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가 양산군과 함께 후원에 가 놀고 돌아와 병이 나샤 기운이 불평하시니 실로 안타깝고 답답하여이다.”
“약을 드시지 않으시면 신체 안위를 어느 때에 회복하시리잇고?”
하며 약그릇을 받들어 간곡히 권하니, 태자가 마지못하여 약을 받아 마시니, 가련하다! 어린 태자가 독약이 장위(腸胃)에 들어가니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
“태자가 병세 위중하시니 신첩이 너무나 황공하나이다.”
하고 나와 부마를 청하여 귀에 대고 계교를 가르치니, 부마가 기꺼 양산군을 보고 왈,
“내 들으니 정렬부인이 만삭에 낙태하여 위급하다 하더이다.”
양산군이 그 말을 듣고 대경하여 급히 나오려 하더니, 홀연 한 궁녀가 고하되,
할 즈음에 천자가 들으시고 대성통곡(大聲痛哭)하여 양산군을 부르샤 한가지로 태자궁으로 들어가시는지라.
“국가에 망극한 변(變)이 있사와 선생을 뵈옵고자 함이니이다.”
“이제 태자가 별세하시고 궐중에 대변(大變)이 난 줄 내 이미 짐작하고 회생하는 약을 가져왔으니, 가져다가 태자의 입에 넣으면 회생하리니 빨리 가서 구하고, 더디지 말라.”
하고 갑자기 사라지거늘, 양산군이 공중을 향하여 사례하고 [궐내]를 향하여 들어오더라.
차시 공주가 태자를 독살하였으나 부마가 죽고 의논할 사람이 없으니 정히 답답하더니, 일계를 생각고 궐내에 들어가 울며 상께 아뢰니,
상이 진노하샤 급히 한영을 잡아들여 엄히 국문하시니, 한영이 아뢰는 말이 또한 공주의 말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지라. 상이 크게 의심하시더니 김응철이 아뢰길,
상이 들으시고 반신반의(半信半疑)하샤 결정을 유보할 즈음에 양산군이 들어오거늘, 상이 문왈,
* 반수기앙(反受其殃) : 남에게 재앙을 입히려다 오히려 재앙을 당함.
① 배경 묘사를 활용하여 특정 인물의 심리를 암시하고 있다.
② 특정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평가와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③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서사를 빠르게 전개시키고 있다.
④ 대화를 통해 악인의 교활한 면모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두 인물의 상반된 진술이 드러나 있다.
36. <보기>는 윗글의 주요 공간 및 관련 인물을 구조화한 것이다.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주인공은 ‘태자의 죽음’을 알게 된 후 A로 이동하게 된다.
② 적대자는 B의 동조자에게 ‘부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주인공을 해칠 것을 지시한다.
③ 조력자는 ‘태자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입궐하지만 C에서 기다리던 동조자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된다.
④ 적대자는 D에서 ‘태자의 죽음’과 ‘부마의 죽음’을 모두 주인공 탓으로 돌린다.
⑤ 주인공은 D로 이동하여 ‘태자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밝힌다.
37.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영웅소설은 도식성과 환상성이라는 특징을 지니는데, 영웅의 위기와 극복 과정은 도식성에, 초월적 존재의 개입은 환상성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진옥전’의 경우, 애정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로 확장되면서 해소된 듯한 갈등이 재발하고, 신이한 존재의 능력이 부각되는 등 도식성과 환상성이 강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독자층을 고려한 결과로도 볼 수 있는데, 위기 상황의 반복은 독자들에게 긴장감과 함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신이한 존재의 개입에 의한 갈등 해소는 독자들의 긴장감을 이완시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① ‘천자의 지위를 빼앗’으려는 행위는 인물 간의 애정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로 확장된 것이자 도식성이 강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군.
② ‘독약’을 태자의 ‘탕약에 타’는 대목에서 독자들은 긴장하면서도 이후 전개될 내용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군.
③ 신이한 존재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영웅 소설의 환상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군.
④ 위기 상황을 ‘미리 짐작’하고 ‘회생하는 약을 가져’온 행위는 초월적 존재의 능력이 부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군.
⑤ ‘한영’을 ‘잡아들여 엄히 국문’하는 장면에서 독자들의 심리는 급속히 이완되어 안정감을 찾겠군.
38. ㉠과 ㉡의 서사적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을 통해 인물은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고, ㉡을 통해 인물에 대한 다른 인물의 신뢰가 유지된다.
② ㉠을 통해 인물은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게 되고, ㉡을 통해 인물은 과거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③ ㉠을 통해 인물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게 되고, ㉡을 통해 상황에 대한 인물의 판단이 유보된다.
④ ㉠을 통해 인물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고, ㉡을 통해 인물이 모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⑤ ㉠을 통해 인물 간의 대립은 완화되고, ㉡을 통해 인물 간의 긴장이 고조된다.
도움 자료
35 ① 36 ② 37 ⑤ 38 ①
[고전소설]
[35~38] <출전> 작자미상,「김진옥전」
35. [출제의도] 서술상의 특징 이해하기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암시하는 부분이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은 진술이다.
② ‘일세성군이 될지라.’,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 등을 통해 적절한 진술임을 알 수 있다. ③ 부마와 공주가 계략을 모의하는 장면, 태자에게 독이 든 탕약을 권하는 장면, 부마와 태자의 죽음, 화산도사의 도움, 천자의 국문 장면, 양산군이 태자를 살리는 장면, 역모에 가담한 자들의 처벌 등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비교적 빠른 서사 전개를 드러내고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④ 태자에게 독이 든 탕약을 먹인 공주가 천자에게 “태자가 병세 위중하시니 신첩이 너무나 황공하나이다.”라고 말하는 부분, 부마가 양산군에게 “정렬부인이 만삭에 낙태하여 위급하다 하더이다.”라며 거짓을 말하는 부분 등을 통해 적절한 진술임을 알 수 있다. ⑤ 우양공주는 천자에게 ‘태자를 독살하고 천자의 지위를 도모’했다고 말하며 양산군이 역모를 꾀했다고 모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김응철은 ‘공주가 태자를 독살하여 승하하시게 한 후 모역하려다가’라고 말하며 우양공주가 역모를 꾀했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36. [출제의도] 서사의 흐름 이해하기
‘매복하였던 복병이 양산군이 나오는 줄 알고 내달아 일시에 창검을 들어 죽이고 보니 양산군이 아니요, 부마 전여선이라. 모두 대경실색하여 아모리 할 줄 모르더라.’를 통해 부마는 ‘동조자’의 착각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므로 적절하지 않은 진술이다.
① 양산군은 태자가 승하했다는 궁녀의 말을 들은 후 천자의 부름을 받고 천자와 함께 태자궁으로 이동하게 되므로 적절한 진술임을 알 수 있다. ③ 태자의 죽음을 듣게 된 김응철은 황화문 밖에서 수문장과 복병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되므로 적절한 진술임을 알 수 있다. ④ 공주는 궐내로 들어가 천자에게 ‘양산군이 환자로 더불어 동모하여 먼저 태자를 독살하고 천자의 지위를 도모하다가, 부마가 알고 들어오매 황상께는 미처 범치 못하고 먼저 애매한 부마를 해하니이다.’라고 말했으므로 적절한 진술임을 알 수 있다. ⑤ ‘양산군이 태자의 급하심을 보고 회생하실 약을 구하러 갔던 일을 아뢰고’를 통해 적절한 진술임을 알 수 있다.
37. [출제의도] 외적 준거를 참고하여 작품 감상하기
<보기>에 따르면 주인공이 신이한 존재의 도움으로 위기가 해소될 때 독자들의 긴장이 급속히 이완된다고 했으며, ‘한영’을 ‘잡아들여 엄히 국문’하는 장면은 신이한 존재와는 관련이 없으며, 사건 또는 갈등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자의 심리적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다. 따라서 적절하지 않은 진술이다.
① 우양공주가 천자의 지위를 빼앗고자 한 것은 양산군에 대한 시기심으로부터 비롯된 행위이며 이러한 시기심은 공주와의 결혼을 거부했던 양산군의 과거 행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공주의 계략을 통해 주인공이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되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② 우양공주가 태자의 탕약에 독약을 타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양산군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다. 이는 영웅이 다시 위기에 몰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은 긴장하면서도 이후의 사건 전개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③ 화산도사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그가 신이한 존재임을 드러내는 것이자, 영웅소설의 환상성과 관련이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④ 초월적 존재인 화산 도사는 양산군이 처한 위기 상황을 미리 인식하고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환약을 가져온다. 이는 초월적 존재의 능력이 부각된 것이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38. [출제의도] 소재의 기능 파악하기
양산군은 ‘일봉서’를 통해 우양공주의 계략을 알게 되고, 양산군에 대한 우양공주의 모함에도 불구하고 ‘환약’을 통해 태자를 살림으로써 양산군에 대한 천자(황제)의 신뢰가 유지된다. 따라서 적절한 진술이다.
② ‘환약’은 인물의 과거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환약’을 통해 인물이 과거의 상황을 떠올린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③ 천자는 우양공주와 김응철의 상반된 주장을 듣고 판단을 유보하지만, 양산군이 돌아와 ‘환약’으로 태자를 되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역모를 모의한 사람들을 벌하게 되었으므로 적절하지 않은 진술이다. ④ 양산군이 ‘환약’을 통해 우양공주의 모함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진술은 적절하지만, ‘일봉서’를 통해 우양공주의 계략을 알게 되었으므로 ‘일봉서’를 통해 인물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