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고려 때 하생이라는 사람은 재능이 뛰어났으나 입신출세하지 못하자 점쟁이를 찾아간다. 그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한 미인을 만나 인연을 맺는다.
새벽녘이 되자 여인이 하생의 팔을 베고 누운 채, 크게 흐느끼며 울었다. 하생이 놀라 말하기를,
“이제 막 좋은 인연을 맺었는데 갑자기 이러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하였다.
여인이 말하기를,
[A][“이곳은 사실 인간 세상이 아닙니다. 첩은 바로 시중(侍中) 아무개의 딸이온데, 죽어 이곳에 묻힌 지 사흘이 지났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오래 요직을 차지하고 계시면서 사소한 원한까지도 복수를 하여 사람을 매우 많이 해쳤기 때문에, 애초에 아들 다섯과 딸 하나를 두셨는데 다섯 오빠들은 아버지보다 먼저 요절하였고 제가 홀로 곁에서 모시고 있다가 지금 또 이렇게 되었습니다. 어제 옥황상제께서 저를 부르시어 명하시기를 ‘네 애비가 큰 옥사를 심리하여 죄 없는 사람 수십 명을 완전히 살려 주었으니, 지난날 남을 중상하여 해쳤던 죄를 용서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섯 아들은 죽은 지가 이미 오래되어 어찌할 수가 없고 너를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야 되겠다.’ 하였습니다. 저는 절을 하고 물러 나왔습니다. 기한이 오늘까지인데, 이 기한을 넘기면 다시 살아날 가망이 없습니다. 오늘 낭군을 만나게 된 것도 역시 운명인가 봅니다. 영원히 좋은 사이가 되어 평생 낭군을 모시며 뒷바라지하고자 하는데, 낭군께서는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였다.
하생도 울먹이며 말하기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응당 목숨을 걸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였다.
여인이 이에 베갯머리에서 금척 하나를 꺼내 주며 말하기를,
“낭군께서는 이것을 가지고 가서 국도의 저잣거리 큰 절 앞에 있는 하마석(下馬石) 위에다 올려놓으십시오. 반드시 알아보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비록 곤욕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제 말씀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하생이 그리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여인이 하생에게 빨리 일어나 떠날 것을 재촉하였다.
(중략)
하생이 문을 나와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새로 쓴 무덤만 하나 있었다. 슬픈 마음으로 눈물을 닦으며 돌아왔다.
큰 절 앞에 이르니, 과연 네모난 반석이 하나 있었다. 금척을 꺼내 돌 위에 올려놓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다.
해가 중천에 오를 무렵, 소복 차림을 한 세 여인이 시장을 지나갔는데 뒤에 가던 한 여인이 금척을 발견하고는 반석 주위를 세 번 돌고 돌아갔다.
얼마쯤 지나서 그 여인이 건장한 노복 몇 명을 데리고 와서는 하생을 잡아 묶고 말하기를,
“이것은 작은아씨 무덤에 순장(殉葬)했던 물건이다. 너는 묘 도둑이로구나.”
하였다.
하생은 무덤 속 여인의 부탁도 소중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깊은지라 고개를 숙이고 욕을 당하면서도 감히 입을 열지 아니했다. 보는 자들이 모두 침을 뱉으며 더럽게 여겼다.
그 집에 이르러 하생을 결박한 채 뜰 아래로 데려갔다. 시중이 오궤(烏수⃝)에 기대어 대청(大廳)에 앉아 있고 자리 뒤에는 주렴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시녀들이 수십 명 둘러 모여 있는데, 서로 보려고 밀치면서 말하기를,
“겉모습은 유자(儒者)인데 행실은 도적이구먼.”
하였다.
시중이 금척을 가져다가 알아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과연 내 딸의 무덤에 순장했던 금척이다.”
하였다.
주렴 안에서 흑흑 울음소리가 들렸고 시녀들도 모두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시중이 손을 저어 그치게 하고 하생에게 묻기를,
“너는 무엇하는 사람이며 이 물건은 어디서 났느냐?”
하였다.
하생이 답하기를,
“저는 태학(太學)의 학생이고 이것은 무덤 안에서 얻었습니다.”
하였다.
시중이 말하기를,
“자네가 입으로는 시(詩)와 예(禮)를 말하면서 행실은 무덤 속 물건이나 훔치니, 그래도 되는 것인가?”
하였다.
하생이 웃으며 말하기를,
“제 결박을 풀고 가까이 가게 해 주십시오.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대인께서는 은혜 갚은 것을 생각하셔야지 도리어 화를 내시면 되겠습니까?”
하였다.
시중이 즉시 결박을 풀고 뜰 위로 오르게 하였다.
드디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니, 시중이 부끄러운 얼굴로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였다.
비복들도 서로 돌아보며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주렴 안에서 흐느끼며 말하기를,
“일을 헤아리기 어려우니 확인해 보고 죄를 주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서생이 하는 말을 들으니 우리 딸이 살았을 적의 용모 복장과 똑같습니다. 필시 틀림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시중이,
“그래, 즉시 삼태기와 삽을 준비하고 가마를 갖추어라. 내 직접가 보겠다.”
하였다.
노비 몇 명을 남겨 하생을 지키게 하고 무덤으로 갔다.
무덤에 도착해 보니, 무덤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이에 이상히 생각하며 파 보았다. 여인은 얼굴빛이 살아 있는 것과 같았고 가슴에는 따스한 기운이 조금 있었다. 유모 할미를 시켜 싸 안고 수레에 태워 돌아왔다.
의원을 부르지 않고 요동되지 않게 가만히 놓아두었는데, 해가 저물 무렵에 바야흐로 깨어났다. 부모를 보고 가늘게 한 번 흐느끼더니 기운도 안정이 되었다.
부모가 묻기를,
“네가 죽은 뒤 무슨 이상한 일이 있었더냐?”
하니, 여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죽음이었습니까?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다.”
하고, 부끄러워하였다.
부모가 굳이 물으니, 여인이 비로소 말을 하는데, 하생이 했던 말과 꼭 들어맞았다. 온 집안사람들이 무릎을 치며 놀라워하였다.
신광한, ‘하생기우전’
4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이 제시되고 있다.
② 인물의 외양을 묘사하여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③ 풍자적 서술을 통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④ 인물 간 가치관의 차이가 확인되면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⑤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제시하여 사건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42.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전기 소설(傳奇小說)은 현실적 세계와 초월적 세계가 서로 맞물려 일어나는 사건을 주로 다루는 소설이다. 이 작품 또한 초월적 세계인 ‘명혼계’와 현실적 세계인 ‘인간계’라는 이원론적 세계에 속한 인물들 사이의 비현실적 결연이 성취되는 전기적 사건이 잘 드러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남녀 간의 애정, 사회적 상황, 인간의 본질적 욕망 등 인생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드러낸다. 전기 소설은 비현실적이지만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만의 개성과 의식을 작품 속에 투영하는 것이다.
① 인간계 인물인 ‘하생’과 명혼계 인물인 ‘여인’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
② 환생과 사랑에 대한 ‘여인’의 욕구를 통해 인간 삶의 문제를 보여 주고 있어.
③ ‘금척’은 인물들 사이의 비현실적 결연이라는 전기성을 보여 주고 있어.
④ ‘시장’은 인간계와 명혼계의 모순을 은폐하는 곳으로 볼 수 있어.
⑤ ‘무덤’은 현실적 세계와 비현실적 세계가 맞물리는 공간으로 볼 수 있어.
43. [A]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초지종을 밝혀 상대방의 잘못을 밝히고 있다.
② 우여곡절을 설명하여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③ 사실을 왜곡하여 상대방이 자신을 따르도록 만들고 있다.
④ 자신의 희생을 강조하여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⑤ 상대방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밝혀 제시하고 있다.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A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A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6회
고전 소설 (41~43)
신광한, ‘하생기우전’
지문 이해하기
(해제)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학자인 신광한이 지은 작품으로, 소설 작품집 “기재기이”에 수록된 한문 소설이다. 하생이 죽은 사람이었던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이승과 저승의 각각 다른 세계에 속한 남녀가 사랑의 성취를 이루어 내는 극적 전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주제) 혼사 장애의 극복을 통한 애정의 성취와 입신양명
전체 줄거리
하생은 고아였으나 재주와 생각이 뛰어나 고을 수령의 천거로 태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조정의 어지러운 정치와 과거의 불공정함 때문에 불만을 갖게 되어 낙타교(駱駝橋) 곁의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치게 된다. 점괘에 따라 국도(國都)의 남문을 통해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나아가니 멀리 숲 속에서 인가가 보였다. 그곳에서 계집종과 단 둘이 사는 여인을 만나 시로 화답하고 인연을 맺었는데, 여인은 시중(侍中)인 아버지의 죄로 대신 죽었다가 옥황상제가 살아나도록 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다음 날 하생이 여인에게서 신표로 받은 황금자를 갖고 있다가 이를 이상히 여긴 여인의 가족에게 잡히고, 하생의 말을 따라 여인의 무덤을 파헤치자 그녀는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여인이 회생한 후 여인의 부모는 하생의 집안이 미천하여 혼인을 허락하지 않지만, 여인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결국 두 사람은 혼인을 하게 된다. 하생은 다음 해에 장원 급제하고 계속 벼슬이 높아졌으며 부부가 사십 년을 해로하여 두 아들을 낳았는데 모두 세상에 이름이 드러났다.
41. 서술상 특징 파악(답)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확인 1: 인물 간의 대화
하생과 여인의 대화를 중심으로 장면이 제시되어 있다.
확인 2: 사건의 제시
여인의 말을 통해 여인이 겪은 일이 드러나며, 하생이 여인의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후 사건이 제시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확인 1: 인물의 외양 묘사
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으며, 서술자의 개입에 의해서 심리가 직접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그러나 인물의 외양 묘사를 통해 성격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확인 2: 성격
인물이 겪는 외부 사건 속에서 겪는 갈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③ 확인 1: 풍자적 서술
풍자는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는 서술 방식인데, 이러한 서술은 드러나 있지 않다.
확인 2: 비판적 인식
제시된 장면은 인물들이 겪는 전기적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어떤 대상이나 사건 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드러나 있지 않다.
④ 확인 1: 인물 간 가치관의 차이
하생과 여인, 하생과 여인의 가족 간 생각의 차이가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다.
확인 2: 갈등이 심해짐
하생에 대한 여인의 가족의 오해가 풀리고, 여인 또한 살아나고 있으므로 갈등이 심해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⑤ 확인 1: 역사적 사건
하생이 경험하는 공간이 비현실적 공간과 현실적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역사적 사건이 사실적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확인 2: 사건의 신빙성
이 글은 여인의 환생이라는 비현실적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4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인간계와 명혼계의 모순을 은폐
하생이 ‘시장’에서 여인의 지시대로 행동하여 여인의 부모와 만나게 되나, 이러한 과정이 인간계와 명혼계의 모순을 드러내거나 감추는 기능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인간계, 명혼계
하생은 현실 속에 살아 있는 인물로 인간계에 속한 인물, 여인은 죽어서 명혼계에 속한 인물로 볼 수 있다.
② 확인: 환생과 사랑
여인은 자신이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하생과의 사랑을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인생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③ 확인: 비현실적 결연
‘금척’을 통해 시중은 하생의 말을 검증해 볼 마음을 먹게 되는데, ‘금척’은 하생이 명혼계와 인간계를 넘나들었음을 보여 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⑤ 확인: 현실적 세계와 비현실적 세계가 맞물리는 공간
‘무덤’은 하생이 여인과의 결연을 맺은 명혼계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죽은 여인이 묻힌 인간계의 공간으로서의 이중적 속성을 모두 보여 주고 있다.
43. 감상의 적절성 평가(답) ②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② 확인 1: 우여곡절
자신의 전후사연을 하생에게 설명하고, 하생에게 연분을 이어 나가고 싶음을 말하고 있다.
확인 2: 상대방의 이해
옥황상제의 개입이라는 비현실적 사건을 통해 여인은 자신이 살아나는 이유를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려 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1: 자초지종
여인은 자신이 처한 상황의 전말을 하생에게 설명하고 있다.
확인 2: 상대방의 잘못을 밝힘
여인의 발화 목적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한 것으로, 하생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③ 확인 1: 사실을 왜곡
여인의 말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진술이 아니다.
확인 2: 상대방이 자신을 따르도록 만듦
여인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는 것은 하생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④ 확인 1: 자신의 희생을 강조
여인이 하생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확인 2: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촉구
여인은 하생이 자신의 환생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특정한 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⑤ 확인 1: 상대방과의 추억
여인은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고 있다.
확인 2: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
여인은 하생과의 인연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특별한 포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