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중, 「사씨남정기」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명나라 한림학사 유연수는 덕성이 뛰어난 사정옥과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한 지 9년이 되어도 출산을 하지 못하자 사 씨는 남편에게 첩을 얻으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첩으로 들어온 교 씨는 아들을 낳았지만, 곧 질투에 사로잡히게 되고 문객 동청과 짜고 아들 장주를 죽인 뒤 사 씨에게 누명을 씌워 사 씨를 쫓아낸다. 사 씨는 동청과 교 씨의 위해를 피해 시고모인 두 부인이 있는 장사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장사로 가던 중 두 부인과 아들 두 추관이 이미 장사를 떠나 중앙 관직으로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 씨는 모함을 당한 사람들이 몸을 던진 고사가 있는 회사정에 이르게 된다.
사 씨는 유모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다시 술잔을 들고 소사의 사당에 올라가고 싶다네. 이제 그럴 수가 없을 것이야. 내 아이는 생사가 어찌 되었는가? 내 아이와 아우를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으련만…….”
세 사람은 서로 손을 붙잡고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파도가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그 깊이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일색은 참담하고 음산한 구름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원숭이가 슬피 울고 귀신은 휘파람을 불었다. 마치 모든 것이 사람의 비분을 돕는 듯하였다. 마침내 세 사람은 함께 큰 소리로 울었다.
사 씨는 숨이 막혀 의식을 잃고 말았다. 유모와 아환이 사 씨의 팔다리를 주물렀다.
㉠사 씨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들으니 문득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한 줄기 기이한 향내가 나고 패옥이 부딪치는 소리가 쟁쟁하였다. 사 씨는 눈을 들어 그곳을 바라보았다. 용모가 기이한 청의 여동 두 사람이 앞에 서 있었다.
청의 여동이 사 씨에게 말했다. / “낭랑께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사 씨는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동은 누구요? 낭랑은 어디 계시는가? 일찍이 낭랑을 뵈온 적이 없었소. 부른다고 감히 갈 수가 있겠나?” / “부인! 어서 가시지요.”
사 씨는 청의를 따라 백여 보를 걸어갔다. 단장한 성곽과 높다란 대문이 나타났다. 마치 임금의 거처와 같았다. 사 씨가 삼층문 안으로 들어가니 전각들이 구름 속에 우뚝하였다. 유리 기와와 백옥 계단으로 꾸며 존엄하고 장려하였다.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것 같았다.
<중략>
“이 자리의 여러 부인들도 모두 역대의 현부와 열녀들이라오. 다행히 서로 잊지 않고 때때로 바람과 구름을 타고 와서 이렇게 회동을 하지요. 생전의 비환과 영욕 같은 것이야 지금 돌이켜 생각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소? 이로써 본다면 사람이 선을 행하지 않을지 언정 하늘이 어찌 선인을 저버리겠소?”
[A][“하물며 부인이 처한 경우는 옛날 불행하였던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라오. 유 씨는 본래 적선한 가문으로서 성의백의 유택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소. 소사는 충정한 선비였고 한림도 역시 군자다운 사람이오. 그러나 한림은 불행하게도 너무 일찍이 벼슬길에 올라 아직 천하의 사리를 두루 알지 못한다오. 따라서 하늘이 일시 재앙을 내려 한림을 크게 깨우쳐 주려 하고 있다오. 그 때문에 부인도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지요. 한림이 허물을 고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부인으로 하여금 돕게 하려는 것이랍니다. 하늘이 유 씨를 돕는 까닭이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지요. 부인은 어찌 그렇게도 편급하게 생각하고 계시는가? 부인은 스스로 ‘오명을 쓰고 있다’고 여기고 있소. 그러나 그것은 마치 부운이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다오. 부인을 해치려고 하는 자들이 한때 뜻을 얻어 음란과 사치를 일삼으며 즐거워하고 있소. 하지만 이는 하늘이 저들의 악행이 크게 자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죽임을 내리려고 하는 것이라오. 비유하자면 독사가 사람 해치기를 능사로 아는 것과 같고, 벌레가 분예를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과 같소. 부인은 무엇 때문에 저들과 곡직을 다투려 하십니까?”]
낭랑은 시녀에게 명하여 사 씨에게 차를 올리게 하였다.
잠시 후 다시 말했다. / “부인! 서둘러 돌아가시오.”
“첩은 갈 만한 곳이 없습니다. 낭랑께서 첩을 비루하게 여기시지만 않는다면 원컨대 시녀라도 되어 이 땅에 의탁하고자 합니다.”
낭랑이 웃으며 대답했다.
“부인은 훗날 자연히 이곳으로 오셔서 조대가, 맹덕요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오. 지금은 머무르기를 원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오. 남해도인은 그대와 숙세의 인연이 있소, 잠시 찾아가 몸을 의탁하도록 하시오. 이 또한 하늘의 뜻이라오.”
“첩이 듣건대 남해는 하늘 끝에 있으며 길도 매우 험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첩에게는 거마가 없고 또한 양식도 없습니다. 어떻게 그곳까지 갈 수가 있겠습니까?”
“인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어휘 풀이
*소사: 태자소사의 준말로 여기서는 사 씨의 시아버지를 이름.
*아환: 젊은 계집종을 이름.
*성의백: 주원장의 모사로서 명나라 건국에 기여했다. 유한림의 조상인 셈이다.
*분예: 똥과 거름.
*조대가: 반소, 황후와 귀인의 스승 노릇을 한 인물임.
*맹덕요: 맹광, 남편을 깍듯이 모셨다는 거안제미 고사의 주인공임.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독백을 통해 인물의 내면적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②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서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③ 외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인물의 성격을 제시하고 있다.
④ 비현실적 요소의 개입으로 사건 전개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⑤ 시간을 거슬러 가며 사건을 배열하여 갈등의 원인을 보여 주고 있다.
02 윗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수집한 <자료>이다. <자료>에 제시된 관점을 활용하여 윗글을 해석 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자료>
관점 1 : 김만중이 정계에서 활약한 숙종 재위 시기에는 서인과 남인이 번갈아 집권했다. 특히 그가 「사씨남정기」를 집필하던 때는 장희빈을 등에 업은 남인의 집권 시기였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정실을 내쫓은 숙종의 마음을 반성하게 하여 서인 정권을 회복하기 위해 쓴 것이다.
관점 2 : 「사씨남정기」는 일부다처제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처첩 간의 공존을 위해 요구되는 첩의 도덕적 규범을 계몽하는 등 지배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결혼관을 옹호하기 위해 쓴 것이다.
관점 3 : 「사씨남정기」는 당대의 사회적 모순인 가부장제하의 처첩 간의 대립과 갈등을 제시하기 위해 쓴 것이다.
① 〈관점 1〉에 따르면 교 씨는 장희빈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인물로 볼 수 있겠군.
② 〈관점 1〉에 따르면 유 한림은 정실을 내쫓은 숙종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인물로 볼 수 있겠군.
③ 〈관점 2〉에 따르면 교 씨가 사 씨의 정실 지위를 빼앗은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되겠군.
④ 〈관점 2〉에 따르면 사 씨가 교 씨를 첩으로 들이자고 한 행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겠군.
⑤ <관점 3>에 따르면 유 한림과 사 씨, 교 씨의 삼각관계는 처첩 간의 갈등을 드러내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있겠군.
03 [A]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등장인물의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②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를 드러내고 있다.
③ 지나온 사건의 감춰진 의미를 밝히고 있다.
④ 긍정적 미래를 제시하여 상대방을 위로하고 있다.
⑤ 다른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화자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04 ㉠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가정할 때, 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②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③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④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도움자료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06 김만중, 「사씨남정기」
01 ④ 02 ④ 03 ⑤ 04 ⑤
이 작품은 조선 시대 가부장적 사회를 배경으로 선인인 사 씨와 악인인 교 씨를 등장시켜 처첩 간의 갈등을 보여 주는 고전 소설이다. 여성이 지녀야 할 올바른 행실뿐만 아니라 악행에 대한 처벌이 필연적임을 강조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특히 정실 부인인 사 씨를 덕이 있고 고매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첩인 교 씨를 간사하고 영악한 인물로 그려 냄으로써 첩실을 허용하는 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 가정에서 생겨나는 갈등이 여자들 때문이라기보다는 무능한 가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면서 조선 후기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은근한 비판을 담고 있다.
사 씨의 덕행에 대한 칭송과 악행을 저지른 교 씨에 대한 징벌, 사필귀정(事必歸正)
전체 줄거리
유연수는 중국 명나라 세종 때 금릉 순천부에 사는 유현의 아들로 태어나 15세에 장원 급제하고 한림학사를 제수 받는다. 유 한림은 덕성과 재학(才學)을 겸비한 사 씨와 결혼하나 늦도록 후사가 없어 교 씨를 첩으로 맞아들인다. 교 씨는 천성이 간악한 인물로 아들을 낳자 정실이 되기 위해 사 씨를 참소한다. 결국 유 한림은 사 씨를 폐출하고 교 씨를 정실로 삼는다. 교 씨는 문객 동청과 모의하여 유 한림을 참소하여 유배시킨다. 이후 유 한림에 대한 혐의가 풀리자, 조정에서는 충신을 참소한 동청을 처형한다. 유 한림은 사방으로 사 씨의 행방을 찾다가 소식을 듣고 온 사 씨와 해후한다. 유 한림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간악한 교 씨를 처형하고 사 씨를 다시 정실로 맞아들인다.
01 작품의 종합적 이해 ④
이 장면에서 낭랑과 청의 여동은 선계에 속한 인물이므로 이들의 등장은 비현실적 요소의 개입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사건 전개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① 해당 지문에는 인물의 독백이 나오지 않는다.
② 부분적으로 짧고 간결한 문장이 보이지만, 서사 진행 속도는 사 씨가 환상에 빠져 있는 동안 지연되고 있으므로 빠른 진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③ 청의 여동에 대한 간략한 묘사가 나오지만, 성격의 제시로 보기는 어렵다.
⑤ 갈등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간을 거슬러 가며 사건 을 배열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02 외적 준거에 따른 새로운 가치 발견 ④
〈관점 2〉는 남성 중심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입장에서 처첩 간의 공존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사 씨가 교 씨를 첩으로 들인 일 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① 이 소설이 창작 시기의 정치 상황을 풍자하기 위해 쓴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교 씨는 장희빈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인물로 볼 수 있다.
② 이 소설이 숙종이 후궁인 장희빈을 왕비로 책봉한 것을 풍 자하기 위해 쓴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유 한림은 숙종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인물로 볼 수 있다.
③ <관점 2〉는 남성 중심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입장에서 첩 의 도덕적 규범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첩인 교 씨가 사 씨를 내쫓은 일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⑤ <관점 3>은 처첩 간의 대립과 갈등을 이 소설의 주제로 보 는 관점이므로, 이 소설은 처첩 간의 대립과 갈등 제시를 위해 쓴 것이 된다.
03 인물의 성격, 태도 파악 ⑤
낭랑은 사 씨와 역대의 현부, 열녀의 차이점을 밝혀 사 씨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므로 화자인 낭랑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① 유 한림 등 등장인물의 상황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② 유 한림의 행동에 대한 낭랑의 평가가 드러나 있다.
③ 낭랑은 사 씨가 고난을 겪는 이유를 유씨 가문의 역사와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④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제시하여 사 씨를 위로하고 있다.
04 반응의 적절성 파악 ⑤
사 씨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아가던 두 부인이 장사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회사정에서 몸을 던질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리’가 들리고 그로부터 사 씨는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하게 되므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이 가장 잘 어울린다.
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사고가 난 후에 대책을 세운다는 뜻으로, ㉠의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②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아무 관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됨을 뜻하는데, ㉠은 의심을 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③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필요성을 느낀 사람이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인데, 사 씨가 ㉠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낸 것이 아니므로 적절하지 않다.
④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자식 많은 사람은 걱정이 떠날 날이 없다는 뜻인데, 사 씨는 자식이 없으니 이와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