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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고전/극/수필

[2014 EBS 수능특강 B] - 실전 모의고사 2회 - ‘조신(調信)의 꿈’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3.01|조회수3,063 목록 댓글 0

[40~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옛날 신라가 서울이었을 때 세규사(世逵寺)의 장원(莊園)*이 명주(溟洲)* 날리군(捺李郡)*에 있었는데, 본사(本寺)에서 중 조신을 보내서 장원을 맡아 관리하게 했다.

조신이 장원에 와서 태수 김흔의 딸을 좋아해서 아주 반하게 되었다. 여러 번 낙산사(洛山寺) 관음보살 앞에 가서 남몰래 그 여인과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 이로부터 몇 해 동안에 그 여인에게는 이미 배필이 생겼다. 그는 또 불당 앞에 가서, 관음보살이 자기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며 날이 저물도록 슬피 울다가 생각하는 마음에 지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꿈속에 갑자기 김 씨 낭자가 기쁜 낯빛을 하고 문으로 들어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일찍부터 스님을 잠깐 뵙고 알게 되어 마음속으로 사랑해서 잠시도 잊지 못했으나 부모의 명령에 못 이겨 억지로 딴 사람에게로 시집갔다가 이제 부부가 되기를 원해서 왔습니다.”

이에 조신은 매우 기뻐하여 그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녀와 사십여 년 간 같이 살면서 자녀 다섯을 두었다. 집은 다만 네 벽뿐이고, 좋지 못한 음식마저도 계속해 갈 수가 없었고, 마침내 꼴이 말이 아니어서 식구들을 이끌고 사방으로 다니면서 얻어먹고 지냈다. 이렇게 십 년 동안 초야로 두루 다니니 옷은 여러 조각으로 찢어져 몸도 가릴 수가 없었다. 마침 명주 해현령(蟹縣嶺)을 지날 때 십오 세 되는 큰아이가 갑자기 굶어 죽어 통곡하면서 길가에 묻었다. 남은 네 아이를 데리고 그들 내외는 우곡현(羽曲縣)에 이르러 길가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이제 내외는 늙고 병들었다. 게다가 굶주려서 일어나지도 못하니, 십 세 된 계집아이가 밥을 빌어다 먹는데, 다니다가 마을 개에게 물렸다. 아픈 것을 부르짖으면서 앞에 와서 누웠으니 부모도 목이 메어 눈물을 흘렸다.

부인이 눈물을 씻더니 갑자기 말했다.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는 얼굴도 아름답고 나이도 젊었으며 입은 옷도 깨끗했었습니다. 한가지 음식도 그대와 나누어 먹었고, 옷 한 가지도 그대와 나누어 입어, 집을 나온 지 오십 년 동안에 정은 맺어져 친밀해졌고 사랑도 굳어졌으니 가위 두터운 인연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쇠약한 병이 해마다 더해지고 굶주림과 추위도 날로 더해 오는데 남의 집 곁방살이에 하찮은 음식조차도 빌어서 얻을 수가 없게 되어, 수많은 문전에 걸식하는 부끄러움이 산과도 같이 무겁습니다. 아이들이 추워하고 배고파해도 미처 돌봐 주지 못하는데 어느 겨를에 부부간의 애정을 즐길 수가 있겠습니까? 붉은 얼굴과 예쁜 웃음도 풀 위의 이슬이요, 지초(芝草)*와 난초 같은 약속도 바람에 나부끼는 버들가지입니다. 이제 그대는 내가 있어서 누가 되고 나는 그대 때문에 더 근심이 됩니다. 가만히 옛날 기쁘던 일을 생각 해 보니, 그것이 바로 근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대와 내가 어찌해서 이런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뭇 새가 다 함께 굶어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짝 잃은 난조(鸞鳥)*가 거울을 향하여 짝을 부르는 것만 못할 것 입니다. 추우면 버리고 더우면 가까이하는 것은 사람의 정으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아가고 그치는 것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도 운수가 있는 것입니다. 원컨대 이 말을 따라 헤어지기로 합시다.”

조신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각각 아이 둘씩 데리고 장차 떠나려 하는데 여인이 말했다.

나는 고향으로 갈 테니 그대는 남쪽으로 가십시오.”

이리하여 서로 작별하고 길을 떠나려 하다가 꿈에서 깨었다.

타다 남은 등잔불은 깜박거리고 밤도 이제 새려고 한다. 아침이 되었다. 수염과 머리털은 모두 희어졌고 망연히 세상일에 뜻이 없다. 괴롭게 살아가는 것도 이미 싫어졌고 마치 한평생의 고생을 다 겪고 난 것과 같아 재물을 탐하는 마음도 얼음 녹듯이 깨끗이 없어졌다. 아예 관음보살의 상()을 대하기가 부끄러워지고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참을 길이 없다. 그는 돌아와서 꿈에 아이를 묻은 해현에서 땅을 파 보니 돌미륵이 나왔다. 물로 씻어서 근처에 있는 절에 모시고 서울로 돌아가 장원을 맡은 책임을 내놓고 사재(私財)를 내서 정토사(淨土寺)를 세워 부지런히 착한 일을 했다. 그 후에 어디서 세상을 마쳤는지 알 수가 없다.

- 작자 미상, ‘조신(調信)의 꿈

*장원: 궁정·귀족·관료나 사찰이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의 토지.

*명주: 지금의 강릉 지방.

*날리군: 원문에서 어디인지 알 수 없다고 기록함.

*지초: 지치. 뿌리가 자줏빛이며, 예전부터 천연염료를 얻거나 민간요법에서 약재로 많이 사용한 풀.

*난조: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 닭과 모양이 비슷하나 깃은 붉은빛에 다섯 가지 색채가 섞여 있으며, 소리는 오음(五音)과 같다고 함.

 

40 윗글을 읽고 주요 사건을 정리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김 씨 낭자는 승려 조신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꿈속에서 김 씨 낭자는 조신에게 와 40여 년을 함께 살며 자녀 다섯을 둔다.

조신은 헤어지자는 김 씨 낭자의 말을 듣고 슬퍼하며 길을 떠나려던 찰나에 잠에서 깨어난다.

조신은 죽은 아이를 묻은 자리에서 나온 돌미륵을 정토사에 모신다.

꿈에서 깬 조신은 장원 관리와 사찰 건립에 매진한다.

 

4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꿈과 현실을 오가는 액자식 구성이다.

영웅의 생애를 다룬 일대기적 구성이다.

여러 개의 삽화가 연결된 병렬적 구성이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역순행적 구성이다.

사물을 의인화하여 교훈을 전달한 우화적 구성이다.

 

42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3]

인간 세상의 모든 일이 헛되다는 것을 암시한다.

꿈을 통해 시련을 겪고 절대자에게 받은 대가이다.

인간 세상에 먼 훗날 꼭 미륵불이 내려올 것이라는 묵시이다.

꿈속에서 겪은 일이 현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절을 세워 중생을 구제하라는 뜻에서 절대자가 내려 준 징표이다.

 

43 를 표현하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감탄고토(甘呑苦吐) 남가일몽(南柯一夢)

설상가상(雪上加霜) 안하무인(眼下無人)

희희낙락(喜喜樂樂)

 

도움자료

[2014 EBS 수능특강 B]

 

[40~43] ‘조신(調信)의 꿈

해제 : 전설이란, 주로 구전되며 어떤 공동체의 내력이나 자연물 의 유래, 이상한 체험 따위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은 끝에 돌미륵, 정토사 등의 구체적인 증거물이 등장하여 전설, 즉 사찰 연기 설화임을 알려 준다. 또한 현실--현실로 이어지는 환몽 구조를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한낱 꿈과 같이 헛된 것임을 일깨워 준다. 주인공 조신이 꿈속에서 현실의 바람을 이루고 꿈에서 깨어난 뒤 깨달음을 얻는 환몽 구조는 몽자류 소설의 기원이 된다.

주제 : 인생무상에 대한 깨달음

전체 줄거리 : 조신은 신라 사람으로 태수 김흔의 딸(김랑)을 보고 한눈에 반했는데, 얼마 후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출가하게 된다. 이에 조신은 울면서 그녀를 못내 그리워하던 중, 하루는 부처를 원망하다가 피곤해서 잠이 든다. 꿈에서 김랑은 조신에게 돌아온다. 조신은 기쁨을 가누지 못한 채 그녀와 더불어 고향으로 돌아가 40여 년을 같이 사는 동안 자식을 다섯이나 두었으나 살림은 몹시 가난하여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웠으며 15세 된 큰아이는 굶어죽고 만다. 도리 없이 남은 네 자식을 둘씩 서로 나누고 막 헤어지려는 찰나에 조신은 잠에서 깨어난다. 인생의 덧없음을 깨우친 조신은 절을 세우고 불도에만 정진한다.

 

 

40 작품의 내용 파악 답

이 문제는 작품의 주요 사건을 적절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저는 일찍부터 ~ 원해서 왔습니다.”, 그녀와 사십여 년간 같이 살면서 자녀 다섯을 두었다.

현실에서 조신은 김 씨 낭자와 부부가 되지 못하지만 꿈속에서 소원을 이루어 40여 년을 함께 살며 자녀 다섯을 둔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조신은 김 씨 낭자를 보고 한눈에 반하였다.

조신은 헤어지자는 김 씨 낭자의 말에 크게 기뻐하였다.

돌미륵은 묻혀 있던 곳에서 가까운 근처 절에 모셨다.

꿈에서 깨어난 조신은 장원을 관리하던 일을 내놓고 자신의 재산을 털어 정토사라는 사찰 건립에 매진하였다.

 

교육과정연계

문학(2) 문학과 삶 () 문학과 문화

문학을 통하여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심미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안목을 기른다.

 

41 서술상 특징 파악 답

이 문제는 작품의 구성을 적절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잠깐 잠이 들었다, 꿈에서 깨었다

현실- - 현실로 연결되는 환몽 구조이며 현실을 외화, 꿈을 내화로 파악할 경우에는 액자식 구성에 해당한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일대기적 구성은 주인공이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인데, 이 글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삽화는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줄거리에 끼인 토막 이야기를 말 하는데, 이 글은 삽화들이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서술하는 것을 역순행적 구성이라고 하는데, 이 글은 순행적 구성에 해당한다.

사물이나 추상적 관념을 의인화한 구성 방식을 우화적 구성이라고 하는데, 이 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교육과정연계

문학(2) 문학과 삶 () 문학과 자아

문학을 통하여 타자를 이해하고 삶의 다양성을 수용한다.

 

42 소재의 기능 파악 답

이 문제는 돌미륵이라는 소재가 작품의 주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꿈에 아이를 묻은

꿈속에서의 일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두 사건은 서로 무관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꿈속에서 부모로서 슬프게 자식을 묻었던 곳을 현실에서 돌아와 파 보니 돌미륵이 있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인생이 무상함 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꿈속에서의 사건이 현실과 긴밀히 이어짐을 밝혀 주는 것이다.

노력이나 희생을 통하여 얻게 되는 결과, 또는 일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하는 노력이나 희생을 대가라고 한다. 조신은 어떤 노력이나 희생을 하기 위하여 잠이 든 것이 아니다.

절대자가 현실 세계에 나타날 것임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꿈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은 조신이 스스로 사찰 건립에 힘쓰는 것이다.

 

교육과정연계

문학(2) 문학과 삶 () 문학과 자아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여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한다.

 

43 구절의 의미 파악 답

이 문제는 주어진 상황에서 그에 알맞은 한자 성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추우면 버리고 더우면 가까이하는 것 ~”

감탄고토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비위에 따라서 사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을 이르는 말이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남가일몽은 꿈과 같이 헛된 한때의 부귀영화를 이르는 말이다.

설상가상은 눈 위에 서리가 덮인다는 뜻으로, 난처한 일이나 불행한 일이 잇따라 일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안하무인은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이다.

희희낙락은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말이다.

 

교육과정연계

문학(2) 문학과 삶 () 문학과 문화

문학을 통하여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심미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안목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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