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우직하지만 가난한 어부 곰치는 선주 임제순에게 진 빚을 갚고 작은 배라도 한 척 장만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출어를 한다. 곰치는 마침내 만선의 꿈을 이루지만 거센 폭풍우에 배가 뒤집혀 잡은 물고기는 물론 아들 도삼과, 딸 슬슬의 애인인 연철마저 잃고 자신만 겨우 구조된다.
구포댁: (마당을 서성대며) 흥! 그 꼴로 에미를 보다니, …… 눈은 희멀겋게 뜨고는 머리는 산발하고는, 옷은 믓을 입었드라? 옳체! 생모시 저고리 바지를 입고는…… 그 옷은 해 주지도 않었었는디 으디서 빌려 입었단 말잉가? 연철이 옷이등가?
곰치: 믓이라고? 믄 소리여?
구포댁: (내뱉듯) 우리 도삼이 말이요!
곰치: (벌떡 일어나 앉으며) 믓이라고 도삼이?
구포댁: 아암! 나도 도삼이를 봤어!
곰치: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도, 도삼이를 봐?
구포댁: 봤고 말고! 이 에미 손목을 떨어져라 흔들어 댐시러는 믓이라고 해쌓드만은 새끼가 말소리도 똑똑하게 안 하고 실실 웃기만 하고는…… 그러다가…… 그러다가……그냥 가 부렀어! (몇 걸음 부리나케 달려가다 우뚝 서며 찢어질 듯) 도삼아! 도삼아!
곰치: 저것이…….
구포댁: (사방을 휘둘러보고 나선) 아니, 아니…… 이 매정스런 놈의 새끼가 으디로 가부렀어? 아 도삼어으 ―― 도삼어으 ―― (그 자리에주저앉으며) 으흐흐흐! (운다.)
곰치: (침통하게) 도삼이는 죽었다!
구포댁: 죽었어? 연철이도 죽고?
곰치: 아암! 벌써 죽었어!
구포댁: 그짓말! 내가 아까 참에도 봤는디?
곰치: (구포댁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여봐! 정신 채려!
구포댁: 시상에 내 청대 같은 아들놈이 으째 죽는단 말이여? 다, 다아 그짓말이여! 그짓말! 도삼이는 살었어!
곰치: 아니, 이것이 참말로 미쳤단 말잉가? (우악스럽게 어깻죽지를 잡아 흔들어 대며) 여봐! 으째 이려 응? 정신을 채려! 자네까지 이라고 나서면 곰치는 참말로 죽어 나자빠진 줄 안단 말이여! 다른 놈들이 나를 그렇게 봐도 괜찮단 말이여?
구포댁: 그래, 우리 도삼이는 참말로 죽었소? 참말?
곰치: (비통하게) 아암! 주, 죽었어――.
구포댁: 그람 남은 놈은…… 남은…… (㉠애기를 들어 보이며) 이놈 하나란 말이제?
곰치: 으음 ―― 그놈이 열 살만 되면 그물을 손질할 놈이여!
구포댁: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놈도 그물을 칠 것잉고? 열 살이먼?
곰치: 아암! 열 살만 되먼 그물을 치고 말고!
구포댁: (애기를 들어 눈앞에다 세우고는 뚫어지게 쳐다본다.)
곰치: 나한테 남은 것은 그물하고 이놈하고 슬슬이뿐이여! (허탈하게) 다아 잃었어! 다아…….
구포댁: (불현듯) 오 참! 우리 슬슬이! 아조 범쇠한테 시집보내!
곰치: (깜짝 놀라) 믓이라고?
구포댁: 제 발로 얹어 묵는 놈한테 시집가서는 안 되제! 그래도 범쇠는 배를 부링께…….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슬슬어으 ――
곰치: 미친 소리! 나가고 없어!
구포댁: (애기를 들쳐 업으며) 그람 찾어사제! 범쇠는 배가 있어!
곰치: (막아서며) 안 된다! 이 곰치 두 눈이 멀뚱할 때까지는 절대 안돼! 내일이라도 당장 배 탄다! 으뜬 배라도 타고 만다! 칠산 바다 부서는 아직도 사태여!
구포댁: (갑자기 간드러지게) 흐흐흐흐 - 부서가 사태? 그람 내일도 당장 ㉡만선이겠네? 흐흐흐흐――
곰치: (질려서) 아니? 니가 참말…….
구포댁: 아암! 미쳤다! 미쳤어! (홱 빠져나간다.)
곰치: 저런 육실헐…….
(성삼 들어오다 허겁지겁 달려 나가는 구포댁의 뒷모습을 의혹에 찬 눈으로 쳐다보다간 불안한 얼굴로 곰치에게 다가선다.)
성삼: (어리둥절해서) 아니, 갑자기 믄 일잉가?
곰치: (퉁명스럽게) 내버려 둬!
성삼: 얼굴이 사색인디?
곰치: (침통하게) 미쳤어…….
성삼: 믓이 아니, 믓이라고?
곰치: 미친 것! 흥! 곰치는 안 죽어! 내가 죽나 봐라!
[A] <성삼: 자네 그 소리 좀 고만 허게! 아짐씨도 오죽허먼 저래? 시상에 한나 남은 도삼이까지 물속에다 처박었으니…… (손바닥을 털며) 말이 아니여!
곰치: 일일이 눈물 쏟음시러 살려면 한정 없어! 뱃놈은 어차피 물속에 달린 목숨이여!>
성삼: 자네도 그만 고집 버릴 때도 됐어!
곰치: (불만스럽게) 고집?
성삼: (못을 박아) 아니고 믓잉가?
곰치: (꼿꼿이 서선) 나는 고집 부리는 것이 아니다! 뱃놈은 그렇게 살어사 쓰는 것이여! 누구는 아들 잃고 춤춘다냐? (무겁게) 내 속은 아무도 몰라! 이 곰치 썩는 속은 아무도 몰라……(회상에 잠기며) 내 조부님이 그러셨어. 만선이 아니면 노 잡지 말라고……. 우리 아부지도 만선 될 고기 떼는 파도가 집채 같어도 쌍돛 달고 쫓아가라 하셨어! (쓸쓸하게) 내 형제가 위로 셋, 아래로 한나 남은 동생 놈마저죽고 말었제…… 어…… (허탈하게) 독으로 안 살먼 으찌께 살어?
성삼: 그래, 조부님이나 춘부장 말씀대로만 하실 참잉가?
곰치: (단호하게) 내일이라도 당장 배 탈 참이다! 흥! 임 영감 배 아니면 탈 배 없어?
성삼: 도삼이 생각도 안 나서?
곰치: (격하게) 시끄럿! (침착하게) 또 있어! 아들은 또 있어…….
성삼: 갓난쟁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후유 ―― 지독한 놈!
곰치: ……그놈도……그놈도……열 살만 묵으면 그물 말어…….
- 천승세, 「만선」
43. 윗글을 읽은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곰치’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군.
② ‘곰치’는 어부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군.
③ ‘곰치’는 강한 집념과 의지를 지닌 사람으로 볼 수 있군.
④ ‘구포댁’은 ‘도삼’의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군.
⑤ ‘구포댁’은 ‘범쇠’의 경제적인 형편을 맘에 들어 하고 있군.
44. 윗글의 ㉠과 ㉡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곰치’와 ‘구포댁’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② ㉠은 ‘곰치’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가치관을 바꾸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③ ㉡은 ‘성삼’과 ‘곰치’에게 노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④ ㉡은 ‘곰치’의 강한 욕망과 집착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⑤ ㉡은 ‘슬슬이’가 ‘도삼’에게 맺혀 있는 원한을 풀어 줄 수 있게 한다.
45. <보기>의 ⓐ∼ⓔ 중, [A]의 ‘물’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인류는 오래전부터 ‘물’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 왔다. 물은 인류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으로, ⓐ모든 것을 정화시키고 치유한다. 즉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아픈 사람을 치유시키고, 낡은 것을 새롭게 재생시킨다. 세계의 대부분 지역의 신화나 종교에서 물은 정화의 기능을 상징하였다. 물이 가진 일반적인 현상들을 살펴보면, 물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간다. 이는 궁극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모든 변화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물은 모든 것을 생성시키기도 하지만, ⓒ파괴시키기도 한다. 또한 물은 그 자체로 어떤 특정한 모습을 갖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이미지를 표상한다. 한편, 세계의 주요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지중해 지역의 주요 도시들은 강이나 바다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이에 고대인들은 물을 ⓔ문명의 근원지라 생각했다.
① ⓐ ② ⓑ ③ ⓒ ④ ⓓ 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