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꽃 물을 /노을풍경(김순자)
봄이 시작되던 어느 날
봉숭아 씨앗
베란다 작은 텃밭에 심으며
꽃모종이 나올까 했는데
고향 장독대 옆
긴 담장 따라 심었던 봉숭아
그때 그 꽃모습으로
잎도 풍성하고 제법 꽃도 피우며
자라 가는 모습이 신기하다
그 옛날 고향 집 툇마루에
밤이 어둑해질 무렵
엄마가 봉숭아 꽃물
곱게 들여 주셨던
고향 생각에 울컥해지며
어느새 예쁘던 손가락은
살아온 세월의 길이만큼
무디어지고
굵은 나이테를 그리며
볼품없는 손이 되었지만
내가 심은 봉숭아 꽃으로
올가을엔 그때처럼
예쁜 꽃 물을 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