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네.
세상살이하면서 흔히 느끼고 말하는 말 중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네란 말이 있습니다.
동으로 말하면 서라고 우기고
서라고 말하면 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묘한 심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동서로 갈리고 남북으로
갈려서 수천 년 다른 주장을 펼치며
살아가곤 합니다.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잘도 살아갑니다.
나와 뜻이 맞지 않으면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생각하는 고등동물은 참으로
묘한 구석이 많습니다.
죽마고우와 고추 내어놓고
내 고추와 네 고추는 왜 다르게
생겼을까?
시냇가 도랑창이 으슥한 곳에서
목말 하던 시절의 추억이 달려옵니다.
그 죽마고우는 천국으로 가버리고
지금은 없지만 가끔 그렇게 억지를
부리곤 했었지요.
환갑도 살지 못하고 가버린 친구.
가끔 고향땅에 갈 때면 그가 묻힌곳으로 발길이 가곤 합니다.
그렇게 잘날 체 하더니만, 겨우 그걸 살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일까?
야트막한 그리움에 희미한 눈시울이 붉어질 때쯤 나를 돌아보니
칠십 줄을 살고 있습니다.
남을 원망하고 탓하기 전에
자신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점검해 봅니다.
살면서 내 주장만 강하게 펼치고
살지 않았나 되돌아봅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틀에 갇혀
내 주장을 강하게 하고 살고 있습니다.
한 치 물러서면 두 치가 보이는데
왜 한 치만 주장했을까?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동조하면서
살아가보자.
아주 쉽고 가까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요즘 연말이라 모임이 많습니다.
당연히 회비라는 게 발생합니다.
일을 보는 총무 하는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도 비용을 정산하다 보니
적자네 적자여.
듣고 있던 옆에 분이 당신이 계획을
당신 맘대로 해서 적자가 난 거야.
난 몰라 당신이 알아서 해.
또 다른 분께서 모두가 얼마이기에
그래요.
영수증을 보더니 걱정 마시게
내가 한 턱 내지 뭐.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기에
저렇게 멋진 모습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이라고 돈이 아깝지 않겠는지요?
나를 옳다고 내세우는 것보다
궁박한 처지를 모면해 주는
그 아름답고 멋진 모습에 찬사를
보냅니다.
언제 불러내어 따끈한 차 한잔
대접하며 그 인성을 배울 생각입니다.
이렇듯 여생 나를 벗고 타인의 옷을 입히는 좀 더 따사로운 삶을 살아갈
생각입니다.
사람은 어려울 때 인품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좋을 때 여유 있을 땐 다 좋아 보이나
어려울 때 슬기롭고 지혜 있는 분이
있습니다.
우리 사업장에 오시는 분들 중에
저를 보면서 참으로 호인상에 넉넉할 것 같이 보인다고들 합니다.
저런 양반하고 사는 분은 얼마나
행복할까?
제가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옆에서 듣던 우리 할멈은 빈정거리는 모습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한 번 살아보세요.
살아보니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영감탱이랍니다.
히죽히죽 웃었습니다.
내 모습이 들킨 것 같았습니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잘난 영감 단속 좀 하셔 잘하면 바람난다고.
우리 할멈 세상을 통달한 듯
이렇게 말합니다.
내버려 두세요.
영감도 남자인지라 바람기 없다면
거짓말이지요.
그렇지만 우리 영감은 아무리 늦어도 자정이면 시계불알처럼
딩동 하면서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영감과 살면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 행동을 하고 사는 우리 영감님께 잘하나 못하나 감사하지요.
농담으로 우리 부부사이에
소금 뿌리려다가 소금자루를
챙기시고 다음에 또 오겠다며
가셨답니다.
당신이 그리울 때 당신 영업장에
들려가면 배도 마음도 꽉 찬 느낌이라는 할아버지의 너스레에
행복한 웃음이 맵돕니다.
이 모두가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결론으로 오늘 글은
여기서 내려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