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 눈
<핵심 정리>
이 작품은 순수를 표상하는 ‘눈’을 제재로 하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비판적, 참여적, 상징적
*제재 : 눈
*주제 :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에 대한 소망과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특징
① ‘눈’과 ‘가래’의 상징적 의미가 대립 구도를 보임.
② 청유형 어미를 반복하여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할 것을 권유함.
③ 동일한 문장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함.
*출전 : “문학 예술”(1956)
<작품의 구성>
[1연]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눈
[2연] 순수한 생명력 회복의 의지
[3연] 눈의 강인한 생명력
[4연] 자기 정화를 통한 순수한 삶 소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순수한 삶을 지향하는 화자의 소망과 의지를 대립적인 시어의 활용과 시구의 반복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1연은 ‘눈은 살아 있다’ 라는 문장을 반복, 변형하여,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눈’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2연에서는 ‘기침을 하자’ 라는 문장을 반복, 변형하여, 순수한 내면 의식을 지향하는 화자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기침을 하도록 권유받는 ‘젊은 시인’은 곧 화자인 동시에 시인 자신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침을 하는 행위’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화자의 내면 의식에 잠재해 있는 속물적 근성, 소시민성, 현실과 타협하려는 부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정화하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회복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3연에서는 ‘눈’으로 대표되는 순수의 세계는 오로지 자신에 대한 정화와 성찰에 매진하고 있는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계임을 알려 준다. 한편 4연에서는 화자의 가슴에 불순한 ‘가래’가 고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가래’는 기침을 통해 뱉어 내야 하는 불순하고 부정적인 것을 상징한다. 따라서 ‘살아 있는 눈’을 바라보며, 가래를 뱉는 행위는 현실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과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 연구실>
‘기침’을 하는 행위의 의미는?
‘기침’은 눈과 같이 순수한 내면 의식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 정화의 행위이며, 몸 안의 불순한 것들을 뱉어 내는 행위이다. 따라서 ‘기침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 의식에 남아 있는 속물성, 소시민성과 같이 불순한 의식을 거부하고 제거하고자 하는 의지를 의미한다.
이미지의 대립 관계
이 시에서 '눈'은 희고 순수한 것이고, '기침'은 어떤 괴로움 또는 병을 암시하는 더러운 것이다. '눈은 살아 있다'와 '기침을 하자'는 두 문장이 변형, 반복되면서 작품 전체를 이루고 있는 이 시에서, 눈을 향해 기침을 하는 행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더럽혀진 시적 화자의 영혼과 육체를 되찾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시어 및 시구의 상징적 의미
*눈 :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 화자에게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을 일깨워 주는 존재
*기침 : 마음속에 고여 있는 불순한 것들을 쏟아 내는 행위
*젊은 시인 :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존재, 부정적인 것과 타협하지 않고 순수와 정의를 지키는 삶을 살고자 하는 존재
*가래 : 불순하고 부정적인 것, 부정적이고 부패한 현실에서 생긴 속물근성, 소시민성, 일상에 대한 안주의 태도 등
반복법과 점층법의 시적 효과
이 시는 1, 3연에서는 ‘눈은 살아 있다’, 2, 4연에서는 ‘기침을 하자’를 반복하고 변형함으로써 의미를 점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같은 문장에 점차로 문장 요소들이 덧붙으면서 의미가 뚜렷해지는 점층적 전개를 이루는데, 이를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극복과 순수하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에 드러난 작가의 현실 인식
김수영은 암울했던 시대에 ‘시’를 통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시인이다. 이 시는 역시 1954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이승만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통령 3선 제한의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창작되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기침을 하자’, ‘가래를 뱉자’고 하면서 현재의 부정부패한 현실을 물리치고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김수영 시에서의 '눈'의 상징성
김수영은 '눈'이라는 제목의 시를 세 편을 썼다. 1956년의 이 시에서의 '눈'은 '살아 있는 순결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1961년의 시에서는 쓸모없는 저항시를 쓰는 시인과 대비되는 '민중의 상징체로서의 눈'이며, 1966년의 시에서는 '폐허에 내리는 눈'이다. 이 시들의 구성이나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나, '눈'의 이미지만은 세 편 모두 비슷하다.
참여 문학(參與文學)
참여 문학이란 문학은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사회 변혁에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학 이념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참여 문학은 1950년대 중 · 후반 이후 문학의 사회 참여적 역할과 의의에 대한 작가들의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후의 피폐함 속에서 극단적인 궁핍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으로 이어져 실존주의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4·19 혁명을 기점으로 참여 문학이 더욱 불붙기 시작하였으며, 1960년대 김수영, 신동엽 등의 시인들에 의하여 현실 문제, 예를 들면 분단과 통일, 민족 민중 의식 등을 시적 제재로 취급하면서 세 차례의 격렬한 순수 - 참여 문학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부터는 우리 민족과 민중들을 문학적 형상화의 주체로 삼는 시민 문학론, 민족 문학론, 노동자 농민 문학론 등으로 발전하였다.
작가 소개 - 김수영(金洙暎, 1921 ~ 1968)
시인. 서울 출생. 1947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초기에는 모더니즘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으나, 점차로 강렬한 현실 의식과 저항 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시정(詩情)을 탐구하였다. 시집으로 “달나라의 장난”(1959), “거대한 뿌리”(1974) 등이 있다.
함께 읽어보기
‘대설 주의보’, 최승호/부정적 현실에 대한 인식
‘대설 주의보’는 1980년대의 폭압적인 정치 상황을 거센 눈보라에 비유하여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눈’과 ‘대설 주의보’는 눈을 소재로 하고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인식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김수영의 ‘눈’에서 ‘눈’은 순수한 생명력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반면에, ‘대설 주의보’에서 ‘눈’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눈보라’가 되어 나타나 폭력적 현실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시’, 윤동주/순수한 내면 의식의 세계를 지향
‘서시’는 식민지 상황에 처해 있는 지식인의 도덕적 순결성에 대한 고뇌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시로, 순수한 내면 의식과 삶의 자세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 시와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서시'가 정신적 성찰에 의한 내면의 정화를 시도하고 있다면, 이 시는 '기침을 하는 행위'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화된 행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농무’, 신경림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붕괴되어 가던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들의 울분과 분노, 고뇌를 노래한 작품으로, ‘눈’과 같이 부정적 현실에 대한 저항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 본문 감상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 가난 때문에 어머니와 헤어지며 들어간 식당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 설렁탕 국물이라도 많이 먹으라는 어머니의 당부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 거짓말로 더 얻은 국물을 몰래 주시는 어머니
눈물은 왜 짠가
⇒ 가난의 비애가 담긴 짠 눈물
▣ 핵심 정리
■ 성격: 서사적, 산문적
■ 특징
① 인물들의 성격이 생생하게 그려짐
② 시상을 집약한 마지막행이 깊은 울림과 여운을 지님
(서러움의 감정을 집약하여 시상을 마무리)
■ 제재: 어머니와 함께 한 서러운 식사
■ 주제: 가난의 서러움과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랑
★ 설렁탕 국물의 상징성: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애정
★ 짠 맛: 고달픈 삶의 역정
★ 눈물의 왜 짠가: 가난의 비애가 담긴 눈물
▣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가 “나”에게 설렁탕 국물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나는 그 것을 들킬세라 조심하며 받아먹다가 주인 아저씨의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느끼고선 울음을 터뜨렸다는 눈물겨운 이야기가 그려진 작품이다.
주인 아저씨가 갖다 준 깍두기는 묵인과 배려의 따뜻한 징표였으나 나에게는 가난의 서러움이 복받친 계기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서사적인 틀의 시에 담고 마지막에는 “눈물은 왜 짠가”라는 깊은 여운을 지닌 물음을 던짐으로써 시상을 마무리 하고 있다.
▣ 이해와 감상.2
많은 시인들이 어머니를 노래할 때 가지게 되는 정형과는 이 시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 시에서의 어머니는 자식에게 고깃국물을 더 먹이기 위해 국물이 짜다고 거짓말을 하는 잘못된(?) 행동을 한다. 이 행동은 아들이 보기에 창피한 일이다. 창피하면서도 어머니의 마음을 읽는 가난한 아들의 슬픔은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미화된 어머니의 시들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오히려 더 진솔하다. 그러나 이쯤에서 이 시가 마무리된다면 이 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정형화한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시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이 시의 미덕은 어머니의 사랑과 등가를 이루는 설렁탕집 주인의 넉넉한 마음씨를 보여줌으로써 각박한 세상에 꽃 피는 인정으로 확대되어 감을 보여주는데 있는 것이다. 母子가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조심조심 깍두기를 내놓고 가는 설렁탕집 주인의 마음씨야말로 자식을 감싸 안는 어머니의 사랑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이다. 이 시에서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마지막의 '눈물은 왜 짠가'이다. 이 마지막 행은 하나의 연으로 독립되어 있으면서 다소 장황하게 전개된 이야기의 핵심을 압축하면서 우리에게 다시한번 고단한 삶을 둘러보게 하고 그 고단한 삶의 보석인 눈물이 썩지 않는 소금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의 주제를 통해서 중층적 인식의 구조로 확장해가는 능력이 진정으로 좋은 시의 덕목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