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다시 조명되면 세탁소 시작–오전이다. ㉠추레한 중년의 남자 이석운(이하 ‘이’)이 간판과 세탁소를 번갈아 살피며 가게로 들어선다.
강, 클리닝용 세탁물을 가슴에 안고 나온다.
[이] 실례합니다.
[강] (세탁물을 내려놓으며) 어서 오십시오. ㉡(관객에게) 그날 아침에 있었던 좋은 일입니다.
[이] (세탁소를 둘러보며) 혹시 여기가 옛날에 강씨 아저씨가 하시던 오아시스 세탁소가 맞나요?
[강] 예, 맞습니다.
[이] 그럼?
[강] 아, 예 저의 아버님 되십니다.
[이] (손을 잡으며) 아, 그래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강] (의아해 하며) 그런데 어떻게?
[이] (손을 놓으며) 제가 저 우물 골목 막다른 집 살던 이석운이올시다.
[강] (기억난다.) 아, 이석운이!
[이] (어정쩡하게) 그래-요, 이석운이.
[강] (역시 어정쩡하게) 예, 생각납니다.
[이] 좋은 생각이랄 게 뭐 있겠습니까? 그저 사고뭉치 후레자식 놈이지.
[강] 아이구 무슨 말씀을 애들 때야 다 그렇지. 철나면 그게 어른이지요.
[이] 이거 염치없습니다만 옛날에 맡긴 저의 어머님 옷이 혹시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강] 어머님 옷이요?
[이] 제가 40년 전에 여기 아저씨께 맡겼습니다.
[강] 아이구, 40년 전이라.
[이] 제가 못된 짓을 하느라고 어머님 옷까지 들고 나와 사거리 전당포로 들어가다가 여기 강씨 아저씨를 만났어요. 아저씨가 돈을 주시면서 나중에 갚고 찾아가라고 옷을 맡아 주셨거든요. 전당포에 들어가면 나중에 다시 찾기 힘들다고, (진땀을 닦으며) 없겠죠?
[강] 글쎄 아버님이 두신 옷들이 있긴 한데 옷이 뭐죠?
[이] 쥐색 두루마기요, 없으면 놔두세요, 그냥 한 번 와 본 겁니다.
[강] (세탁대 밑에 넣어 둔 상자에서 낡은 노트를 꺼내어 본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일기인데 나중에 주인이 찾아올 거라고 두신 옷들이 있어요. (찾으며) 요즘엔 옷을 안 찾아가면 서면으로 통지도 하고 30일이 지나도 안 찾아가면 처분을 해도 업자 책임이 없는데 옛날엔 안 그랬으니까 아버님도 처분을 못하시고, (아 여깄다.) 40년 전 이석운이…….
[이] 있나요?
[강] (자랑스럽게 노트를 보여 주며) 여기!
[이] 1962년 9월 7일 이석운 두루마기, 그거 참. 아니 아버님께서 일일이 다 기록해 두셨나 봐요?
[강] 예, 워낙 꼼꼼한 양반이라 아버님 생전의 일들을 다 적어 놓으셨어요. 우리 세탁소 역사책이에요. 이것만 보구 있으믄 아버지 보는 것 같아요. (노트를 넣어 두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옷 사이로 사라진다.)
[이] 아, 예.
[강] ㉢(소리만) 저희야 가겟세를 내는 것도 아니고 해서 괜찮지만, 다른 세탁소 같으믄 어림도 없는, 정말 여기 있는데요. 1962년 9월 7일 이석운.
[이] 이석운이 맞습니까?
[강] (옷 틈에서 두루마기 한 벌을 가지고 나오며) 예, 이석운이.
[이] (모자 상봉 하는 양 감격에 겨워) 맞습니다. 우리 어무니 옷입니다. 한 벌밖에 없는 두루마긴데 내가 훔쳐 내왔거든요, (옷을 받아 안으며) 찬바람만 불면 청개구리처럼 아이고 우리 어무니 춥겠네 춥겠네. (눈물을 훔친다. 꼬리표를 보고) 제가 옷을 맡긴 건 6월인데 9월이라고 되어 있네요. (안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이게 뭐죠? (한지에 꽁꽁 쌓인 물건을 꺼낸다.) 맡길 땐 아무것도 없었는데…….
[강] (들여다보며) 글쎄요? 제가 두질 않아서…….
[이] ㉣(열어 보고 기가 막혀) 우리 어머니 반지네, 아이고 우리 어머니 금반지 맞네, 여기 닳은 거 하고, 찌그러진 거, 어머니 어머니!
[강] 아마 어머님이 아시구서는 다시 맡기신 모양인데요.
[이] (감격하여) 어머니! 우리 어무니가 다 알고 계셨어. 다 알고 계셨어. 어머니.
[강] 진정하시고 이쪽으로 좀 앉으시죠.
[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아, 성공하면 온다고 어머님 임종도 하지 못한 불효자식을 용서하십시오. 어머님, 이 자식이 뭐가 그리워서 금반지 넣어 놓고 기다리셨어요. 어머님!
[강] (물을 따라 주며) 드시고 진정하십시오.
[이] (마시며) 제가요, 이 옷이 없으면 죽으려고 했습니다.
[강] 예?
[이] ㉤(눈물이 텀벙텀벙 떨어진다.) 너무 살기가, 진짜 살기가 힘들어서요. (코를 푼다.) 근데요, 인전 살아야겠습니다.
[강] 아이고. 예, 그러셔야죠.
[이] (좋아서) 허허허 전 없어진 줄 알었거든요. 기대도 안 했는데 아파트가 죄 생겨 가지고 큰길가에서는 이 세탁소가 보이지도 않는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하고 왔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지가 다음에 올 때까지 꼭 계셔야 합니다.
[강] 아이 뭐 힘닿는 대로 버텨야죠.
[이] 여기가 고향이라도 뭐가 있습니까? 아무것도 남은 게 없습니다. 지가 나중이라도 은혜를 갚게 꼭 좀 세탁소를 하십시오.
[강] 예, 예.
[이] 세탁비는?
[강] 세탁비 받으실 분도 돌아가셔서 이거, 그냥 가십시오.
[이]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전 어머님 임종도 못했습니다. (한숨을 쉬며) 아, 이제 가겠습니다.
[강] 힘내시고 안녕히 가십시오.
-김정숙,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
44.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외양을 통해 인물의 처지를 드러낸다.
② ㉡:관객에게 말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사건의 성격을 암시한다.
③ ㉢:소리만 들리는 상황을 통해 내적 갈등을 나타낸다.
④ ㉣:상징적인 소재로 인해 인물의 감정이 고조된다.
⑤ ㉤:세탁소가 인물이 위안을 얻고 있는 공간임을 보여 준다.
45. <보기>의 선생님이 한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한 학생을 바르게 묶은 것은?[3점]
<보기>
선생님: 40여 년 전 맡긴 옷을 다시 찾는다는 설정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극적 장치를 마련하여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작가가 사용한 극적 장치는 무엇일까요?
◦경현: 세탁소에 두루마기를 맡긴 것은 6월인데 꼬리표에는 석운이 9월에 맡긴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요.
◦슬언: 오아시스 세탁소가 변함없이 대를 이어 한 자리에서 계속 운영을 하고 있었던 점을 들 수 있어요.
◦준서: 강씨 아버님이 세탁물에 관해서 노트에다가 빠짐없이 기록했고 강씨가 이를 간직해 두고 있었던 점이요.
◦윤호: 오아시스 세탁소 주변에 아파트가 마구 들어서게 되어 큰길에서는 세탁소가 잘 보이지 않게 된 일이요.
① 경현, 슬언 ② 경현, 윤호
③ 슬언, 윤호 ④ 슬언, 준서
⑤ 준서, 윤호
도움자료
|
44 |
③ |
45 |
④ |
[44~45] (극) 김정숙 원작,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은 세탁소 주인 강씨가 아버지 때부터 운영하던 오아시스 세탁소를 이어 받아 일하면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을 형상화하고 있는 희곡이다. 제시된 장면은 40여 년 전에 어머니의 옷을 훔쳐 세탁소에 맡긴 이석운이 그 옷을 다시 찾으러 와서 어머니가 옷 속에 남겨둔 금반지를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이를 통해 오아시스 세탁소가 사람들에게 삶의 위안과 교훈을 주는 공간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44. [출제의도] 희곡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이해한다.
㉢은 석운의 부탁으로 강씨가 40여 년 전에 맡긴 석운 어머니의 옷을 찾기 위해 무대 뒤로 잠깐 사라지며 사용된 대사이다. 등장인물이 무대 뒤로 사라져 소리만 들리는 상황이지만 인물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오답풀이] ① ‘추레한’이라는 말을 통해 석운의 힘든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② 관객에게 그날 아침에 있었던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데서 무대에서 전개될 사건의 성격에 대한 암시가 드러난다. ④ ‘금반지’를 통해 어머니의 모성애에 대한 인물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⑤ 석운이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으므로 세탁소는 인물이 위안을 얻고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45. [출제의도] 희곡의 서사적 특성을 이해한다.
<보기>는 개연성을 부여하는 극적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 극적 장치를 사용해 개연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작품에서 제시된 40여 년 전에 맡긴 옷을 다시 찾는다는 극적 상황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오아시스 세탁소가 대를 이어 한 자리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는 극적 장치, 강씨 아버님이 남긴 낡은 노트 덕분에 석운 어머니의 옷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극적 장치를 통해 개연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답풀이] 9월의 두루마기를 다시 맡긴 사람은 석운이 아니라 석운의 어머니이므로 적절하지 않다. 오아시스 세탁소 주변의 아파트 때문에 세탁소가 보이지 않게 된다는 배경 설정은 석운이 어머니의 옷을 찾는다는 설정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특별 해설]
▶ 중학교 학습 요소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희곡 작품을 통해 극 갈래의 이해와 특성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극의 구성 요소나 장치, 인물의 상황이나 심리 이해에 초점을 두고 학습이 전개된다.
▶ 고등학교 평가 문제의 특징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 학습 요소를 더 심화하여 극적 장치의 성격이나 기능에 대해 평가한다. 특히 극 갈래에서 이야기가 전체 서사 구조의 흐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기>로 제시한 후 이를 작품에서 이해하고 찾아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 출제된다.
▶ 학습 전략
극 갈래도 한 편의 이야기라는 점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극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 전개 과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 또한 극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성격과 기능을 묻는 문항은 대개 <보기>를 제시해 일정한 관점을 제시하므로 이를 근거로 작품의 서사적 요소를 파악하면 된다. 아울러 극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징, 즉 무대 상연을 전제로 무대의 배경, 배우의 분장, 소품과 효과의 사용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에 제시된 내용을 서사 구조에 따라 사실적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야기의 연결 관계를 고려하면서 이야기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며 읽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