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측이심(如厠二心)
같은 뒷간(변소=便所)인데 마음은 둘이라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뜻으로
자기에게 필요할 때는 다급히 여기고 지나면 마음이 변한다는 뜻이다.
절집에선 뒷간(측=厠)을 해우소(解憂所)라 하여
근심을 푸는 곳이라 하던데 생각해 보니 적절한 표현이다.
그것 급할 때 마땅한 장소는 없고 곧 옷에 묻힐것 같은 긴박 할 땐 세상에서
그것보다 난감하고 큰 근심은 없는데 그럴 때 간 뒷간은 너무 반갑고 고맙고
구세주 같더니 볼 일 끝내고 나올 땐 그 마음이 싹 가시고 불결하고 냄새나고
빨리 떠나고 싶으니 같은 뒷간에 어찌 두 마음이 아니냐
꼭 뒷간(厠)만 그렇겠는가?
인간만사가 그런 경향이 다분히 많다.
애걸복걸해서 도와 줬는데 차일피일 미루니 이것이 바로 여측이심(如厠二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인가.
어떤 목적을 이루고 처리해 내기 위해서 자존심 따위는 내팽개치고 아부 일색이지만
그 목적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 자기로 돌아간다.
이것을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사 이래 인간의 도리로서 지켜야 할 다양한 덕목들이
강조되어 왔다.
그 가운데에서 신의라는 덕목이 있다.
이것은 인간 관계를 잘 맺고 훌륭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중요시 되어온 덕목이다.
믿음과 의리를 아우르는 신의(信義)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즉 사람사는 세상을 온전히 지탱해 주는 뿌리와 같다.
그래서 신의(信義)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귀중한 가치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예로부터 신의(信義)를 저버리는 일들은 비일비재 하여 왔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 는 속담이 왜 생겨나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배은망덕(背恩忘德) 은반위구(恩反爲仇) 망은배의(忘恩背義) 등등 배신의 잘못을
꾸짖는 말들도 많다.
이것은 배신의 행위가 다반사로 일어나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배신은 위대한 성현들이 항상 경계해야 할 죄악이었다.
옛 성현들은 정서이견(情恕理遣)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잘못이 있으면 온정으로 참고 이치에 비추어 용서하며 분노를 푼다는 뜻이다.
이처럼 죄악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순리이기도 하지만
그걸 용서하는 것도 인간사의 미덕으로 간주되어 왔다.
위기를 모면하면 하늘을 잊는다.
배가 해변에 이르면 기도를 멈춘다.
인간은 하나같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하늘을 찾는데서 비유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