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조희(趙姬)
그런데 여불위, 아니 영자초에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어느날 갑자기 영자초의 생모(生母) 하희가 나타나 버린 것이다.
아들 영자초가 조나라 인질에서 풀려 조국 진나라로 돌아 왔다는 소문을 듣고 기쁜 마음에 하희가 나타났으리라.....
그러나 남의 남자를 품은 흠 있는 하희의 자식으로서는 영자초가 왕권을 승계받을 수 없겠다.
경쟁관계에 있는 안국군의 처첩들이 여기에 대하여 가만 있을리 만무하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라도 영자초를 정부인 화양부인의 자식으로 계속 주욱 이어 가야만 왕권을 승계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여불위는 측근을 시켜서 하희를 안가로 데려 오게 해서 저녁에 하희를 만났다.
"당신은 누구요....?"
"자초의 태부 여불위라 합니다."
"아... 그 유명한 여불위..... "
영자초를 인질상태에서 구출한 여불위의 영웅담은 이미 진나라 전체에 퍼진 것이다.
"아드님은 아 나라 왕통을 이으실 분입니다. 그런데 아드님을 위해서 하실 일이 있습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기꺼이 해 드리리다."
"이 자리에서 죽어 주셔야 겠습니다."
"뭐라고요...? 나보고 죽으라고요.....?"
하희 눈가에는 금방 이슬이 맺힌다. 아들이 잘 되어 돌아 왔다는 기쁨에 한 걸음에 달려 왔건만.....
"그렇습니다. 아드님 자초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라면.....,부인께서 동궁으로 들어가는 날에는 영자초는
적자의 자리에서 밀려나 찬밥신세가 됩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하희는 그제야 이렇게 나타나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경솔한 짓인가를 깨달았다.
"내가 미쳐 그걸 깨닫지 못했오.... 기꺼이 죽겠습니다."
"고맙소....... "
여불위가 약봉지 하나를 턱 던져 주니 하희는 한번 더 눈물을 흘리고서 약을 한 입에 털어 놓고 쓰러진다.
여불위가 밖을 보면서 의원을 부르자 칼을 든 의원이 방으로 들어 온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앞으로 말은 한마디도 못하도록 혀를 반만 잘라라."
이리하여 하희는 혀가 잘리고 말은 한마디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제 하희는 평생 여불위가 보살펴 줘야 할 운명이다.
결국 여불위는 하희를 자기의 여자로 삼고, 말 못하는 것 외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잘 보살펴 준다.....
그런데 도데체 족보가 어떻게 되는 것인 지.......
하희를 정점으로 한다면 영자초는 여불위를 아버지라 불러야 할 터인데....
조희를 기준으로 하면 여불위와 영자초는 .........?
보름 뒤에 여불위는 영자초를 초대 했다.
영자초는 생모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안절부절했던 것이다.
생모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왕권승계문제가 더 걱정이었던 것이다..
"왕손......., 생모 일은 조용히 매듭지었습니다."
"그래요. 죽이셨습니까. 성공하셨나 보군요."
영자초의 얼굴이 순간 활짝 핀다. 참으로 권력투쟁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죽일까 생각했는데..... 장차 왕이 되실 분의 생모이신데....차마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누설이라도 되면 어쩌려구요....."
참 나.... 이런 인간을 봤나.... 지난 번에는 남의 아내인 조희를 달라고 생떼를 쓰더니만..........
이제는 지 어미 안 죽은 것을 오히려 꺼름찍하게 생각하네.....!
여불위가 사람을 불러 방으로 들이니 곱게 차려 입은 여인 한 명이 방으로 들어 온다.
" 친어머니십니다."
" 아니, 태부, 누구 망하는 꼴 볼려고 이러 십니까...?"
" 왕손, 걱정 마십시요. 어머니는 말씀을 못하십니다. 그리고 이 분은 며칠 전부터 나의 여인이 되었습니다.
왕손의 생모를 차마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말을 못하게 혀를 잘랐습니다."
그제서야 영자초는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 태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왕손, 어머니께 인사를 드려야지요."
영자초가 큰 절을 올리니 하희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이제는 울어도 소리가 나지도 않는다.
" 이제 왕손의 어머니, 하희는 이미 죽었습니다. 이 분은 나의 아내일 뿐입니다."
재상이 되어 나라를 멋지게 경영하려는 길목에서, 여불위는 또 한 번 이렇게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