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설마?

작성자이정표|작성시간23.12.02|조회수598 목록 댓글 1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설마?


아득한 옛날 어머니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다.

어찌하려고 그렇게 장가를 안 가고
동네방네 처녀란 처녀는 골골마다
선을 다 보고 다니기만 하느냐
이 놈아!

네놈이 잘난 게 뭐가 있다고
맞선을 서른아홉 번을 보고 다녀
이 녀석아!

이 어미 동네방네 남세스러워
못 살겠다 이 녀석아.

원망인지 미움인지 자랑스러움이
었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과
눈물이 나곤 합니다.

장가 못 들일까 봐 어머닌 점술가를
찾았습니다.
이번엔 짚신도 짝이 있다고
네놈 짝이 나타난다더라.

당장 선을 보러 가거라.
선보러 따라다니는 것도
몸서리가 나니 이 번엔 너 혼자
다녀오너라.

맞선 장소에 다다르자 수줍어
고개를 숙인 처녀가 새련된
모습을 하고 다소곳이 앉아있다
내가 나타나자 얼른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번갯불에 콩 구워 먹었나
왜 그렇게 설레었던지 지금
생각하면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
봅니다.

어머니 말씀이 그동안 싸라기만
구하러 다녔고 이번엔 쌀 같은
너의 인연이 나타난다고 점술가가
말했다고 했었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만나던 날
빵집에서 빵을 나눠먹다 덥석
손을 잡았더니 파르르 떨며
손을 잡아 빼는 척하는 모습이
내게 반하고 있구나 직감이 들었습니다.

며칠 뒤 나오라는 전갈에 나갔더니
티셔츠를 몇 장씩 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 선물이 지금까지 살면서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께 아버지
그 처녀한테 선물 받았습니다.

반가워하실 줄 알았던 아버진
에라 이 놈아 네 놈이 사주고
와야지 이 놈아.

그러시면서도 흡족한 기색이셨습니다.

이번엔 놓치지 말고 꼭 잡아
동반자로 맞이하거라.

장가가는 과정 여자를 맞이하는
요령을 코치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사랑하고 존경했던
그리움에 눈물이 왈칵 솟아오릅니다.

결혼할 때 야단법석이 났습니다.
도대체 어떤 신붓감을 데려왔느냐며 동네방네 중매했던
분들이 오셨습니다.

아이고 저런 신붓감을 데려오려고
그렇게 잘난 체 한 거야.
잘났어 정말.
심지어 딱지 맞은 어느 낭자는
선배의 부인이 되어 옆마을로
시집을 왔습니다.

어떤 사람과 어떻게 사는지
두고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길이 달라 우린 일 년 정도
부모님 모시고 살다 첫 딸을 낳아
객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보증금 오십만 원에 월세 육만 원.
수 십 년이 된 추억입니다.

석유곤로로 밥 해 먹던 시절이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부엌에 발바닥만 한
찬장을 놓고 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집사람은 잘살아 보겠다고
바리바리 살림을 해왔는데
집이 좁아 살림이 다 들어가지
못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러워 쥐구멍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시작한 살림살이!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장가 안 갈거냐며
성화를 하시지 않았더라면
내 신세가 어찌 되었을까?

또 눈시울이 뜨거워져
겨울 추위도 녹일 것 같습니다.

아들 돌 때 어머닌 우리 손자가
장군감이라며 그렇게 좋아하셨습니다.

아들 딸이 다 장성한 지금
왜 아들 딸 출가 안 시켜요?

멋지고 예쁘게 자랐구먼요.

그 대답이 이렇습니다.

짚신도 짝이 있겠지요 설마.

글이 길어져 재미있는 이야긴
다음번에 하겠습니다.

감사한 건 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 잘 살아준 우리 할멈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멋쟁이 신사(華谷)ㆍ公認 孝菴 大法 | 작성시간 23.12.02 좋은 작품 감명 깊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