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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고전/극/수필

[2015 EBS 수능특강 A] - 수능 연습 ❶ 김시습, ‘이생규장전’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3.05|조회수1,692 목록 댓글 0

수능 연습 고전 소설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생은 날마다 겨드랑이에 책을 끼고 국학에 갔는데, 늘 최씨 집 앞을 지나갔다. 최씨 집의 북쪽 담장 밖에는 하늘거리는 수양버들 수십 그루가 둥그렇게 둘러서 있었고, 이생은 종종 그 나무 아래에서 쉬어 가곤 하였다.

하루는 이생이 최씨 집 담장 안을 넘겨다봤다.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 있고, 벌과 새들이 그 사이를 요란스레 날아다니고 있었다. 뜰 한쪽에는 꽃나무 수풀 사이로 작은 정자 하나가 보였다. 문에는 구슬발이 반쯤 걷혀 있고, 그 안에 비단 장막이 드리워 있었다. 그 안에 아름다운 여인 한 사람이 앉아서 수를 놓다가 지겨운 듯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턱을 괴더니 이런 시를 읊었다.

[A][홀로 비단 창에 기대어 수놓기도 지루한데 / 온갖 꽃떨기마다 꾀꼬리 지저귀네.

괜스레 봄바람 원망하다가 / 말없이 바늘 멈추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네.

 

길 가는 멀쑥한 선비, 뉘 댁 분이신지 / 파란 옷깃 넓은 띠 버들 사이로 어른거리네.

내가 제비가 될 수 있다면 / 구슬발 헤치고 나가 담장을 넘으리.]

 

이생은 시 읊는 소리를 듣고 들뜬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러나 명문가 담장은 높디높고 여인의 규방은 깊디깊으니 그저 속만 끓이다 떠나는 수밖에.

이생은 국학에서 돌아오는 길에 흰 종이 한 폭에 자신이 지은 시 세 편을 써서 기왓장에 묶어 담장 안으로 던졌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무산 열두 봉우리 첩첩이 쌓인 안개 속에 / 반쯤 드러난 봉우리가 붉고도 푸르구나.

양왕*의 외로운 꿈을 수고롭게 하지 마오. / 구름 되고 비가 되어 양대*에서 만나 보세.

<중략>

신축년에 홍건적이 서울을 침략하여 임금이 복주(福州, 안동)로 피난하였다. 홍건적은 가옥을 불태우고 사람과 가축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이생 부부와 친척들 또한 위험을 피할 길이 없어 동서로 달아나 목숨을 부지하고자 했다.

이생은 가족을 이끌고 깊은 산에 들어가 숨으려 했다. 이때 홍건적 하나가 나타나 칼을 뽑아들고 쫓아 왔다. 이생은 있는 힘껏 달려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씨는 결국 홍건적에게 사로잡히고 말았 다. 홍건적이 최씨를 겁탈하려 하자 최씨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

짐승만도 못한 놈! 나를 죽여라! 죽어서 승냥이의 밥이 될지언정 내 어찌 개돼지의 아내가 될 수 있겠느냐?”

홍건적은 노하여 최씨를 죽이고 난도질하였다.

이생은 황야에 몸을 숨겨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홍건적이 물러갔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미 모두 불타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이생은 발길을 돌려 최씨의 집으로 갔다. 황량한 집에 쥐가 찍찍거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슬픔을 가눌 수 없어 작은 정자에 올라가 눈물을 훔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날이 저물도록 이생은 덩그러니 홀로 앉아 있었다. 멍하니 예전에 최씨와 함께 즐겁게 보낸 시간들을 회상하노라니 한바탕 꿈을 꾼 듯싶었다.

어느덧 이경(二更) 무렵이 되었다. 달빛이 희미하게 들보를 비추었다. 문득 행랑 아래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었다. 최씨였다. 이생은 최씨가 이미 죽은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까닭에 의심하지 않고 곧바로 이렇게 물었다.

어디로 피해서 목숨을 건졌소?”

최씨는 이생의 손을 잡고 목 놓아 통곡하더니, 이윽고 마음을 토로하였다.

저는 본래 사대부 가문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놓고 옷 짓는 일을 열심히 익혔고, 시 짓기며 글씨 쓰기며 인의(仁義)의 도리도 배웠어요. 하지만 오직 규방(閨房) 여성의 일이나 알 뿐 바깥세상의 일이야 아는 것이 없었지요.

그러던 터에 어쩌다 붉은 살구가 있는 담장을 넘겨다보고는 그만 제가 먼저 마음을 바치고 말았고, 꽃 앞에서 한번 웃음 짓고는 평생의 인연을 맺게 되어 장막 안에서 거듭 만나며 백 년의 정을 쌓았습니다. 처음 만나던 시절을 얘기하다 보니 슬픔을 견딜 수 없군요.

백년해로할 것을 약속하고 함께 살았건만, 도중에 일이 어그러져 구덩이에 뒹굴게 될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어요. 끝내 승냥이의 손에 몸을 망치지 않고 저 스스로 모래 구덩이에서 살을 찢기는 길을 택했지요. 이는 하늘의 이치로 보자면 당연한 것이지만, 인간의 정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깊은 산에서 우리 부부가 헤어진 뒤 결국 서로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두 마리 새와 같이 영영 떨어지게 되었으니, 한스럽고 한스러울 뿐이어요.

집은 사라지고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떠 이제 고단한 영혼이 의지할 곳 없으니 서글프기 그지없지만, 소중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가벼운 목숨을 버리고 치욕을 면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요. 마디마디 재가 되어 버린 제 마음을 누가 가여워해 줄까요? 갈기갈기 찢어진 제 창자에 원한만이 가득합니다. 제 해골은 들판에 널브러졌고, 간담은 땅에 뒹굴고 있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날의 기쁨과 즐거움이 오늘의 슬픔과 원한이 되고 말았네요. 하지만 지금 깊은 산골에 추연의 피리 소리 들려오고, 천녀의 혼령은 자기 몸을 찾아 돌아왔으니, 봉래도에서 기약 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취굴에 삼생*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이제 다시 만났으니 지난날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저를 잊지 않으셨다면 다시 행복하게 살아요. 허락해 주시겠어요?” 이생은 기쁘고 마음이 뭉클해져 그건 진정 내가 바라던 바라오!”라고 말했다.

- 김시습, ‘이생규장전

*양왕: 중국 초나라의 임금으로, 회왕이 무산의 선녀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고당에서 노닐며 회왕 시절의 일을 회고했다는 이야 기가 전해짐.

*양대: 중국 무산에 있는 양대산을 이르는 말. 초나라 회왕이 양대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에 무산의 선녀를 만났는데, 선녀가 자신은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고 말한 뒤 잠자리를 함께했다는 전설이 전해짐.

*삼생: 전생(前生), 현생(現生), 내생(來生)의 세 가지.

 

01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최씨는 목숨보다 정조를 중하게 여겼다.

최씨는 이생이 약속을 저버린 것을 원망하였다.

이생은 최씨와 평생을 함께하자고 맹세를 하였다.

최씨는 이생과 못다 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돌아왔다.

이생은 최씨가 죽은 것을 알면서도 함께 살기를 원하였다.

 

02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이생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배경 묘사를 통해 최씨의 고독감을 부각한다.

이생을 향한 최씨의 관심과 속마음을 드러낸다.

최씨와 이생에게 다가올 불행한 운명을 암시한다.

이생에게 최씨의 처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생규장전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을 작품 속에서 성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 소설(傳奇小說)이다. 현실에서 발생한 인물들의 욕망이 장벽에 부딪혀서 성취될 수 없을 때, 환상적인 기이함을 빌려 성취하게 하는 내용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인간의 욕망 성취라는 인간적이며 현실적인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홍건적의 난은 이생과 최씨의 사랑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이라 할 수 있겠군.

이생이 담 너머로 시를 전한 것은 인간적 욕망을 성취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겠군.

죽은 최씨와의 재결합은 장벽에 부딪힌 욕망이 환상적으로 성취된 것이라 할 수 있겠군.

이생이 난 속에서 홀로 목숨을 보전한 것은 환상적 기이함을 보여 주는 장치라 할 수 있겠군.

최씨의 집은 현실 세계에 속하지만 욕망이 실현되는 환상 세계의 성격을 함께 지녔다고 할 수 있겠군.

 

도움자료

[2015 EBS 수능특강 A

 

수능 연습 고전 소설

 

01 02 03

 

김시습, ‘이생규장전

[해제]

이 작품은 이승과 저승의 한계를 뛰어넘어 죽음을 초월한 남녀 간의 지극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전반부에서 보여 준 이생과 최씨 여인의 자유연애에 의한 사랑은 당시 유교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으나, 관습을 과감히 깨뜨리고 사랑을 실현한 행위는 작가의 솔직하고 대담한 애정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홍건적의 난으로 깨어지고 마는데, 두 사람의 사랑은 귀신과 인간의 결합이라는 비현실적인 해결 방식을 통해 다시 이어진다. 여기에는 비극적 현실을 환상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현실 극복 의지가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제 죽음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

전체 줄거리 이생은 우연히 담장 너머의 최씨 여인을 엿보다가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을 서로 주고받으며 사랑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생의 아버지는 이생을 시골로 보내 버리고, 최씨는 이생이 찾아오지 않자 앓아눕게 된다. 최씨의 부모가 두 사람의 사연을 알게 되어 이생과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게 한다. 얼마 후에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가족들은 모두 흩어지고 이생은 홀로 도망간다. 홍건적에 붙잡힌 최씨는 죽음으로 항거하여 이생과의 의리를 지킨다. 폐허가 된 집에 홀로 찾아온 이생은 최씨가 나타나자 죽은 사람임을 알면서도 함께 살기로 한다. 몇 년을 함께 살고 나서 최씨는 자신이 죽은 몸이므로 오래 머무를 수 없다고 하며 저승으로 떠난다. 최씨가 떠난 후에 이생도 병들어 죽는다.

 

01 작품의 내용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이생에 대한 원망

최씨가 이생을 찾아와 저를 잊지 않으셨다면 다시 행복하게 살아 요.’라고 말하는 점으로 보아, 최씨가 이생을 원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목숨보다 정조를 중하게 여김.

홍건적에게 정조를 빼앗길 위기에서 죽어서 승냥이의 밥이 될지언정 내 어찌 개돼지의 아내가 될 수 있겠느냐?’라고 꾸짖으며 죽 음을 맞이한 것에서, 최씨가 목숨보다 정조를 중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실마리 평생을 함께하자고 맹세

백년해로할 것을 약속하고 함께 살았건만’, ‘지난날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최씨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마리 최씨가 돌아온 이유

최씨가 이생에게 말한 내용으로 볼 때, 최씨가 돌아온 것은 못다 한 이생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함이다.

실마리 최씨가 죽은 것을 앎.

이생은 최씨가 이미 죽은 줄 알면서도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 삽입 시의 기능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불행한 운명을 암시

[A]는 외로운 최씨 자신의 처지와 이생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이생과 최씨의 불행한 운명을 암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이생의 행동 변화 유도

담 안을 엿본 이생으로 하여금 최씨에게 시를 적어 보내도록 만들고, 결국에는 혼인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최씨의 시가 이생의 행 동 변화를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마리 배경 묘사를 통한 고독감 부각

온갖 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들려오는 꾀꼬리의 소리는 외로운 최 씨의 심사와 대비되어 최씨의 고독감을 부각하는 기능을 한다.

실마리 이생을 향한 최씨의 마음

길 가는 멀쑥한 선비, 뉘 댁 분이신지’, ‘내가 제비가 될 수 있다면 담장을 넘으리.’라는 구절을 통해 이생에 대한 최씨의 관심과 속마음이 드러난다.

실마리 최씨의 처지를 알 수 있는 기회

홀로 비단 창에 기대어 수놓기도 지루한데’, ‘내가 제비가 될 수 있다면 담장을 넘으리.’ 등의 구절이 이생으로 하여금 고독한 최 씨의 처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03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환상적 기이함

이생이 난 속에서 최씨를 잃고 혼자 목숨을 보전한 것은 현실적인 상황을 그린 것으로, 환상적 기이함과는 관계가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현실적인 장벽

이생과 최씨의 영원한 사랑이라는 욕망을 좌절시켰다는 점에서 홍건적의 난은 현실적인 장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실마리 인간적 욕망을 성취하려는 노력

최씨의 시에 화답하여 이생이 담 너머로 시를 전한 것은 최씨와의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적 욕망을 실현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실마리 장벽에 부딪힌 욕망의 성취

죽은 최씨와의 재결합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최씨를 그리워하는 이생의 현실적 욕망이 환상적 기이함에 의해 성취된 것 이라 할 수 있다.

실마리 환상 세계의 성격을 지님.

죽은 최씨와 산 이생이 최씨의 집에서 재결합하여 사랑을 이어 간다는 점에서, 최씨의 집은 현실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좌절된 욕망이 실현되는 환상 세계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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