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조희(趙姬)
노애의 대물 소문이 함양성에 쭈욱~ 퍼진 것을 확인한 후, 여불위는 감천궁에 있는 태후를 찾아 갔다...
국사(國事)는 본시부터 여불위 마음대로 결정하면 태후는 전부 그대로 따랐으므로,
이날도 국사(國事)는 대충 대충 보고 침실로 들었다.
"여보, 노애란 사내가 그렇게 힘이 좋다고 소문이 났던데?"
"그노무 짜식.....그놈은 죄인이야!"
"무슨 죄를 지었는데?"
"남의 여자를 희롱한 음탕죄!"
"호호호...... 거 참 .....별 죄도 아니네 뭐. 근데, 노애가 수레바퀴도 돌렸다면서?"
여불위가 태후조희를 관찰하니, 태후의 표정은 노애에 대해서 여간 구미가 당기는 것이 아니다.
"태후....., 노애란 놈을 데려다가 그놈의 대물이 진짜 말만한지 구경함 해 볼까?"
"아이....징그럽게...ㅎㅎㅎㅎ"
"물건이 크면 여자는 더 좋을 까?"
"아이 참, 당신도, 여자란 곳간에는 곡식이 가득차고, 쌀독에는 쌀이 꽉 차고, 소금독엔 소금이 꽉꽉 차는 걸 좋아하자나요."
"그게 무슨 뜻인데?"
"뭐든지 꽉 차는 게 좋다는 거지 뭐.....!"
"사실은 말이야..... 태후 당신이 독수공방하는 것이 너무 안되 보여서..... 이거 참.......!"
"아니......뭔데.....말하다가 왜 그래여?"
"독수공방하는 태후에게 그 놈 대물을 선물하고 싶어.....!"
"당신 미쳤어.. 미처.. 어떻게 마누라한테 사내를 선물해요?"
"태후, 난 통 큰 장사꾼이야....! 나는 늙고 태후당신은 젊은데, 젊은 아내를 위해 사내 하나쯤 심심풀이 노리개로 선물할
수도 있지 뭐....! 그간 당신이 나를 위해, 아들 정이를 위해 애쓴 것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쯤은......!"
이렇게 말해놓고서도 여불위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니 처연한 느낌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여불위의 속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태후는 입가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말? 당신이 대단한 인물인 줄이야 알고 있었지만, 아내한테까지 사내를 선물할 만큼 대단한 줄은 정말 몰랐네....
공자고 노자고 모두 당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다만, 당신과 나는 죽을 때까지 부부야...알겠지....! 우리부부의 금슬을 위해 내가 고육지책을 내보는 거야... !"
"아이, 난 몰러.....!"
"모르긴 뭘 몰러!, 노애 그놈은 단순한 노리개일 뿐이야.. 당신 색병을 고치는 약일 뿐이지.... 태후 당신의 부부는
나야 나...알겠지?"
"알았어요....."
여불위는 태후조희에게 다짐을 받고 감천궁을 나왔다....
태후의 약속이 지켜질 지 어떨 지는 몰라도, 다짐은 영글게 영글게 했었다....
여불위는 기왕지사 정해진 일, 노애를 환관으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원래 환관이 되는 절차는 간단하지가 않다...
의술이 발달하지 않는 이 당시만 해도 거세를 하는 방법이 원시적이었지만 이에 관해서는 생략하고......
"음탕한 짓거리를 한 저놈을 부형에 처하라....!"
여불위가 노애의 죄를 판결까지 한 것이다.
부형에 처하라는 것은 알을 까라는 뜻이다.... 이렇게 부형에 처할 것을 선고하였지만, 여불위는 뒤로는 형리들을
불러 뇌물을 듬뿍 주고는 은밀한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비밀이 누설되면 너희들의 목은 그 날로 날아갈 각오를 해"
이렇게 협박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리하여 노애는 부형의 절차에 따라 밥도 굶고 수술대에 올랐다.
물론 알을 까는 흉내만 냈을 뿐이었다..
얼마 후, 형리들은 노애의 대물이라면서 커다란 대물을 함양성 네거리에 내다 걸었는데... 실상 그것은 당나귀의 것이었다.....
그러니 행인들의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와......그놈 크기는 정말 크네...."
"아이고 징그러워라....숨막혀 못보겠네....."
이로써 노애는 이제 여자를 후리는 대물이 아니라 양순한 환관이 되었다는 소문이 함양성에 쭈욱~ 퍼졌다.
한 달쯤 뒤, 환관이 된 노애가 여불위 앞에 불려 갔다.
"너는 태후전으로 간다... 알겠지....!"
"녜....알겠습니다."
"너는 나의 종이었다....그러나 오늘 이후 너는 감천궁의 귀신이 되는 것이다. 귀신이란 생각은 있되 몸은 없는 존재다...
그러므로 너는 실체가 있어서는 안되느니라.... 오로지 태후궁의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승상"
"너는 물건이 없는 고자다 알겠느냐....!"
"녜, 승상"
"노애야, 너의 임무는 오로지 신명을 바쳐 왕태후를 만족시켜드리는 일이다..... 그것이 너의 절대적 임무이니라...."
"녜, 녜..."
"이 일은 나, 너, 그리고 왕태후, 이 세사람 외에는 귀신도 알아서는 안된다....알겠지....."
"녜, 승상....절대 명심하겠습니다....."
"너, 나와 왕태후가 어떤 사이인 줄을 아느냐?"
"저라고 귀가 없겠습니까..승상....., 왕태후님은 승상님의 부인이셨잖습니까...."
"넌, 내가 아내나 다름없는 왕태후에게 사내를 주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글쎄요.... 신은 그저 승상님 시키는 대로 할 뿐이옵니다..... 신은 아무 생각 없습니다.... 단지 그림자일뿐입니다...."
여불위의 물음에 대답하는 내용으로 봐서 노애 이 인간도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다.
"만일 불미스런 말 한마디라도 궁궐 너머로 새어나오는 날에는 너는 물론이요, 네 일가친척을 9족까지 멸하리라....."
"명심하겠습니다. 승상....!"
노애는 승상부에서 명령하는 대로 부임지를 향해 떠났다...
환관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궁' 뿐이지만....
이리하여 노애는 물건을 달고 궁궐에 사는 역사상 유일무이(唯一無二)한 환관이 된 것이다.
노애와 같이 환관이 된 자들 중에는 왕궁(영정왕이 기거하는 궁)으로 떨어졌다면서 환호를 지르기도 하고,
태자궁에 떨어진 자들은 "이만하면 보직이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 하면서.....,
하필 왕의 어머니인 늙은 과부 태후가 사는 감천궁으로 발령받은 노애를 참 안됐다면서 위로해 주는 환관들도 있었다....
시퍼렇게 젊디 젊은 인간이 환관이 된 것도 억울한데 권력 맛도 못 보고 늙은 왕태후의 뒷바라지나 하랴 싶었던 모양이다.....
며칠 후 여불위가 직접 노애를 데리고 감천궁으로 들어갔다.
"태후마마, 오늘 환관 한 명을 새로 데려 왔습니다."
" ........."
"이보게, 태후마마께 인사 올리게...."
노애가 허리를 절반으로 꺽어 절을 올린다..
"이 자가 그자...?"
"그러합니다..."
태후는 환관복을 입은 노애를 위 아래로 훑어 보았다...
보통 사람보다 덩치가 좀 크기는 하지만 바지 속에 소문으로 듣던 그 대물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태후는 궁녀들을 물리고 승상과 함께 국사를 논하기 위하여 밀실로 들어 갔다.
"아니, 소문하고는 다르잖아요?"
"뭐가 달라?"
"대물이라더니....대물같아 보이지를 않는데.....? 기골이 장대하지도 않고... 코가 큰 것도 아니고..."
"덩치 크다고 그게 다 큰가.....? 벗겨 보고 말을 해.... 마음에 안 들면 도로 데려 가지 뭐.."
"아니... 뭐, 그럴 거 까지야..."
여불위가 노애를 가짜환관으로 만드느라고 당나귀 물건을 구해다가 함양성거리에 걸어 둔 이야기를 하자,
태후조희는 까르륵, 까르륵.....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 했다....
이렇게 여불위는 고추 달린 환관을 태후조희에게 선물을 하고 감천궁을 쓸쓸히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