, 네가 찼구나. 아버지 이별하고 어미를 다시 보니 두 가지 다 온전하기 어려운 건 인간 고락이라. 그러나 ㉤오늘 나를 다시 이별하고 너의 아버지를 다시 만날 줄을 네가 어찌 알겠느냐? 광한전 맡은 일이 너무도 분주해서 오래 비워 두기 어렵기로 다시금 이별하니 애통하고 딱하다만, 내 맘대로 못 하니 한탄한들 어이할쏘냐? 후에라도 다시 만나 즐길 날이 있으리라.”
하고 떨치고 일어서니, 소저 만류하지 못하고 따를 길이 없어 울며 하직하고 수정궁에 머물렀다.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건에 대한 서술자의 주관적 진술이 나타나 있다.
② 심리 묘사를 통해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③ 여러 대상을 나열하여 장면을 다채롭게 보여 주고 있다.
④ 비유적 표현을 통해 장면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⑤ 초월적 인물의 개입으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02. 윗글의 [옥지환]과 [보기]의 [칼 도막]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맏아들 유리는 소나무 기둥 밑에서 [칼 도막]을 찾아 들고 졸본으로 가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 주몽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나머지 칼 도막과 유리가 가져온 도막을 맞춰 보고 비로소 유리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 유리를 태자(太子)로 삼았다.
① 등장인물의 운명을 암시하는 소재이다.
②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도구이다.
③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게 하는 도구이다.
④ 등장인물의 신분적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다.
⑤ 등장인물의 행위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지닌 대상이다.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죽음을 두려워하는 심청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난다.
② ㉡:심청을 동정하지 않는 뱃사람의 비정함이 나타나 있다.
③ ㉢:효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④ ㉣:아버지를 생각하는 심청의 마음이 담겨 있다.
⑤ ㉤:심청이 아버지를 다시 만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작자 미상,「심청전」
01 ② 02 ③ 03 ②
해제 ㅣ 이 작품은 판소리 열두 마당 중 하나인「심청가」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로 유교적 관념인 ‘효(孝)’와 ‘인과응보(因果應 報)’ 사상을 주제 의식으로 하고 있다.「효녀 지은 설화」,「거타지 설화」,「인신공희 설화」등을 근원 설화로 하여 적층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는 현실 세계를 중심으로 눈먼 아버지를 봉양하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의 ‘효심’을 강조하고 있다. 후반부는 용궁이라는 환상의 공간에서의 재생과, 현실계에서 이룬 효로 인해 얻게 되는 신분의 상승, 심 봉사의 개안, 그리고 아버지와의 재회 등을 통해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주제 의식을 전달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유교 윤리를 주제 의식으로 보여 주고는 있으나 몽운사 화주승이나 뺑덕 어멈의 모습 등을 통해 그 이면에 자리 잡은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에 대한 민중의 비판 의식 또한 내포하고 있어 민중 문학으로서의 성격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제 ㅣ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 인과응보(因果應報)
전체 줄거리 ㅣ 송나라 말년 황주 도화동이란 곳에 심학규라는 봉사가 곽씨 부인과 살고 있었다. 곽씨 부인은 심청을 낳은 후 7일 만에 죽고 만다. 심청은 건강하게 자라나 아버지를 극진히 공양한다. 어느 날 늦게 귀가하는 심청을 찾아 나선 심 봉사는 실족하여 그만 웅덩이에 빠지는 봉변을 당한다. 이때 마침 몽운사 화주승이 그를 구해 주고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고 하자, 심 봉사 는 시주하겠노라고 서약하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것을 알게 된 심청은 남경 상인들에게 자신의 몸을 팔고 그 대가로 받은 공양미 삼백 석을 몽운사에 시주한다. 행선 날이 되어서야 심청이 아버지에게 사실을 고하며 하직 인사를 하자 심 봉사는 실신한다. 남경 상인들의 배를 탄 심청은 인당수에 뛰어든다. 바닷속에서 심청은 용궁으로 모셔지며 후한 대접을 받고 연꽃 속에 들어가 다시 인간계로 돌아온다. 남경 상인들은 바다에 떠 있는 연꽃을 이상히 여겨 천자에게 바친다. 천자는 연꽃 속에서 나온 심청을 아내로 맞이하고, 황후가 된 심청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맹인 잔치를 벌인다. 심청이 떠나고 난 뒤 뺑덕 어미와 같이 살던 심 봉사는 잔치 소문을 듣고 황성으로 상경한다. 심 봉사는 도중에 뺑덕 어미의 농간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맹인 잔치에 참석하여 황후가 된 심청과 해후하고 눈을 뜬다.
내용 구조도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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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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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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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짐. |
효성에 따른 귀한 대접을 받고 어머니를 만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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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 ‘인과응보(因果應報)’
01 서술상 특징 파악 ②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은 내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지 않으며 인물의 심리에 대한 묘사 또한 나타나 있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차마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 서술자가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고 있다.
③ 별주부, 도미, 낙지 등 바닷속 생물들을 나열하고, 태을선녀, 적송자, 갈선옹 등 선계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심청을 맞는 용궁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④ ‘꽃 같은 몸’, ‘새는 날 기운같이’, ‘쏘아 놓은 살대같이’, ‘옥 같은’ 등 비유적 표현을 통해 장면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⑤ 인당수에 빠져 죽을 운명이었던 심청이 옥황상제와 용왕이라는 초월적 인물에 의해 구출되어 출천 효녀로 극진히 대접받고, 어머니를 상봉하는 등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 환되고 있다.
02 소재의 기능 파악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글에서 심청 모는 심청의 귀와 목이 아버지를 닮은 것과 손과 발이 고운 것, 그리고 자신이 끼던 옥지환과 벌매듭을 가지고 있는 것 등을 통해 심청이 자신의 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으며, [보기]에서 주몽은 유리가 가져온 칼 도막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칼 도막을 맞춰 봄으로써 유리가 자신의 아들임을 확인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옥지환과 칼 도막은 모두 등장인물의 운명을 암시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
② 이 글과 [보기]에서 옥지환과 칼 도막을 사이에 둔 심청 모와 심청, 주몽과 유리는 기본적으로 갈등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둘을 갈등 해소의 도구로 보는 것은 적절 하지 않다.
④ 유리는 칼 도막을 통해 태자가 되고, 결국 왕에 올랐으므로 칼 도막은 신분적 상승을 가능하게 한 도구로도 볼 수 있지만 옥지환은 단지 심청 모가 심청이 자신의 딸임을 확신하는 도구로만 기능하고 있다.
⑤ 옥지환은 심청 모가 죽으며 심청에게 남긴 유물일 뿐이고, 칼 도막은 유리의 신분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심청과 유리 의 행동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03 작품의 내용 파악 ②
섬세한 읽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이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앞뒤의 맥락을 보면 뱃사람들은 날씨가 좋아진 것을 심청의 덕으로 돌릴 만큼 인정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므로, 술과 담배를 취함은 행선을 위한 단순한 휴식일 뿐 그들의 비정한 성격을 드러낸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심청이가 빨리 물에 뛰어들지 못하고 주저앉아 뱃전을 잡고 기절하는 모양은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 죽음을 선택했지만 막상 죽음을 앞에 두고는 두려움에 떠는 심청의 인간적 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③ 옥황상제가 심청의 몸에 물 한 점 묻지 않게 하라고 엄명하는 것은 심청이 ‘출천 효녀’이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효를 중시하는 당대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다.
④ 어머니를 만나 기쁜 상황에서 혼자 된 아버지를 떠올리며 걱정하는 것을 통해 아버지를 향한 심청의 효심을 짐작할 수 있다.
⑤ 심청의 어머니가 ‘아버지 이별하고 어미를 다시 보니 두 가지 다 온전하기 어려운 건 인간 고락이라’고 한 말을 고려해 보면 ㉤은 결국 어머니와 이별한 심청이 후에 아버지를 다시 만날 것임을 암시하는 기능을 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