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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고전/극/수필

'박지원,「광문자전」」'[2014 EBS N제-(B형)]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1.17|조회수1,735 목록 댓글 0

25~2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광문(廣文)이라는 자는 거지였다. 일찍이 종루(鐘樓)의 저잣거리에서 빌어먹고 다녔는데, 거지아이들이 광문을 추대하여 패거리의 우두머리로 삼고, 소굴을 지키게 한 적이 있었다.

[A][하루는 날이 몹시 차고 눈이 내리는데, 거지 아이들이 다 함께 빌러 나가고 그중 한 아이만이 병이 들어 따라가지 못했다. 조금 뒤 그 아이가 추위에 떨며 숨을 몰아쉬는데 그 소리 가 몹시 처량하였다. 광문이 너무도 불쌍하여 몸소 나가 밥을 빌어 왔는데, 병든 아이를 먹이려고 보니 아이는 벌써 죽어 있었다. 거지 아이들이 돌아와서는 광문이 그 애를 죽였다고 의심하여 다 함께 광문을 두들겨 쫓아내니, 광문이 밤에 엉금엉금 기어서 마을의 어느 집으로 들어가다가 그 집 개를 놀라게 하였다. 집주인이 광문을 잡아다 꽁꽁 묶으니, 광문이 외치며 하는 말이,

나는 날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 온 것이지 감히 도둑질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영감님이 믿지 못하신다면 내일 아침에 저자에 나가 알아보십시오.”

하는데, 말이 몹시 순박하므로 집주인이 내심 광문이 도적이 아닌 것을 알고서 새벽녘에 풀어 주었다. 광문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떨어진 거적을 달라 하여 가지고 떠났다.]

[B][집주인이 끝내 몹시 이상히 여겨 그 뒤를 밟아 멀찍이서 바라보니, 거지 아이들이 시체 하나를 끌고 수표교(水標橋)에 와서 그 시체를 다리 밑으로 던져 버리는데, 광문이 다리 속 에 숨어 있다가 떨어진 거적으로 그 시체를 싸서 가만히 짊어지고 가, 서쪽 교외 공동묘지에다 묻고서 울다가 중얼거리다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집주인이 광문을 붙들고 사연을 물으니, 광문이 그제야 그전에 한 일과 어제 그렇게 된 상황을 낱낱이 고하였다. 집주인이 내심 광문을 의롭게 여겨, 데리고 집에 돌아와 의복을 주며 후히 대우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광문을 약방을 운영하는 어느 부자에게 천거하여 고용인으로 삼게 하였다.]

[C][오랜 후 어느 날 약방 부자가 문을 나서다 말고 자주자주 뒤를 돌아보다, 도로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자물쇠가 걸렸나 안 걸렸나를 살펴본 다음 문을 나서는데, 마음이 몹시 미심쩍은 눈치였다. 얼마 후 돌아와 깜짝 놀라며, 광문을 물끄러미 살펴보면서 무슨 말을 하고자 하다가, 안색이 달라지면서 그만두었다. 광문은 실로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지냈는데, 그렇다고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나, 부자의 처조카가 돈을 가지고 와 부자에게 돌려주며,

얼마 전 제가 아저씨께 돈을 빌리러 왔다가, 마침 아저씨가 계시지 않아서 제멋대로 방에 들어가서 가져갔는데, 아마도 아저씨는 모르셨을 것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에 부자는 광문에게 너무도 부끄러워서 그에게,

나는 소인이다. 장자(長者)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으니 나는 앞으로 너를 볼 낯이 없다.”

하고 사죄하였다. 그러고는 알고 지내는 여러 사람들과 다른 부자나 큰 장사치들에게 광문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두루 칭찬을 하였다.]

또 여러 종실의 손님들과 공경 문하의 측근들에게도 지나치리 만큼 칭찬을 해대니, 공경의 문하의 측근들과 종실의 손님들이 모두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밤이 되면 자기 주인에게 들려주었다. 그래서 두어 달이 지나는 사이에 사대부까지도 모두 광문이 옛날의 훌륭한 사람들과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당시에 서울 안에서는 모두, 전날 광문을 후하게 대우한 집주인이 현명하여 사람을 알아본 것을 칭송함과 아울러, 약방의 부자를 장자라고 더욱 칭찬하였다.

이때 돈놀이하는 자들이 대체로 머리꽂이, 옥비취, 의복, 가재 도구 및 가옥·밭과 집, 노복 등의 문서를 저당 잡고서 본값의 십 분의 삼이나 십분의 오를 쳐서 돈을 내주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광문이 빚보증을 서 주는 경우에는 담보를 따지지 아니하고 천금이라도 당장에 내주곤 하였다.

광문은 외모가 극히 추악하고, 말솜씨도 남을 감동시킬 만하지 못하며, 입은 커서 두 주먹이 들락날락하고, 만석희를 잘하고 철괴무를 잘 추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서로 욕을 할 때면, ‘니 형은 달문(達文)이다라고 놀려 댔는데, 달문은 광문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광문이 길을 가다가 싸우는 사람을 만나면 그도 역시 옷을 홀랑 벗고 싸움판에 뛰어들어, 뭐라고 시부렁대면서 땅에 금을 그어 마치 누가 바르고 누가 틀리다는 것을 판정이라도 하는 듯한 시늉을 하니, 온 저자 사람들이 다 웃어 대고 싸우던 자도 웃음이 터져, 어느새 싸움을 풀고 가 버렸다.

광문은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머리를 땋고 다녔다. 남들이 장가 가라고 권하면 하는 말이,

잘생긴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법이다. 그러나 사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비록 여자라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나는 본래 못 생겨서 아예 용모를 꾸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였다. 남들이 집을 가지라고 권하면,

나는 부모도 형제도 처자도 없는데 집을 가져 무엇하리. 더구나 나는 아침이면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며 저자에 들어갔다가, 저물면 부귀한 집 문간에서 자는 게 보통인데, 서울 안에 집 호수가 자그만치 팔만 호다. 내가 날마다 자리를 바꾼다 해도 내 평생에는 다 못 자게 된다.”

하였다.

- 박지원,광문자전

 

25 윗글의 서술상 특징과 효과를 바르게 설명한 것은?

대화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적(傳奇的) 요소를 활용하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역순행적 구성을 활용하여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사건과 언행을 제시하여 인물의 성격을 부각하고 있다.

상세한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행동에 필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26 [A] ~ [C]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A]거지 아이들집주인과는 달리 섣부른 판단으로 광문을 내쫓고 있다.

[A][B]에서는 남을 배려하는 광문의 성격이 부각되고 있다.

[B][C]에는 모두 의심 사실 확인의 요소가 들어 있다.

[A][B]집주인[C]약방 부자광문의 품성에 감동을 받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

[C]약방 부자광문의 인품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7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연암 박지원은광문자전을 쓰면서 광문은 걸인으로서 그 명성이 실상보다 훨씬 더 컸다. 그의 외모는 더럽고 추하여 보잘 것 없었지만, 성품과 행적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명성을 탐하지 않았는데도 형벌을 면하지 못하였다. 하물며 도둑질로 명성을 훔치고, 돈으로 산 가짜 명성을 가지고 다툴 일인가.”라고 밝히고 있다. 광문자전이 당대 사회의 부도덕한 풍조를 비판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말한 것이다. 또한 서민의 기이한 일을 끌어와서 풍속을 교화하는 데 쓰려고 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인정 있고 정직한 새로운 인간상을 부각하려 하였다.

 

광문의 성품이나 행적을 드러내 당대 양반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과 대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군.

집을 마련하라는 권유를 사양하는 광문을 통해 권모술수로 남을 해치는 당대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군.

추한 외모와 달리 훌륭한 인품을 지닌 광문을 통해 겉모습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 주고 있군.

광문이 다투는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장면은 시시비비에 얽매어 서로 대립하는 풍속을 교화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볼 수 있군.

스스로 소인이라 자처하며 광문을 장자로 일컫는 약방 주인의 말을 통해 신분의 비천함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는군.

 

 

도움자료

[2014 EBS N제]-(B형)

 

25~27

25 26 27

 

박지원,광문자전

이 글은 연암 박지원의 한문 소설로, 재자가인(才子佳人)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던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광문이라는 하층민을 통해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새로운 인간형과 가치관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광문은 사회적 하층민(거지)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가문과 계층을 중시하는 등의 당대의 가치관과 대비되는 새로운 인물형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작가는 광문의 성품을 보여 주는 여러 사건들을 삽화 형식으로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의 있는 생활 자세와 허욕을 부리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여 주는 새로운 인간형

발단: 거지 아이의 죽음, 광문과 집주인의 만남

전개: 광문의 신의 있는 행동을 보여 주는 약방 도난 사건

결말: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광문의 삶의 태도

 

25 서술상의 특징 파악

거지 아이를 돕기 위한 행동, 마을 안 집주인과의 대화, 거지 아이를 묻어 준 일, 약방 부자와의 사건, 싸우던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행동, 결혼을 안 하는 이유, 집을 마련하라는 권유를 사양하는 말 등 거지 광문과 관련한 사건과 언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광문이 지닌 훌륭한 인품을 드러내고 있다.

대화가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인물 간의 갈등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광문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도술이나 초월적 능력 등의 전기적 요소는 나타나지 않는다.

광문에 얽힌 다양한 일화를 열거하고 있을 뿐 역순행적 구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상세한 배경 묘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26 사건의 특징 파악

집주인은 처음에 광문이 자신의 집에 도둑질을 하러 온 것으로 오해하였지만 광문의 순박한 태도를 보며 그의 말을 믿는다. 집주인은 다음날 아침 광문의 뒤를 따라가 광문이 죽은 거지 아이를 묻어 주는 광경을 보고 그를 의로운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집주인의 과거의 삶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그러기에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것도 아니다. 약방 부자는 광문이 돈을 훔친 것으로 오해하였으나 결국 그렇지 않음이 밝혀지자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며 사과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자신의 오해에 대한 사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다짐과는 관련이 없다.

거지 아이들은 광문이 병든 거지를 죽인 것으로 의심하여 광문을 뭇매질하고 내쫓는다.

[A]에는 병든 거지를 돌보는 광문, [B]에는 죽은 거지를 묻어 주는 광문이 나타나 있어 남을 배려하는 선한 성격이 부각되고 있다.

[B]에서 집주인은 광문의 이상한 행동을 의심하여 뒤를 따라갔으나 여러 거지들이 죽은 거지를 다리 아래로 버리자 광문이 이를 짊어지고 가 묻어 주는 사건을 목격하고 의로운 자라고 여기게 된다. [C]에서 약방 주인은 돈이 없어지자 광문을 의심하였으나 얼마 후 처조카의 말에 의해 자신이 잘못 생각하였음을 알게 된다.

약방 부자는 종실의 손님들과 공경 문하의 측근들에게 광문을 칭찬하고 있다.

 

27 외적 준거에 따른 감상

집을 마련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사양하는 광문은 물질적 대상이나 소유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광문의 이 같은 태도를 통해 부와 같은 외적인 요소가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말하면서 물질적 욕망 추구에 급급한 당대의 사람들을 교화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광문의 모습이 권모술수로 남을 해치는 당대의 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보기>에 따르면 작가가 광문을 통해 부도덕한 양반 사회를 비판하고 풍속을 교화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외모나 신분 등의 겉으로 드러난 요소가 인물의 성품이나 행적과 일치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다.

자기의 옳음만을 주장하며 서로 다투는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광문을 통해 시비만을 따지며 대립하는 당대 풍속을 교화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비천한 거지인 광문을 장자로 일컫는 것은 신분의 비천함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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