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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고전/극/수필

[2015 3월 11일] 2학년 수능 모의고사 - 김만중, 「구운몽」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3.14|조회수2,460 목록 댓글 0

[34~3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양소유는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화주 화음현 땅에 이르러 버드나무를 보고 시 한 수를 읊는다.

 

봄바람이 시 읊는 소리를 누각 위로 올려 보내니, 마침 누각에서 한 미인이 낮잠에 빠져 있다가 놀라 베개를 밀치고 일어나 앉았다. 창문을 활짝 열고 문턱에 기대어 소리 난 곳을 찾아 눈을 돌리다가 소유와 눈이 딱 마주쳤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귀밑으로 흘러내렸고 옥비녀는 기울어져 있었다. 흐린 눈으로 멍하게 앉아 있는데 가녀린 몸에 힘이라곤 없어 보였다. 눈가는 아직 잠이 덜 깬 듯하고, 뺨에는 연지가 반쯤 지워져 있었다. 하늘이 낸 듯 어여쁜 자태는 말로 형용할 수도 그림으로 그릴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이 마주 보는데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양생의 시동이 돌아왔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미인이 정신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깨닫고 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윽한 향기만 바람을 타고 풍겨 올 뿐이었다. 소유는 시동을 원망했다. 미인이 구슬발을 치고 안으로 들어간 것이 약수*를 사이에 둔 것처럼 여겨졌다. 어쩔 수 없이 시동과 돌아가는데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한 번씩 돌아보았으나 굳게 닫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소유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관에 돌아왔고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미인의 성은 진씨고 이름은 채봉으로 진 어사의 딸이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었으며 형제도 없었다. 결혼해 비녀를 꽂을 때가 되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때 진 어사는 서울에 가 있었고 채봉 홀로 집에 있었는데,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귀남자를 만나 그 풍모를 보고 기뻐하고 그 시를 듣고 재주를 흠모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여자는 남편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여자의 평생 영욕과 백년고락이 모두 남편에게 달려 있다. 그렇기에 탁문군은 과부였지만 스스로 사마상여를 따르기로 정하고 실행했다. 그런데 나는 처녀니 내가 먼저 나서서 뜻을 밝히면, 스스로 자기 결혼에 중매를 서려고 한다는 혐의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옛말에 신하도 임금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으니, 처녀도 남편을 선택할 수 있지 않으랴. 만일 지금 그 사람 이름도 묻지 않고 어디 사는지도 알지 못하면, 나중에 아버지에게 고해서 중매를 보내려고 해도 천지 사방 어디에서 그를 찾을 수 있으리.’

이에 한 폭 종이를 펴 시 한 수를 쓰고 봉해서 유모에게 주며 말했다.

이 편지를 가지고 저 여관에 가서, 아까 작은 나귀를 타고 우리 누각 아래 와서 양류사(楊柳詞)’를 지은 상공을 찾아 전하세요. 내가 인연을 맺어 일생 몸을 맡기고 싶어함을 알게 하세요. 막중한 일이니 꾸물대지 마세요. 상공은 얼굴이 옥 같고 눈썹은 그린 듯하니 비록 여러 사람 가운데 있더라도 쉽게 알아보실 거예요. 반드시 내 편지를 친히 전하세요.”

시키는 대로 하려니와 나중에 어사께서 물으시면 어찌 대답하리까?”

그것은 내 할 일이니 걱정 마세요.”

유모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물었다.

상공이 결혼이나 약혼을 했다면 어떻게 할까요?”

채봉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불행히 결혼했으면 실로 그의 첩이 되는 것도 꺼리지 않겠지만, 내 보기에 젊으니 아직 결혼은 안 한 듯싶어요.”

유모가 여관으로 가서 양류사를 읊조린 손님을 찾았다. 이때 소유가 여관 문밖에 서 있다가 노파의 말을 듣고 말했다.

“‘양류사를 지은 사람은 나요. 노파는 무슨 이유로 물으시오?”

……(중략)……

유모는 소매에서 채봉의 편지를 꺼내 소유에게 건넸다. 소유가 뜯어보니 답시였다.

 

[A] <누각 앞에 버드나무 심은 뜻은

임의 말을 묶어 두려 한 것인데

어찌하여 가지 꺾어 채찍 삼아

바삐바삐 서울 길로 향하는고>

 

소유는 그 글의 청신, 완곡함에 크게 감복하여 기려 말하였다.

옛날 저명한 시인 왕유나 이백이 고쳐 지으려 해도 한 글자도 바꾸지 못하리라.”

이에 고운 색종이를 펼쳐 시 한 수를 지어 유모에게 주었다.

 

[B] <버드나무 천만 가지

가지마다 마음 묶어

월하노인 끈 만들어

봄소식을 이루고자>

 

유모가 시를 가슴 속에 넣고 나가는데 소유가 불렀다.

그 댁 아씨는 진 땅 사람이고 소생은 초 땅 사람이니 한 번 헤어지면 만 리 거리에 산천이 가로막혀 소식조차 통하기 어렵소. 하물며 오늘 일은 중매인도 없이 한 것이니 나중에 의지할 데도 없소. 오늘밤 달빛을 따라가서 아씨의 용모를 보고자 하니 어떻겠소? 소저의 시에도 이런 뜻이 비쳐 있으니, 노파가 아씨께 여쭈어 주오.”

유모가 채봉에게 갔다 와서 말했다.

아씨가 낭군의 답시를 받아 들고 아주 감격했습니다. 낭군의 뜻을 전했더니 아씨가 남녀가 결혼식도 치르기 전에 사사로이 만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아요. 그러나 지금 낭군께 몸을 맡기고자 정했으니 어찌 낭군 말씀을 따르지 않겠어요? 다만 한밤중에 만나면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기 쉽고, 나중에 아버지께서 아시면 반드시 꾸짖으실 테니, 내일 우리 집 중당에서 만나 혼약을 정하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소유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아씨의 밝은 의견과 바른 말은 소생이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오.”

유모에게 약속이 어긋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두 번 세 번 부탁하니, 유모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돌아갔다.

- 김만중, 구운몽-

 

*약수: 신선이 살았다는 중국 서쪽의 전설 속의 강. 길이가 3,000리나 되며 부력이 매우 약하여 기러기의 털도 가라앉는다고 한다.

 

34. <보기>는 윗글에 나타난 특징을 정리해 본 것이다. 적절한 내용만을 모두 고른 것은?

<보기>

. 전기적 요소를 통해 중심 인물을 부각하고 있다.

. 신비로운 공간적 배경을 통해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여 인물의 외양을 제시하고 있다.

. 이야기 바깥의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을 제시하고 있다.

 

① ㄱ, ㄴ ② ㄴ, ㄷ ③ ㄷ, ㄹ ④ ㄱ, , ㄹ ⑤ ㄱ, ,

 

35. [A],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A]를 읽고 소유채봉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A]에는 소망이 무산될까 안타까워하는 채봉의 심정이 담겨 있다.

[B]에서 버드나무 천만 가지소유의 소망을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A][B] 모두 반어적 표현을 통해 인물의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A][B]에서 채봉소유는 동일한 소재에 의탁하여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36.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을 다룬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은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이나 당대의 일반적 가치관을 의식하여 일시적으로 제어하기도 한다.

 

소유시동을 원망한 것은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채봉이 떠올린 옛말은 자신의 욕망 충족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볼 수 있다.

채봉유모에게 지시 내용의 막중함을 강조한 것은 주위의 시선을 중시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유모채봉에게 질문한 것은 채봉의 욕망과 관련된 당대의 가치관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채봉소유의 제안을 부분적으로 거절한 것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여 상대의 욕망을 일시적으로 제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7. 의 상황을 <보기>와 같이 표현했을 때, 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보기>

소유는 채봉이 창 안으로 사라지자 (     ㉮     )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수수방관(袖手傍觀)하며

아연실색(啞然失色)하며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혼비백산(魂飛魄散)하며

 

도움자료

34

35

36

37

 

[34~37] (고전소설) 김만중, 구운몽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대의 문인 서포 김만중이 유배지인 선천에서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국문 소설이다. 스님인 성진이 하룻밤 꿈속에서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겪고 깨어나 삶의 본질적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의 소설로, 제시문은 성진의 꿈속 환생인 양소유가 진채봉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34. [출제의도] 작품의 특징을 파악한다.

이 글에서는 하늘이 낸 듯 어여쁜 자태’, ‘얼굴이 옥 같고 눈썹은 그린 듯하니와 같은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인물의 외양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3인칭 서술자, 즉 이야기 바깥의 서술자의 시각에서 인물과 사건이 제시되고 있다().

[오답풀이] 제시문에서는 양소유와 진채봉의 만남이 대화와 서술의 병행을 통해 전개되고 있으며, 비현실적이고 전기적인 요소는 드러나 있지 않다(). 또한 이들이 만나는 공간적 배경은 앞부분의 줄거리를 통해 화주 화음현 땅이라는 구체적인 지명과 함께 드러나 있는데, 이 공간적 배경은 현실의 장소로, 그 신비적 속성에 대한 언급은 제시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

 

35. [출제의도] 삽입시의 표현과 내용을 이해한다.

[A]에는 버드나무 심은 뜻을 제시하고 이어 자신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버드나무 가지를 사용하는 임에 대한 야속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는 화자의 목소리가 드러나 있다. [B]에는 수많은 버드나무 가지를 과장법을 통해 천만 가지로 표현한 후, 이 가지마다 마음을 묶어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두 시에서는 모두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화자의 소망이 드러나고 있으나, 반어적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오답풀이] 양소유는 [A]를 읽고 그 글의 청신, 완곡함에 크게 감복하여 옛날 저명한 시인 왕유나 이백이 고쳐 지으려 해도 한 글자도 바꾸지 못하리라며 격찬하고 있다. [A]어찌하여 가지 꺾어 채찍 삼아/바삐바삐 서울 길로 향하는고라는 구절에는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떠나는 길을 재촉하는 상대방에 대한 안타까움과 원망의 심정이 드러나 있다. 이는 양소유와의 인연을 소망하나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진채봉의 마음이 드러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버드나무 천만 가지는 과장법을 통해 진채봉과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양소유의 소망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A][B]에서는 모두 버드나무라는 동일한 소재를 통해 화자의 소망이 제시되고 있다.

 

36. [출제의도] 외적 준거에 따라 작품을 이해한다.

진채봉이 유모를 시켜 양소유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할 것을 지시하면서 자신이 지시한 내용의 막중함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양소유와의 결연을 절실히 소망하면서 그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오답풀이] 양소유가 시동을 원망한 것은, 시동으로 인해 진채봉과의 인연을 맺을 뻔한 기회가 허사로 돌아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채봉은 신하도 임금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 옛말을 떠올리면서, 이를 근거로 처녀도 남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욕망 충족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모는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진채봉에게, 진 어사를 의식한 질문과 양소유의 혼인 여부와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진채봉이 혼인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부친인 진 어사의 의사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과, 남자의 혼인 여부가 여자의 혼인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당대의 가치관과 관련된 인식 때문일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채봉은 달빛을 따라가서 아씨의 용모를 보고자하는 양소유의 제안 중 달빛을 따라서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하면서, ‘사람들의 구설아버지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7. [출제의도] 맥락에 적절한 어휘를 파악한다.

은 양소유가 진채봉과의 인연을 포기하고 시동을 따라 돌아가는 대목을 서술한 것이다. 이러한 양소유의 상황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한자성어로는 손을 묶은 것처럼 어찌할 도리가 없어 꼼짝 못함이라는 의미의 속수무책이다.

[오답풀이] 수수방관(袖手傍觀)’은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다는 뜻으로, ‘간섭하거나 거들지 아니하고 그대로 버려둠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아연실색(啞然失色)’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놀람을 의미하는 한자성어이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은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은 혼백이 어지러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놀라 넋을 잃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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