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행여 ㉠일출을 보지 못할까 노심초사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가끔 영재*를 불러 사공더러 물으라 하니, 내일은 일출을 쾌히 보시리라 한다 하되, 마음에 미덥지 아니하여 초초하더니, 먼데 닭이 울며 연하여 잦으니, 기생과 비복을 마구 흔들어 어서 일어나라 하니, 밖에 급창(及唱)이 와, 관청 감관이 다 아직 너무 이르니 떠나지 못하시리라 한다 하되, 곧이 아니 듣고 발발이 재촉하여 떡국을 쑤었으되 아니 먹고 바삐 귀경대*에 오르니, 달빛이 사면에 조요하니* 바다가 어젯밤보다 희기 더하고 광풍이 대작하여 사람의 뼈에 사무치고 물결치는 소리 산악이 움직이며 별빛이 말똥말똥하여 동편에 차례로 있어 새기는 멀었고, 자는 아이를 급히 깨워 왔기 추워 날치며, 기생과 비복이 다 이를 두드려 떠니, 사군이 소리하여 혼동하여 가로되,
“상(常)없이* 일찍이 와 아이와 실내(室內)* 다 큰 병이 나게 하였다.”
하고 소리하여 걱정하니, 내 마음이 불안하여 한 소리를 하지 못하고, 감히 추워하는 눈치를 하지 못하고 죽은 듯이 앉았으되, 날이 샐 가망이 없으니 연하여 영재를 불러, 동이 트느냐 물으니, 아직 멀기로 연하여 대답하고, 물 치는 소리 천지진동하여 한풍(寒風) 끼치기 더욱 심하고, 좌우 시인(侍人)이 고개를 기울여 입을 가슴에 박고 추워하더니, 매우 시간이 지난 후 동편의 성수(星宿)가 드물어 월색이 차차 엷어지며 홍색이 분명하니, 소리하여 시원함을 부르고 가마 밖에 나서니, 좌우 비복과 기생들이 옹위하여 보기를 졸이더니,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편 길게 뻗쳤으니, 진홍대단(眞紅大緞)* 여러 필을 물 위에 펼친 듯, 만경창파가 일시에 붉어 하늘에 자욱하고, 노하는 물결 소리 더욱 장하며, 홍전(紅氈)* 같은 물빛이 황홀하여 수색이 조요하니, 차마 끔찍하더라.
붉은 빛이 더욱 붉으니, 마주 선 사람의 낯과 옷이 다 붉더라. 물이 굽이쳐 올려 치니, 밤에 물 치는 굽이는 옥같이 희더니, 지금은 물굽이는 붉기 홍옥(紅玉)* 같아서 하늘에 닿았으니, 장관을 이를 것이 없더라.
붉은 기운이 퍼져 하늘과 물이 다 조요하되 해 아니 나니, 기생들이 손을 두드려 소리하여 애달파 가로되,
“이제는 해 다 돋아 저 속에 들었으니, 저 붉은 기운이 다 푸르러 구름이 되리라.”
혼공하니, 낙막(落寞)하여* 그저 돌아가려 하니, 사군과 숙씨*가,
“그렇지 않아, 이제 보리라.”
하시되, 이랑이·차섬이 냉소하여 이르되,
“소인 등이 이번뿐 아니라 자주 보았사오니, 어찌 모르리이까? 마누라님 큰 병환 나실 것이니 어서 가압사이다.”
하거늘, 가마 속에 들어앉으니, 봉의 어미 악써 가로되,
“하인들이 다 말하되, 이제 해 나오리라 하는데, 어찌 가시려 하시오. 기생 아이들은 철모르고 지레 이렇게 구는 것이외다.”
이랑이 박장하여 가로되,
“그것들은 전혀 모르고 한 말이니 곧이듣지 말라.”하거늘,
“돌아 사공더러 물으라.”하니 사공이,
“오늘 일출이 유명하리란다.”
하거늘 내 도로 나서니, 차섬이·보배는 내 가마에 드는 상(相) 보고 먼저 가고 계집종 셋이 먼저 갔더라.
홍색이 거룩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을 뛰놀더니, 이랑이 소리를 높이 하여 나를 불러, 저기 물 밑을 보라 외치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 밑 홍운(紅雲)을 헤치고 큰 실오라기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하며, 기운이 진홍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너비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위로 작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가 호박(琥珀) 구슬 같고, 맑고 통랑(通朋)하기는 호박보다 더 곱더라.
그 붉은 위로 흘흘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 반 장 너비만큼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이 온 바다에 끼치며, 먼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시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주하며 항아리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로 뛰놀 며, 황홀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질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하여 첫 홍색을 헤치고 천중(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레바퀴 같아서 물속으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의 혀처럼 드리워 물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더라. 일색(日色)이 조요하며 물결의 붉은 기운이 차차 가시며 일광이 청랑하니, 만고천하에 그런 장관은 대두(對頭)할 데 없을 듯하더라.
짐작에, 처음 백지 반 장만큼 붉은 기운은 그 속에서 해 장차 나려 하고 물이 우러나서 그리 붉고, 그 회오리밤 같은 것은 짐짓 일색을 빻아 내니 우린 기운이 차차 가시며, 독 같고 항아리 같은 것은 일색이 모질게 고운 고로, 보는 사람의 안력(眼力)이 황홀하여 도무지 헛기운인 듯싶더라.
차섬이·보배는 내 교중*에 드니, 먼저 가는 듯하더니 도로 왔던 양하여, 묘시(卯時)* 보심을 하례하고, 이랑이 손을 두드려, ‘보시도다’하여 즐겨 하더라. 장관을 쯘더이* 하고 오려 할새, 촌녀들이 작별 운집(作別雲集)하여 와서 보며, 손을 비비어 무엇 달라 하니, 돈냥인지 주어 나누어 먹으라 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쯘덥기* 중보(重寶)를 얻은 듯하더라.
*영재: 글쓴이의 시중드는 사람의 이름.
*귀경대: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대(臺)의 이름.
*조요하니: 밝게 비쳐서 빛나니.
*상없이: 분별없이.
*실내: 남의 아내를 일컫는 말. 여기서는 글쓴이를 가리킴.
*진홍대단: 짙붉은 비단.
*홍전: 붉은색의 모직물.
*홍옥: 루비.
*낙막하여: 마음이 쓸쓸하여.
*숙씨: 시아주버님.
*교중: 가마 안에.
*묘시: 오전 다섯 시에서 일곱 시까지.
*쯘더이: 실컷.
*쯘덥기: 즐겁기가.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② 세밀한 관찰로 경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③ 비유를 통해 대상의 특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④ 자연의 모습을 인간의 삶과 비교하며 드러내고 있다.
⑤ 인물들의 대화를 제시하여 상황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02. ㉠에 대한 인물들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군과 숙씨는 붉은 기운 속에 해가 돋았다고 실망하며 일출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② 이랑이와 차섬이는 이미 해가 다 떴다고 여기며 일출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③ 봉의 어미는 기생 아이들이 철없이 군다고 하며 일출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④ 하인들은 이제 곧 해가 나올 것이라고 하며 일출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⑤ 사공은 일출이 매우 훌륭할 것이라고 예견하며 일출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03. 일출 과정을 [보기]처럼 파악할 때 ⓐ~ⓒ에 들어갈 내용으로 바르게 묶인 것은?
[보기]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의유당 의령 남씨, 「동명일기」
01 ④ 02 ① 03 ①
해제 ㅣ『관북유람일기』는 구체적인 묘사와 아름다운 표현, 생동하는 감정 등이 담겨 있는 조선 시대의 뛰어난 여류 수필로서, 작가인 의유당 의령 남씨가 함흥 판관으로 부임한 남편 신대손을 따라 함흥 근처를 유람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함흥부 내의 명승인 ‘낙민루’, ‘북산루’와 귀경대에서 월출과 일출을 구경한「동명일기」, 김득신 등 10명의 일화를 기록한「춘일소흥」, 평양의 영명사 득월루를 중수할 때 지은「영명사득월루상량문」등이 실려 있다. 이 중「춘일 소흥」과「영명사득월루상량문」은 관북을 유람한 기록이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함께 실려 있다. 특히「동명일기」는『관북유람일기』의 백미로서 조선 시대의 매우 특별하고 예외적인 기행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교적 사회 지배 원리가 강화되었던 조선 후기에 여성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남성들처럼 자연을 구경하기 위한 개인적인 욕구로 인해 여행을 떠나고 이러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여성 여행 체험 문학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것이다. 특히 당시 대부분의 남성 작가들이 성리학적 세계관을 토대로 자연을 통해 이상적인 도를 찾으려 했던 것에 비해 의령 남씨는 성리학적 세계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유람 과정에서 보고 느낀 자연 경관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당시 조선 후기 여성들은 내면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안으로 감추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으나 의령 남씨는 여행의 허락을 남편에게 청하는 모습부터 이러한 규범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 또는 직접적으로 자유롭게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솔직하고 사실적이며 구체적인 여행 기록은 조선 시대 남성 기행 문학과 크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주제 ㅣ 귀경대에서 본 일출의 장관
구성 ㅣ
해돋이의 과정 묘사
월색이 사라지면서 홍색이 나타남.
바다가 진홍대단을 펼친 듯 화려함.
마주 선 사람조차 붉고, 물굽이는 홍옥 같음.
기운만 퍼졌지 금방 나타나지 않음.
뛰노는 홍색이 그믐밤의 숯불 빛 같고 호박 구슬보다 고움.
큰 쟁반만 하더니 수레바퀴같이 올라붙음.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곁에 비추던 것이 소 혀처럼 빠지는 듯함.
헛기운 같음.
01 서술상 특징 파악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일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는 있으나 인간의 삶과 비교하는 부분은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해가 돋는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하고 있으므로 적절하다.
②, ③ ‘저기 물밑을 보라 외치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밑 홍운을 헤치고 큰 실오라기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하며, 기운이 진홍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너비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위로 작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가 호박 구슬 같고, 맑고 통랑하기는 호박보다 더 곱더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⑤ 일출과 관련된 인물들의 대화를 직간접적으로 상세히 제시 하여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이고 극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02 감상의 적절성 평가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제는 해 다 돋아 저 속에 들었으니, 저 붉은 기운이 다 푸르러 구름이 되리라.”/ 혼공하니, 낙막하여 그저 돌아가려 하니, 사군과 숙씨가, /“그렇지 않아, 이제 보리라.”/ 하시되,’에서 사군과 숙씨는 기생들이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할 때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이랑이·차섬이 냉소하여 이르되, /“소인 등이 이번뿐 아니라 자주 보았사오니, 어찌 모르리이까? 마누라님 큰 병환 나실 것이니 어서 가압사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③ ‘봉의 어미 악써 가로되, /“하인들이 다 말하되, 이제 해 나 오리라 하는데, 어찌 가시려 하시오. 기생 아이들은 철 모르고 지레 이렇게 구는 것이외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④ ‘하인들이 다 말하되, 이제 해 나오리라 하는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⑤ ‘사공이, /“오늘 일출이 유명하리란다.”/ 하거늘’에서 확 인할 수 있다.
03 작품의 내용 파악 ①
일출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여 해의 모습과 그 주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장면을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이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는 ‘기운이 진홍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너비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위로 작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가 호박 구슬 같고, 맑고 통랑하기는 호박보다 더 곱더라.’에서 확인할 수 있고, ⓑ는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 반 장 너비만큼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는 ‘붉은 기운이 명랑하여 첫 홍색을 헤치고 천중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레바퀴 같아서 물속으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의 혀처럼 드리워 물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더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