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하 오월 초칠일의 도강 날자 정하였네.
㉠방물을 점검하고 행장을 수습하여
압녹강변 다다르니 송객정이 여기로다.
의주 부윤 나와 안고 다담상을 차려 놓고,
삼 사신(1)을 전별할새 처창키도 그지없다.
일배일배 부일배는 서로 앉아 권고하고,
상사별곡 한 곡조를 차마 듣기 어려워라.
㉡장계를 봉한 후의 떨뜨리고(2) 일어나서,
거국지회(3) 그지없어 억제하기 어려운 중
홍상(4)의 꽃눈물이 심회를 돕는도다.
㉢육인교를 물려 노니 장독교를 등대하고,
전배 토인(5) 하직하니 일산 좌견뿐만 있고,
공형 급창 물러서니 마두 서자(6)뿐이로다.
일엽 소선 배를 저어 점점 멀리 떠서 가니,
푸른 봉은 첩첩하여 날을 보고 즐기는 듯,
백운은 요요하고 광색이 참담하다.
비치 못할 이내 마음 오늘이 무슨 날인고.
출세한 지 이십오 년 시하의 자라나서
평일의 이측(7)하여 오래 떠나 본 일 없다.
반 년이나 어찌할고, 이위정(8)이 어려우며,
㉣경기 지경 백 리 밖에 먼길 다녀 본 일 없다.
한 줄기 압록강이 양국지경 나눴으니,
㉤돌아보고 돌아보니 우리나라 다시 보자.
(나) 반찬이라 하는 것은 돗해기름(9) 날파 나물,
큰 독의 담은 장은 소금물의 메주 넣고,
날마다 가끔가끔 막대로 휘저으니,
죽 같은 된장물을 장이라고 떠다 먹대.
호인의 풍속들이 짐승치기 숭상하여,
준총(10) 같은 말들이며 범 같은 큰 노새를
굴레도 아니 씌우고 재갈도 아니 먹여
백여 필씩 앞세우고 한 사람이 몰아 가대,
구유의 들어서서 달래는 것 못 보겠고,
양이며 돼지를 수백 마리 떼를 지어
조고마한 아이놈이 한둘이 몰아 가대,
대가리를 한데 모아 헤어지지 아니하고,
[B][집채 같은 황소라도 코 안 뚫고 잘 부리며,
조그마한 당나귀도 맷돌질을 능히 하고,]
대닭 장닭 오리 거위 개 고양이까지 기르며,
발발이라 하는 개는 계집년들 품고 자네.
-홍순학, 「연행가」-
(주) (1) 삼 사신: 정사, 부사, 서장관의 세 사신.
(2) 떨뜨리고: 거만하게 뽐내고.
(3) 거국지회: 나라를 떠나는 감회.
(4) 홍상: 아름다운 여자, 여기서는 기생.
(5) 전배 토인: 가마의 앞에 서는 통인.
(6) 마두 서자: ‘마두’는 역마(驛馬)를 맡아보던 사람, ‘서자’는 각 역에서 일하던 벼슬아치.
(7) 이측: 부모님 곁을 떠남.
(8) 이위정: 부모님 곁을 떠나는 정.
(9) 돗해기름: 돼지기름.
(10) 준총: 걸음이 몹시 빠른 말.
* (보기)를 참고하여 35번과 3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보기)
Ⅰ. 사행 가사(使行歌辭)는 조선 후기의 지식인들이 사신 행차의 일원으로 외국을 여행하면서 체험한 것을 사실적으로 읊은 가사를 말한다. 사행 가사의 작가들은 여정과 풍경, 외국의 문물과 풍속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묘사하는데, 이때 객관적인 사실과 자신의 느낌이나 평가 등을 적절하게 섞어 전달하고 있다.
Ⅱ. 홍순학은 고종의 왕비를 책정한 일로 청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 공문서 작성이나 기록을 맡아보던 서장관(書狀官)으로 연경(燕京)에 다녀왔다. 「연행가」는 이 일을 두고 지은 것으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사행 가사로 평가받고 있다.
35. (보기)Ⅰ을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가)에서는 송객정에서 전별하는 상황을 통해 화자가 사행(使行) 중임을 알 수 있군.
② (가)에서는 기생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관련지어 화자의 심란한 느낌을 드러내고 있군.
③ (가)의 도강 날짜와 화자가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는 여정 등은 객관적인 사실이겠군.
④ (나)에서는 화자가 호인들의 반찬을 보며 문화적 친근감을 느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군.
⑤ (나)에서는 화자가 호인들이 가축을 키우고 다루는 풍속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묘사하고 있군.
36. ㉠~㉤ 중, (보기) Ⅱ의 ‘서장관’의 신분이나 역할과 관련이 깊은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7. [A]와 [B]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B와 달리 A는 자연물을 통해 복합적인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② A와 달리 B는 과장된 표현을 통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③ A와 B는 모두 대조를 통해 시적인 긴장감을 고조하고 있다.
④ A와 B는 모두 색채어를 활용하여 감흥을 드러내고 있다.
⑤ A는 사실의 기술이, B는 관념의 표현이 부각되고 있다.
2014 7030 Final 실전 모의고사 A형
[실전 모의고사 1회]
[35~37] 홍순학, 「연행가」
해제: 조선 말기 홍순학이 지은 장편의 기행 가사로, 1866년(고종 3년) 3월에 왕비 책봉을 주청하기 위하여 서장관으로 북경(北京)에 다녀온 후에 지은 것이다. 당시 우의정 유후조(柳厚祚)를 상사(上使), 서당보(徐堂輔)를 부사로 한 사행의 일원이 된 글쓴이는 4월 9일에 서울을 출발하여 그해 8월 23일까지 총 133일 동안의 견문을 기록하였다. 이 작품은 서울에서 북경까지 긴 노정에 따라 고적을 더듬고, 풍속을 살피고, 인정에 접하였던 바를 소상히 기록한 여행기로 김인겸(金仁謙)의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제: 청나라 연경을 다녀온 견문과 감상
내용 흐름
(가)
- ‘하 오월 초칠일의 ~ 광색이 참담하다.’: 환송객들의 전송과 도강
- ‘비치 못할 이내 마음 ~ 우리나라 다시 보자.’: 부모님에 대한 생각과 먼 여행에 대한 염려
(나)
- ‘반찬이라 하는 것은 ~ 장이라고 떠다 먹대.’: 청나라 음식에 대한 인상
- ‘호인의 풍속들이 ~ 계집년들 품고 자네.’: 청인들의 가축 기르기에 대한 감탄
35.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호인들의 반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음.
화자는 호인들의 반찬을 보며 신기하게 여기고 있을 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삼 사신’, ‘장계’ 등의 용어를 사용함.
의주 부윤이 송객정에서 전별하는 상황에서 ‘삼 사신(정사, 부사, 서장관)’, ‘장계’ 등의 용어가 나오는데, 이를 통해 화자가 사신 행차의 일원으로 여행 중임을 알 수 있다.
② 확인: 송별 과정에서 화자의 심란함이 드러남.
‘홍상의 꽃눈물이 심회를 돕는도다.’는 기생이 우는 모습과 관련지어 나라를 떠나는 화자의 심란한 느낌을 드러내는 것이다.
③ 확인: 도강 날짜와 여정은 객관적 사실임.
도강 날짜인 ‘하 오월 초칠일’,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 청나라에 입국하는 여정은 객관적 사실이다.
⑤ 확인: 청나라 풍습을 관찰하여 묘사함.
(나)는 여러 가지 가축을 기르고 ‘말, 노새, 양, 돼지, 황소’ 등의 가축을 잘 몰고 부리는 청나라 사람들의 풍속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묘사하고 있다.
36. 화자의 정서, 태도
답: ②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② 확인: 장계를 작성하고 일어나는 모습
서장관은 삼 사신 중 하나(서열 3위)로 사신을 보낼 때 기록을 맡아보던 신분이다. 임금께 드리는 보고서인 장계를 작성하고 뽐내고 일어나는 모습에서 서장관의 신분과 역할을 알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압록강을 건너기 위한 준비
도강을 앞두고 중국으로 가지고 갈 물건이나 여행 물품을 점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③ 확인: 가마를 바꾸어 탐.
국경을 건너기 전에 가마를 바꾸어 타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④ 확인: 화자의 불안한 심리가 나타남.
뒤에 이어지는 ‘허박하고 약한 기질 만 리 행역 걱정일세.’와 연결할 때 장거리 여행길에 대한 화자의 염려와 불안한 심리를 엿볼 수 있다.
⑤ 확인: 고국을 떠나는 아쉬움이 나타남.
고국을 떠나는 애틋하고 아쉬운 심정이 담겨 있는 행동이다.
37. 표현상 특징 파악
답: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확인: 자연물을 통해 즐거움과 쓸쓸함을 드러냄.
‘푸른 봉은 첩첩하여 날을 보고 즐기는 듯’은 객체인 자연물(푸른 봉)이 주체인 ‘나(화자)’를 보는 것으로 주체와 객체를 바꾸어 화자의 즐거움을 드러낸 것이고, ‘백운은 요요하고 광색이 참담하다.’는 자연물을 통해 화자의 쓸쓸함을 드러낸 것이다. 즉 A는 자연물을 통해 복합적인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확인: 화자의 의지는 드러나지 않음.
B의 ‘집채 같은 황소’는 과장법으로 볼 수 있으나 그것을 통해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③ 확인: 시적인 긴장감은 나타나지 않음.
B의 ‘집채 같은 황소’와 ‘조그마한 당나귀’를 대조로 볼 수 있으나, 시적인 긴장감을 고조하는 것은 아니다.
④ 확인: 색채어는 A에만 나옴.
A에만 ‘푸른’, ‘백운’ 같은 색채어가 나타난다.
⑤ 확인: A에는 관념의 표현이, B]는 사실의 기술이 나타남.
A는 ‘거국지회’라는 관념적 측면에, B는 청나라에서 목격한 사실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