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상공이 신부를 데리고 길을 떠나 날이 저물매, [객점]에 들어가 신랑과 신부를 데리고 한방에 들어가더라.
신부 무릎께를 뻗고 앉을새, 그 용모를 보니 형용흉칙하여 보기를 염려론지라. 얽기는 고석 같고 붉은 중에 입과 코가 한데 닿고, 눈은 달팽이 구멍 같고 치불거지고, 입은 크기가 두 주먹을 넣어도 오히려 넉넉하며, 이마는 메뚜기 이마 같고, 머리털은 짧고 심히 부하니 그 형용을 차마 보지 못할러라. 상공과 신랑이 한번 보매, 다시 볼 길 없어 간담이 떨어지는 듯하고 정신이 없어 두 눈이 어두운지라. 상공이 겨우 정신을 차려 다시금 생각하되,
‘사람이 이같이 추비하니 응당 규중에서 늙힐지언정 남의 집에 출가치는 아니할 터이로되, 구태여 나를 보고 허혼하였으니 이 사람이 필연 아는 일이 있을 터이요 또한 인물은 이러하나 이 또한 인생이라. 만일 내가 박대하면 더욱 천지간 버린 사람이 될 것이니, 아무커나 내가 중히 여겨야 복이 되리라.’
하고, 시백더러 가로되,
“오늘날 신부를 보니 내 집이 복이 많고, 네 몸에 무궁한 경사가 있을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
하고, 행로(行路)에 참참이 신부의 마음을 편케 하며 음식도 각검하더라.
여러 날 만에 집에 들어올새, 일가 친척이며 장안 대신댁 부인들이 신부 구경하러 많이 모였는지라. 그러구러 신부 들어와 무릎께를 벗고 [중당]에 앉으니, 그 형용이 어떻다 하리오.
한 번 보매 침 뱉으며 미소하고 수군수군하다가, 일시에 물결같이 헤어지나, 상공은 희색이 만면하여 [외당]에 앉아 손님을 대하여 신부의 덕행을 자랑하더라.
상공의 부인이 상공더러 가로되,
“대감께서 한낱 자식을 두어 허다한 장안규수를 다 버리고 허망한 산중 사람의 말을 들어 자식의 일생을 그르치니, 남도 부끄럽고 집안도 낭패할지라. 다시 생각하시어 도로 보내고, 다른 가문에 구혼하여 어진 며느리를 얻으면 어떠하오리까?”
상공이 대노하여 부인을 꾸짖어 가로되,
“사람이 아무리 절색이라도 행실이 없으면 사람이 공경하지 아니하나니, 이러므로 전하는 말이 양귀비 절색이로되 나라를 망치었으니, 오늘날 신부는 내 집의 복이라. 어찌 색만 취하고 덕을 모르리오. 또 우리 부부 만일 불안히 여기면 자식과 집안을 어떻게 조섭(調攝)하리오. 이제는 내 집이 빛날 때를 당하였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오. 이런 말을 다시 내지 말고, 부디 십분 잘 섬기소서.”
부인이 어찌 사랑하며, 또한 범인이라 그 어찌 소견이 넉넉하리오.
이러므로 부인이 미워하고, 시백이 또한 내방에 거처를 전폐하니, 비복들도 박 씨를 또한 박대하더라.
박 씨 독부가 되어 슬픔을 머금고, 매일 밥만 먹고 잠만 자며 매사를 전폐하니, 일가가 더욱 미워하며 꾸지람이 집안에 가득하되, 다만 상공을 꺼려 면을 못하는지라. 상공이 이 기미를 알고, 노복을 꾸짖어 각별 조섭하며 극히 엄하더라.
또한 시백을 불러 꾸짖어 가로되,
[A] [“대법한 사람이 덕을 모르고 색만 취하면 신상에 복이 없고 집안이 망하니, 네 이제 아내를 얼굴이 곱지 않다 하여 구박하니, 범절이 이러하고 어찌 수신제가 하리오. 옛날 제갈공명의 처 황 씨(黃氏)는 인물이 비록 추비 하나 덕행이 어질고 천지조화 무궁한지라. 이러므로 공명이 화락하여 어려운 일을 의논하여 만고에 어진 이름을 유전하였으니, 네 처는 신선의 딸이요 덕행이 있으며 또한 조강지처는 불하당이라하였으니, 무죄하고 덕 있는 사람을 어찌 박대하리오. 비록 금수라도 부모 사랑하시면 자식이 또한 사랑한다 하니 하물며 사람이야 일러 무엇하리오. 네 만일 일양 박대하면 이는 나를 박대함이라.”]
[중략 줄거리] 박씨는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여 가산을 일으키고 시백의 장원급제를 도운 뒤 그 동안의 허물을 벗고 절대가인이 된다.
이튿날 되매 시백이 피화당 근처로 배회하며, 방에는 감히 들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되,
‘어서 해가 지면 오늘 밤에는 들어가 전일 박대하고 잘못한 말을 먼저 말하리라.’
황혼을 당하매, 시백이 의관을 정제하니 마음 죄이는 증은 어제보다 조금 나았으나 생각하던 말은 입을 열어 할 도리 없는지라. 박 씨는 더욱 단정히 앉아 위엄이 씩씩하니 이른바 지척이 천리라.
설마 장부가 되어서 처자에게 박대함이 있다 한들 그다지 말 못할 바가 아니로되 3, 4년 부부간 지낸 일이 참혹할 뿐, 박 씨 또한 천지 조화를 가졌으니 짐짓 시백으로 말을 붙이지 못하게 위엄을 베품이라.
㉠이러하기를 여러 날을 당하매, 시백이 철석간장인들 어찌 견디리오. 자연 병이 되어 식음을 전폐하고 형용이 초췌하니, 어화 이 병은 편작(扁鵲)인들 어이하리오. 승상이 전념하여 조심하시고 일가 황황한들 시백이 말을 감히 못하고 박 씨 혼자 아는지라.
하루는 박 씨 황혼을 당하매, 계화로 하여 시백을 청하는지라. 시백이 박 씨 청함을 듣고 전지도지(顚之倒之)*하여 [피화당]에 들어가니, 박 씨 안색을 단정히 하고 말씀을 나직히 하여 가로되,
[B][“사람이 세상에 처하여 어려서는 글 공부에 잠심하여 부모께 영화와 효성으로 섬기며, 취처하면 사람을 현숙히 거느려 만대 유전함이 사람의 당당한 일이온대, 군자는 다만 미색만 생각하여 나를 추비하다 하여 인류에 치지 아니하니, 이러하고 오륜에 들며 부모를 효양하오리까. 이제는 군자로 하여금 여러 날 근고할 뿐 아니라, 군자로 마음이 염려되어 전의 노정을 버리고 그대를 청하여 말씀을 고하나니, 일후는 수신제가하는 절차를 전같이 마옵소서.”]
하고 말씀이 공손하니 시백이 이때를 당하여 마음이 어떻다 하리요. 공순 답하여 가로되,
“소생이 무지하여 그대에게 슬픔을 끼치니 이제는 후회막급타. 부인이 이렇듯 해로하시니 무슨 한이 있으리오.”
* 전지도지(顚之倒之): 엎드러지고 곱드러지며 아주 급히 달아나는 모양.
- 작자미상, 「박씨전」-
35.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상공은 인물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보이고 있다.
② 승상과 일가에서는 시백이 아픈 이유를 알지 못했다.
③ 상공 부인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여 혼사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한다.
④ 박 씨는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비복들의 조력으로 견뎌낸다.
⑤ 시백은 자신의 결심과는 달리 박 씨에게 먼저 화해를 청하지 못하고 있다.
36.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는 [B]와 달리 자신의 실수를 언급하며 상대를 달래고 있다.
② [A]와 [B]는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상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③ [A]는 [B]와 달리 자신의 처지를 강조하며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④ [A]는 유교적 명분을 들어 질책하고 있고, [B]는 유교적 명분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⑤ [A]에서는 과거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을, [B]에서는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한탄을 하고 있다.
37. 윗글의 내용을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보기>와 같이 정리했을 때, 이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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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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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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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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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화당 | |||
① ㉱에서 ‘시백’은 ㉮에서 비롯된 ‘박 씨’에 대한 마음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② ㉮에서는 ‘박 씨’의 외모가 드러나고 ㉱에서는 ‘박 씨’의 인품이 드러난다.
③ ㉮에서의 ‘승상’의 결심은 ㉰에서 ‘박 씨’에 대한 태도로 나타난다.
④ ㉯에 있는 ‘박 씨’를 본 ‘부인들’과 ㉰의 ‘상공’은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⑤ ㉱에서 드러나는 ‘시백’의 태도는 ㉰의 ‘승상’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생긴 것이다.
38. 윗글을 읽은 독자가 ㉠에 대해 <보기>와 같이 반응하였다고 할 때, ( )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시백이 그동안 얼마나 ( ) 했을지 짐작할 수 있군.”
① 군자삼락(君子三樂) ② 노심초사(勞心焦思)
③ 이심전심(以心傳心) ④ 견강부회(牽强附會)
⑤ 풍수지탄(風樹之嘆)
도움자료
35 ④ 36 ④ 37 ⑤ 38 ②
[35~38] <출전> 작자 미상,「박씨전」
35. [출제의도] 소설의 내용 이해하기
박 씨는 추비한 외모로 인해 일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으며, ‘비복들도 박 씨를 또한 박대하더라.’라는 구절을 보아 박 씨가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비복들의 조력으로 견뎌냈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① 박 씨의 외모가 매우 추비한데도 불구하고, 혼인을 허락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박 씨를 며느리로 맞이하는 것으로 보아 상공은 인물을 보는 남다른 안목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② 시백이 병에 걸렸어도 ‘승상이 전념하여 조심하시고 일가 황황한들 시백이 말을 감히 못하고 박 씨 혼자 아는지라.’의 내용으로 보아 승상과 일가에서는 시백이 아픈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③ 부인이 ‘남도 부끄럽고 집안도 낭패’하기 때문에 ‘다른 가문에 구혼하여 어진 며느리를 얻으면 어떠하오리까?’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상공 부인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여 혼사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⑤ 시백이 ‘해가 지면 오늘 밤에는 들어가 전일 박대하고 잘못한 말을 먼저 말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화해를 청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결심과는 달리 먼저 화해를 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6. [출제의도] 말하기 방식 이해하기
[A]에서 상공은 시백에게 ‘박 씨를 얼굴이 곱지 않다 하여 구박하니 범절이 이러하고 어찌 수신제가하리오.’라며 유교적 명분을 들어 질책하고 있고, [B]에서 박 씨는 ‘부모께 영화와 효성’으로 섬겨야 하고, ‘일후는 수신제가하는 절차를 전같이 마옵소서.’와 같이 유교적 명분에 충실할 것을 상대에게 당부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37. [출제의도] 서사의 전개 과정 이해하기
‘피화당’에서는 박 씨가 그동안 외모로 인해 자신을 멀리하는 등의 시백의 잘못을 밝히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백은 그동안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며 미안해 하고 있다. 따라서 ‘피화당’에서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시백의 태도는 ‘외당’의 상공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① ‘객점’에서 형용흉칙한 박 씨의 외모를 본 이후 시백은 박 씨를 박대하였으며, ‘피화당’에서 박 씨를 마주하여 박 씨를 박대한 것에 대해 ‘후회막급’이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②‘객점’에서는 박 씨의 형용흉칙한 외모가 드러나고 있으며 ‘피화당’에서는 박 씨가 그 동안의 서러움에도 불구하고 시백과의 회포를 풀고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에서 박 씨의 인품을 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③ ‘객점’에서 박 씨를 박대하지 않겠다는 승상의 결심은 ‘외당’에서 손님들에게 박 씨의 덕행을 칭찬하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④ ‘중당’에서 무릎께를 벗고 있는 박씨의 모습을 본 부인들은 수군대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외당’의 상공은 박 씨의 덕행을 손님들에게 칭찬하며 박 씨를 두둔하는 것으로 보아 적절한 진술이다.
38. [출제의도] 상황에 어울리는 한자성어 이해하기
앞 뒤 상황을 통해 시백이 여러 날 동안 박 씨에게다가가지 못하고 마음을 태우다 병이 났음을 짐작할 수 있으므로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다.’는 뜻의 노심초사(勞心焦思)가 적절하다.
① 군자삼락(君子三樂):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이르는 말, ③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에서 마음이 통한다는 뜻, ④ 견강부회(牽强附會):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뜻, ⑤ 풍수지탄(風樹之嘆): 효도하고 싶을 때 이미 부모를 여의고 효행을 다하지 못하는 자식의 슬픔을 나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