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인, 「상춘곡」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홍진(紅塵)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生涯) 어떠한고
옛사람 풍류(風流)를 미칠까 못 미칠까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나만한 이 많건마는
산림(山林)에 묻혀 있어 지락(至樂)을 모를 것인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앞에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에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었어라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어 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細雨) 중에 푸르도다
칼로 마름질했는가 붓으로 그려 냈는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야단스럽다
[A][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야 다를소냐]
시비(柴扉)에 걸어 보고 정자(亭子)에 앉아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하여 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
한중진미(閒中眞味)를 알 이 없이 혼자로다
이봐 ㉢이웃들아 산수(山水) 구경 가자꾸나
답청(踏靑)은 오늘 하고 욕기(浴沂)는 내일(來日) 하세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저녁에 조수(釣水)하세
갓 괴어 익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받아 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 수를 세며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듯 불어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에 진다
준중(樽中)이 비었거든 나에게 아뢰어라
소동(小童) 아이에게 주가(酒家)에 술을 물어
어른은 막대 짚고 아이는 술을 메고 / 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시냇가에 혼자 앉아
명사(明沙) 맑은 물에 잔 씻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를 굽어보니 떠오는 것이
도화(桃花)로다 무릉(武陵)이 가깝도다 저 들이 그것인가
송간 세로(松間細路)에 두견화(杜鵑花)를 잡아 들고
봉두(峰頭)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보니 /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에 벌여 있네
연하일휘(煙霞日輝)는 금수(錦繡)를 펴 놓은 듯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빛도 유여(有餘)할사
[B][공명(功名)도 날 꺼리고 부귀(富貴)도 날 꺼리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外)에 어떤 벗이 있을까]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헛된 생각 아니 하네
아무튼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어찌하리
어휘 풀이
*단표누항: 누항에서 먹는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이라는 뜻으로, 선비의 청빈한 생활을 이르는 말.
01 <보기>의 공간 이동을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 수간모옥 → ㉯ 정자 → ㉰ 시냇가 → ㉱ 봉두
① 화자는 자신이 거처하는 공간인 ㉮에서의 생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군.
② 화자는 ㉯에서 자연에 묻혀 사는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군.
③ 화자는 ㉰에서 풍류를 즐기며 주변의 공간이 이상 세계와 유사하다고 여기고 있군.
④ 화자는 ㉱에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들의 색깔이 바뀐 것을 인식하고 있군.
⑤ 화자는 ㉱에서 인간과 자연의 속성을 대비하며 정신적인 여유를 추구하고 있군.
02 [A]와 [B]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② 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③ 청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생동감을 전달하고 있다.
④ 시선의 이동을 통해 자연과의 일체감을 나타내고 있다.
⑤ 어순을 도치하는 방식으로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을 이해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강호가도’란 조선 시대에 자연을 벗 삼아 지내면서 안분지족의 삶을 누리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시가 창작의 한 경향이다. 정극인은 만년에 번잡한 정계에 싫증을 느껴 나이가 많음을 이유로 관직을 사양하고 귀향하여 고향의 문인들과 교류하고 후진을 가르치며 시가를 지었는데, 「상춘곡」은 이때 창작된 것으로 가사 갈래에서 ‘강호가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① ㉠: 번잡한 정계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판단을 드러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② ㉡: 화자가 고향에서 벗 삼아 즐기는 여러 가지 자연물로 볼 수 있다.
③ ㉢: 화자가 고향에서 양성하는 후진을 격려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④ ㉣: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⑤ ㉤: 화자가 귀향 후 남은 생애 동안 누리는 즐거움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움자료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05 정극인, 「상춘곡」
01 ⑤ 02 ② 03 ③
작가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인 전북 태인의 자연 속에 묻혀 살아가는 즐거움을 노래한 가사이다. 봄의 경치를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느끼는 흥취를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속세를 떠나 자연과 동화된 삶을 누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안분지족하는 여유 있는 정신세계가 나타난다.
봄의 완상과 안분지족
서사 (1행~6행):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본사 1(7행~17행): 봄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흥취를 느낌.
본사 2(18행~20행): 산수 구경을 권유함.
본사 3(21행~31행): 시냇가에서 술을 마시며 풍류를 느낌.
본사 4(32행~36행): 산봉우리에서 바라본 경치
결사 (37행 ~40행) : 안분지족의 삶에 대한 자부심
01 공간 이동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감상 ⑤
화자는 봉두에 올라 인간과 자연의 속성을 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① ‘풍월주인 되었어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② ‘한중진미를 알 이 없이 혼자로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③ ‘무릉이 가깝도다 저 들이 그것인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④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빛도 유여할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 세부 정보의 이해 ②
[A]의 ‘흥이야 다를소냐’, [B]의 ‘어떤 벗이 있을까’는 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흥취와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① [A]와 [B]에서 의인화는 나타나지만 세태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③ [A]에만 해당한다.
④ [A]와 [B]에서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는 있으나 시선의 이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⑤ [A]와 [B]에 어순의 도치는 나타나지 않는다.
03 외적 준거에 의한 시어나 시구의 이해 ③
<보기>를 참고할 때 여기서의 ‘이웃들’은 화자가 교류하는 고향의 문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① ‘홍진’은 속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번잡한 정계의 생활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판단을 드러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② ‘물물’은 여러 가지 자연물을 가리킨다.
④ ‘단표누항’은 자연 속에서 청빈한 생활을 추구하는 화자의 삶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⑤ ‘백년행락’은 평생 동안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말하는데, <보기>와 관련시키면 화자가 귀향 후 남은 생애 동안 누리는 즐거움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