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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그 꽃 - 고은

작성자능소화 조봉희|작성시간26.06.05|조회수28 목록 댓글 0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그 꽃〉 이 시는 짧다. 그러나 그 짧음 속에는 인생의 깊이가 들어 있다. 올라갈 때 우리는 바쁘다. 앞만 보고 걷는다. 정상에 닿아야 한다는 생각,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조바심, 지금 멈추면 안 된다는 강박. 그래서 길가에 핀 꽃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1. 올라갈 때의 우리는 왜 보지 못했을까 올라가는 시기는 대개 젊음과 닮아 있다. 성취해야 할 것들이 많고, 증명해야 할 자신이 있다. 그 시절의 우리는 속도가 미덕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속도는 많은 것을 놓치게 한다. 사람의 표정, 계절의 결, 자기 마음의 미세한 떨림들. 그 꽃은 늘 거기 있었지만 우리는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2. 내려간다는 말의 진짜 의미 ‘내려간다’는 말은 퇴보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삶에서 내려감은 패배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는 일이고, 시선을 낮추는 선택이다. 중년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길에 선다. 더 이상 꼭대기를 향해 온 힘을 쏟지 않아도 되는 시기. 그 대신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긴다. 그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 꽃처럼. 3. 그 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이 시의 가장 깊은 울림은 꽃이 새로 피었다는 말이 아니라, 이미 거기 있었다는 사실에 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보는 사람이 달라진 것이다. 중년의 성찰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잃은 것이 아니라 이제야 알아본 것들. 늦은 깨달음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은 시선. 4. 내려오는 길에서 삶은 더 단단해진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처음엔 허전하다. 그러나 곧 알게 된다. 삶의 진짜 무게는 올라가는 동안이 아니라, 내려오며 품게 되는 것들에 있다는 사실을. 관계, 기억, 감사,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던 작고 소중한 순간들. 그 꽃은 그 모든 것을 상징한다. ✨ 오늘, 나는 어떤 길에 있는가 혹시 지금 내려오는 길에 서 있다면 서운해하지 말자. 그 길에서만 보이는 꽃이 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라도 볼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충분히 깊다. 서두르던 발걸음이 멈춘 자리에서 비로소 꽃 한 송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뷰어 이미지


그날-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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