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경기도 장단의 선비 김 주부는 조정의 간신배들이 자신을 해치려 하자 무남독녀 매화를 남장시켜 길에 버리고 구월산으로 몸을 피한다. 조 병사의 집에서 그의 아들 양유와 함께 자란 매화는 양유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병사가 매화의 근본을 알기 위해 그녀의 고향으로 가자 양유의 계모 최 씨는 매화를 상처(喪妻)한 동생과 혼인시키기 위해 미리 사람을 매수하여 거짓으로 김 주부와 매화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린다.
병사 주모더러 물어 가로되,
“이곳에 김 주부라 하는 재인이 있느냐?”
주모가 가로되,
“수년 전에 도망하였삽더니 듣사오니 제 딸 매화 남복을 입히고 황해도 연안 지경에 있단 말을 들었나이다.”
병사 이 말을 들으니 다시는 의혹이 없는지라. 그날 밤을 겨우 지내어 말을 몰아 집에 돌아와 부인께 답하여 가로되,
“만일 부인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고 혼사를 하였던들 사대부 집안에 대단 우세할 뻔하였도다. 매화는 천인 자식이라, 내쫓으라.” / 한대, 부인이 가로되,
“매화 아무리 천인의 자식이라도 혼사 아니 하면 무슨 허물 있으리까?”
병사 또 학당에 가 양유를 불러 가로되,
“매화로 더불어 공부하던 일이 분하도다. 앞으로는 매화를 대면치 말라.”
하시거늘 양유 이 말을 듣고 정신이 아득하여 엎어지며 가로되,
“매화로 백년가약을 맺었더니 천인이란 말인가?”
주야로 애통하여 눈물로 세월 보내더라.
각설이라. 매화 이 말을 듣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며 가로되,
“내 팔자야 무슨 일로 부모를 이별하고 남의 집에 의탁하매 천인이라 구박 자심하니 이내 몸이 여자라 어디 가서 의탁하리오.”
눈물 금치 못하니 옥란이도 비감하여 매화를 위로하여 가로되,
“마오 마오, 우지 마오, 낭자의 우는 거동 차마 못 보겠소. ㉠아무리 자탄한들 낭자의 근본 뉘 알리오. 제발 덕분에 우지 마오.”
이렇듯이 위로할 제, 매화 울음을 그치고 필연을 내어놓고 편지를 써서 옥란이를 주며 가로되,
“이 편지를 학당에 전하라.”
옥란이 편지를 가지고 학당에 나가 도련님 전에 올리니, 양유 그 글을 받아 보니 하였으되,
‘백옥이 진토 중에 묻혀 있고 ㉡명월이 흑운에 가리었으니 안목이 어찌 알리오. 설리한매✽가 어찌 높은 양유를 더위잡아✽ 인연을 맺으리오. 분하도다 분하도다. ㉢거문고 칠 줄은 아지 못하고 도리어 오동 복판을 나무라는도다.’
하였거늘 양유 그 필적에 크게 놀라 가로되,
‘매화는 사부(士夫)의 후예라 어찌 천인이라 하리오. 부친이 노망하여 길흉을 모르시니 어찌 원통치 아니하리오.’
하고 답장을 써 보내니라. 매화 답서를 받고 보니 하였으되, ‘백옥이 진토 중에 빠져도 서로 닦으면 빛이 나고, 명월이 흑운에 가려도 밝을 때가 있나니, 설중의 매화 서러워 마라. 탐화봉접✽이 연분이 되면 꾀꼬리 인연 삼아 백년해로하리로다.’ 하였더라. 매화 보기를 다하매 양유와 부부가 될까 하여 마음이 간절하더니, 하루는 최 씨 부인이 매화더러 가로되,
“병사가 너를 쫓아내라 하시니 저러한 여자가 어디 가리오.”
거짓 눈물을 흘리며,
“불쌍하다 매화야. 너로 하여금 정을 붙여 세월 보내더니 어 찌 이별하리오.” / 위로하여 가로되,
“나의 동생 상처(喪妻)하고 아직 혼사를 정치 못하였으니 너와 부부 되어 백년해로하면 어떠하리오.”
매화 변색되어 대답하여 가로되,
“아무리 천인의 자식이라고 부모의 명령 없이 어찌 출가하리오. 가다가 죽을지라도 부모 찾아가올지라.”
하고 의복을 차려입고 계하(階下)에 내리니 최 씨가 크게 놀라 실색하여 매화를 이끌며 가로되,
“벌써 혼사 범백을 다스렸으니 어디로 가리오. 임자 없는 계집아이 아무라도 먼저 살면 임자라. 방으로 들어가자.”
하거늘, 매화 손을 뿌리치며,
“마오 마오. 부모 없는 아이라고 그다지 괄시 마오. 흥진비래 고진감래는 옛말에 일렀으니 인연이라 하는 것이 하늘 정한 바라 인력으로 못 하나이다.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제발 덕 분에 나를 놓오. 부모 찾아가리로다.”
한창 이리 상지할 제 병사 내당에 들어와 부인을 크게 책하여 가로되,
“어찌 매화로 말미암아 내 집안을 요란케 하느뇨?” 부인이 손을 떨치며 매화를 불러 가로되,
“너는 천인의 자식이라. 어디로든 가거라.”
천방지방 나아갈 제 ㉤한숨 쉬어 바람 되고 눈물 흘려 비가 된다. 허한 걸음으로 대문 밖에 썩 나서니 천지가 아득하고 일월이 무광이라. 백면 홍안 찡그리며 신세를 생각하니 옥 같은 두 귀 밑에 눈물 비 오듯 하는지라.
- 작자 미상, 「매화전」 -
✽설리한매: 눈 속의 차가운 매화.
✽더위잡아: 높은 곳에 오르려고 무엇을 끌어 잡아.
✽탐화봉접: 꽃을 찾는 벌과 나비.
38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① 주모는 병사에게 김 주부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지 않았다.
② 양유는 매화가 천인이라는 병사의 말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③ 매화는 양유의 답서를 받고 양유와 혼인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④ 옥란은 매화에게 억울함을 풀고자 부모를 찾아 나서길 제안하였다.
⑤ 최 씨의 동생은 매화와 혼인을 하기 위해 전처(前妻)를 쫓아내었다.
39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설의적 표현을 통해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② ㉡: 비유적 표현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③ ㉢: 역설적 표현을 통해 상대의 판단을 비판하고 있다.
④ ㉣: 반복적 표현을 통해 상대의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⑤ ㉤: 과장된 표현을 통해 인물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40 윗글의 갈등 구조를 아래와 같이 도식화했을 때,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가)에 나타난 갈등의 핵심적 문제는 매화의 ‘신분’에 있다.
② (가)와 (나)에 나타난 갈등은 최 씨의 계략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③ (나)에서 매화에 대한 양유의 오해는 ‘편지’로 인해 해소된다.
④ (나)에서 (다)로 전개되면서 매화에 대한 최 씨의 오해가 해소된다.
⑤ (다)에 나타난 두 사람의 갈등은 최 씨가 매화에게 혼인을 강요하여 발생한다.
38 ③ 39 ③ 40 ④
고전 소설 [38 ~40 ]작자 미상, 「매화전」
해제
작자, 연대 미상의 한글 필사본 소설인 이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애정 소설로 「매화양유전」, 「유화양매록」이라고도 한다. 이 작품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애정 모티프와 계모에 의한 시련과 고난, 부모로부터 버림받음(기아), 도술을 통한 문제 해결 등 고전 소설의 다양한 모티프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조선 후기 작품으로 추측되며, 판소리 사설의 문체를 지니고 있어 판소리계 소설, 혹은 판소리계 소설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제 온갖 시련을 이겨 낸 양유와 매화의 사랑
경기도 장단의 선비 김 주부는 조정의 간신배들이 자신을 해치려 하자 무남독녀 매화를 남장(男裝)시켜 길에 버리고 구월산으로 몸을 피한다. 매화는 조 병사의 집에서 함께 자란 그의 아들 양유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양유의 계모는 매화를 상처(喪妻)한 자신의 동생과 혼인시키기 위해 계략을 세우고, 매화는 조 병사에게 구박을 당하다 집에서 쫓겨난다. 집을 나온 매화는 양유의 계모가 부린 사람들에게 납치될 위기에 처하지만 아버지 김 주부의 도술로 구출된다. 한편 양유는 매화가 아닌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하기로 한 전날 호랑이에게 물리는 바람에 구월산에 가서 혼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신부가 바로 매화였다. 김 주부는 도사로 변하여 조 병사를 구월산으로 불러 아들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임진왜란을 피하게 된다. 그 뒤 김 주부는 신선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가 행복하게 산다.
38 _ 작품의 내용 파악 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양유와 혼인하기를 간절히 원함
양유로부터 답서를 받은 매화의 마음을 ‘양유와 부부가 될까 하여 마음이 간절하더니’라고 서술한 부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김 주부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지 않음
이 글의 첫 부분에서 김 주부가 있냐는 병사의 물음에 주모는 ‘수년 전에 도망하였삽더니~’라고 답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록 거짓일 수는 있으나 김 주부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것이므로, 이와 같은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② 병사의 말을 처음부터 믿지 않음
양유가 병사의 말을 듣고 ‘매화로 백년가약을 맺었더니 천인이란 말인가?’라고 말하며 ‘주야로 애통하여 눈물로 세월 보내더라.’라는 구절을 보면, 양유는 처음에는 병사가 말한 대로 매화가 천인이라 생각했었음을 알 수 있다.
④ 부모를 찾아 나서길 제안
옥란은 매화에게 울지 말라고 위로하고 있을 뿐 부모를 찾아나서라는 제안을 하고 있지는 않다.
⑤ 매화와 혼인을 하기 위해 전처(前妻)를 쫓아냄
앞부분의 줄거리 내용과 최 씨가 매화에게 하는 말을 보면 최 씨 동생의 아내는 이미 죽은 상태이고, 이후 최 씨가 자신의 동생과 매화를 맺어 주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이지, 매화와 혼인하기 위해 최 씨의 동생이 전처를 쫓아낸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39 _ 서술상 특징 파악 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역설적 표현
㉢은 매화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비유적 표현은 사용되었으나 역설적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설의적 표현
‘~ 뉘 알리오.’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의문문의 형식으로 되어 있으나 이미 아는 답을 되물어 강조하는 의도로 사용된 것이므로 설의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② 비유적 표현
‘명월이 흑운에 가리었으니’에서 ‘명월’은 매화 자신을 가리키고, ‘흑운’은 매화가 천인으로 오해받는 불행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즉 이 구절은 매화 자신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반복적 표현
최 씨는 매화가 자신의 동생과 혼인하도록 하기 위해 매화에게 제안을 한다. 하지만 매화는 ‘마오 마오. 그리 마오.’라고 ‘마오’를 반복하여 말함으로써 최 씨의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⑤ 과장된 표현
‘한숨’이 ‘바람’이 되고, ‘눈물’이 ‘비’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에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갈 곳을 모른 채 집을 나온 막막한 처지로 인한 슬픈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40 _ 갈등의 양상 파악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최 씨의 오해가 해소
최 씨는 처음부터 매화가 천인이 아님을 알고 있었으므로 최 씨에게는 매화에 대한 오해 자체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매화의 ‘신분’
병사가 주모의 말을 듣고 혼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매화가 천인의 신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② 최 씨의 계략
병사와 매화, 양유와 매화가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병사와 양유가 매화의 신분을 천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화의 신분이 천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동생과 매화를 혼인시키고자 하는 최 씨의 계략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③ 양유의 오해는 ‘편지’로 인해 해소
매화의 편지를 읽은 양유가 ‘매화는 사부(士夫)의 후예라 어찌 천인이라 하리오.’라고 말하는 것으로 볼 때, 매화에 대한 양유의 오해가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⑤ 매화에게 혼인을 강요하여 발생
최 씨와 매화의 대화 장면에서 두 사람이 갈등하는 이유는 최 씨가 매화를 자신의 동생과 혼인시키려고 하자, 매화가 이를 거부하고 부모를 찾아 집을 떠나려고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