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A] [하늘이 만드심을 일정 고루 하련마는
어찌 된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고]
삼십 일에 아홉 끼니 얻거나 못 얻거나
십 년 동안 갓 하나를 쓰거나 못 쓰거나
안표(顔瓢)*가 자주 빈들 나같이 비었으며
원헌(原憲)*의 가난인들 나같이 극심할까
[가][봄날이 따뜻하여 뻐꾸기가 보채거늘
동편 이웃 쟁기 얻고 서편 이웃 호미 얻고
집 안에 들어가 씨앗을 마련하니
올벼 씨 한 말은 반 넘게 쥐 먹었고
기장 피 조 팥은 서너 되 부쳤거늘
춥고 주린 식구 이리하여 어이 살리]
㉠이봐 아이들아 아무쪼록 힘을 써라
죽 웃물 상전 먹고 건더기 건져 종을 주니
눈 위에 바늘 젓고 코로는 휘파람 분다
올벼는 한 발 뜯고 조 팥은 다 묵히니
싸리피 바랭이*는 나기도 싫지 않던가
환곡 장리는 무엇으로 장만하며
㉡부역 세금은 어찌하여 차려 낼꼬
이리저리 생각해도 견딜 수가 전혀 없다
장초(萇楚)의 무지(無知)*를 부러워하나 어찌하리
시절이 풍년인들 아내가 배부르며
㉢겨울을 덥다 한들 몸을 어이 가릴꼬
베틀 북도 쓸 데 없어 빈 벽에 남겨 두고
㉣솥 시루도 버려두니 붉은빛이 다 되었다
세시 삭망 명일 기제는 무엇으로 제사하며
㉤원근 친척 손님들은 어이하여 접대할꼬
이 얼굴 지녀 있어 어려운 일 하고많다
이 원수 가난귀신 어이하여 여의려뇨
[나][술에 음식을 갖추고 이름 불러 전송하여
길한 날 좋은 때에 사방으로 가라 하니
웅얼웅얼 불평하며 화를 내어 이른 말이
어려서 지금까지 희로애락을 너와 함께하여
죽거나 살거나 여읠 줄이 없었거늘
어디 가 뉘 말 듣고 가라 하여 이르느뇨
우는 듯 꾸짖는 듯 온가지로 협박커늘
돌이켜 생각하니 네 말도 다 옳도다]
무정한 세상은 다 나를 버리거늘
네 혼자 신의 있어 나를 아니 버리거든
위협으로 회피하며 잔꾀로 여읠려냐
[B] [하늘 만든 이내 가난 설마한들 어이하리
빈천도 내 분수니 서러워해 무엇하리]
「탄궁가(嘆窮歌)」 -
* 안표 : 안회(顔回)의 표주박. 안회는 한 소쿠리 밥과 한 표주박 물로 누항에 살면서도 즐거워하였음.
* 원헌 : 공자의 제자로 궁핍함 속에서도 청빈하게 살았음.
* 싸리피, 바랭이 : 잡초의 일종.
* 장초의 무지 : 시경에 나오는 말. 부역으로 고통 받던 백성들 이, 무지하여 근심 없는 장초 나무를 부러워하였음.
43.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설득적 어조로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추상적 소재를 열거하여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③ [가]는 과거 상황에 대한 그리움이, [나]는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 있다.
④ [가]는 관념적인 문제를, [나]는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제시되어 있다.
⑤ [가]는 현실 타개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탄식이, [나]는 의인화된 대상과의 대화가 나타나 있다.
44.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열심히 일해 달라는 부탁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벗어나려는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② ㉡ : 부역과 세금을 감당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으로, 백성으로서의 의무를 모면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③ ㉢ : 겨울이 따뜻하다고 해도 몸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으로, 겨울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옷가지도 부족함을 보여 준다.
④ ㉣ : 솥 시루를 방치해 두어 녹이 슬었다는 것으로, 떡과 같은 음식을 해 먹을 형편이 아님을 보여 준다.
⑤ ㉤ : 친척들과 손님들을 접대할 방도가 없다는 것으로, 도리를 다할 수 없을 것에 대한 염려가 반영되어 있다.
45. [A]와 [B]에 주목하여 윗글을 감상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의 ‘일정 고루 하련마는’에 나타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화자의 신념이 [B]의 ‘하늘 만든 이내 가난’에 이르러서 강화되어 있군.
② [A]의 ‘어찌 된 인생이’에 나타난 화자의 비관적 인생관이 ‘싸리피 바랭이’에 이르러서는 낙관적 세계관으로 변화되어 있군.
③ 화자의 가난한 삶이 [A]의 ‘이다지도 괴로운고’에서는 탄식의 대상이지만 [B]의 ‘서러워해 무엇하리’에 이르러서는 체념적 수용의 대상으로 변모되어 있군.
④ ‘부러워하나 어찌하리’에 나타난 화자의 열등감이 [B]의 ‘설마한들 어이하리’에 이르러서는 우월감으로 극복되어 있군.
⑤ ‘이 얼굴 지녀 있어’에서는 화자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나 [B]의 ‘빈천도 내 분수니’에 이르러서는 그 자신감이 약화되어 있군.
43. ⑤ 44. ② 45. ③
[43~45] 고전 시가 - 정훈, ‘탄궁가’
지문해설 : 이 작품은 빈곤한 생활상을 소재로 하여 궁핍함을 벗어날 수 없음을 탄식하면서도 그것을 수용하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는 가사 작품이다. 가난한 생활의 모습이 일상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가난을 의인화한 ‘궁귀’와의 대화를 통해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가난으로 인한 고통과 이를 수용하려는 자세
43. 표현상 특징 파악
정답해설 : [가]에는 봄이 되어 농사를 지으려니 농기구도 없어서 빌려와야 하고, 농기구를 빌려 와 씨앗을 찾아보니 볍씨 한 말은 쥐가 반 이상 먹어버렸고, 기장, 피, 조, 팥은 겨우 서너 되 남아 있어 춥고 굶주린 식구가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의 어려움과 탄식이 드러나 있다. [나]에는 술과 음식을 갖추어 (가난귀신의) 이름을 부르며 전송하면서 “좋은 날 좋은 때에 사방으로 가라”라고 하니, (가난귀신이) 불평하며 화를 내면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면서 죽든지 살든지 이별할 일이 없었는데 어디 가서 누구의 말을 듣고 가라고 하는 것이냐”며 우는 듯 꾸짖는 듯 협박하는 의인화된 가난귀신과 화자와의 대화가 나타나 있다. 정답 ⑤
[오답피하기] ① [나]에서 가난귀신의 말에 설득적 어조가 있지만, 이것을 화자의 의지로 보기는 어려우며, [가]에는 설득적 어조로 화자의 의지를 드러낸 부분이 나타나지 않는다. ② [가]에는 구체적인 소재(쟁기, 호미, 올벼, 기장, 피, 조, 팥 등)가 열거되어 있고, [나]에는 추상적인 소재(가난귀신)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열거되어 있지는 않다. ③ [가]에는 궁핍한 현재 상황이 드러나 있고, [나]에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화자의 소망이 대화 형식으로 드러나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보다는 오히려 ‘돌이켜 생각하니 네 말도 다 옳도다’라는 표현에서 현재 상황을 수용하고자 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④ [가]에는 농기구도 없고, 농사지을 씨앗도 없고, 남은 곡식도 없다는 구체적인 문제가 드러나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드러나 있지 않다. [나]에는 술과 음식을 갖추어 가난귀신을 떠나게 하고자 하는 모습이 드러나 있지만, 이것을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44. 구절의 의미 파악
정답해설 : ㉡은 부역과 세금을 감당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말로, 이는 백성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나 그조차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의미이지, 가난을 핑계로 백성으로서의 의무를 모면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답 ②
[오답피하기] ① ㉠은 종들에게 어려운 여건이지만 열심히 일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마음이 담겨 있다. ③ ㉢은 남들에게는 (예년에 비해) 더운 겨울이라 하더라도 의복이 제대로 없는 자신에게는 춥고 고통스러움을 표현한 것이다. ④ ㉣은 당장 먹고 살 양식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떡과 같은 음식을 해 먹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임을 표현한 것이다. ⑤ ㉤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찾아 온 친척들을 대접할 것이 없는 상황에 대해 탄식하는 것이다.
45. 감상의 적절성 평가
정답해설 : [A]에서 화자는 하늘이 만든 자신의 가난한 인생에 대해 ‘이다지도 괴로운고’라며 탄식하고 있고, [B]에서 화자는 빈천도 자신의 분수이니 ‘서러워해 무엇하리’라며 가난에 대해 체념하며 수용하고 있다. 정답 ③
[오답피하기] ① [B]의 ‘하늘 만든 이내 가난’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운명적으로 인식하려는 화자의 태도가 나타난 것이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신념이 강화된 것은 아니다. ② 나기 싫지도 않은지 너무도 잘 나는 잡초 ‘싸리피 바랭이’는 화자의 비참한 상황을 더욱 강조하는 소재이므로 화자의 낙관적 세계관이 변화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④ ‘부러워하나 어찌하리’에는 화자의 열등감이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환곡 장리, 부역, 세금 등을 감당할 방법이 없어 괴로운 자신의 처지가 드러나 있으며, ‘설마한들 어이하리’에는 우월감이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 대한 체념의 정서가 드러나 있다. ⑤ ‘이 얼굴 지녀 있어’는 화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풍년에도 배고프고, 겨울에도 몸을 가릴 옷이 없고, 베틀 북도 솥시루도 쓸 일이 없으며, 제사도 못 지내고 손님 접대도 할 수 없는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빈천도 내 분수니’는 자신감이 약화된 표현이 아니라 가난에 대한 체념과 수용의 태도가 드러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