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물 주머니 가죽으로 신발·주머니 등을 만들어 파는 피장이 일손을 놓고 땀을 닦으며 곰방대를 무는데 이웃집 총각 허대풍이 찾아왔다. “대풍이, 어인 일로 한낮에 나를 찾아오나?” 허대풍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할듯 말듯 하던 말을 못하고 돌아가려 하자 피장이 대갈일성. “야, 이 사람아. 자네가 나한테 못할 말이 뭐 있어!” 허기야 두사람은 주막에서 술잔도 기울이고 투전판에도 끼며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다시 돌아 마루 끝에 걸터앉은 허대풍이 말했다. “형님, 나 고민이 있소.” “뭐여? 얼른 말혀 봐.” 장지문을 사이에 두고 가죽본을 뜨던 피장 마누라가 궁금해서 귀를 세웠다. 허대풍은 머뭇거리다가 “형님도 알다시피 내 양물이 너무 커서 주체하기 거북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피장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허대풍의 양물을 본 적도 없고 크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어 “그래? 복이 넘치는 걱정이네.” 장지문 너머 피장 마누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틈에 귀를 바짝 갖다 붙였다. “형님, 남우세스러운 일이지만 보드라운 가죽으로 양물 주머니 하나 만들어 주시오. 제 허벅지에 동여매게 끝엔 끈을 달아 주시고.” “양물을 꺼내게. 줄자로 치수를 재게.” 허대풍은 “그럴 줄 알고 제가 치수를 재고 실물 크기 그림도 그려 왔습니다.” 피장이 그림을 건네받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마나 걸릴까요?” “이삼일이면 되겠지.” 허대풍이 돌아간 후 피장은 그림을 보며 자기 양물을 만져 보고 긴 한숨을 쉬었다. 허대풍의 양물은 그 길이가 무려 일곱치요, 둘레가 네치 반이다. 그날 저녁, 피장이 동네 주막에 간 사이 피장 마누라가 허대풍의 양물 그림을 보고는 가슴이 콩콩 뛰었다. 허대풍은 사흘이 지났지만 양물 주머니를 찾으러 가지 않았다. 장날, 피장이 그동안 만들어 놓은 가죽신과 주머니 등을 함에 넣어 짊어지고 산 넘고 개울 건너 장에 가고 나자 허대풍이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피장집 사립짝으로 들어섰다. 그는 안방 문을 열며 달콤한 목소리로 “형수님 계시오?” 피장 마누라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 양물 주머니 찾으러 왔습니다.” 피장 마누라는 양물 주머니를 건네며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피장 마누라는 이 고을에서 알아주는 미인이다. 허대풍이 피장 마누라의 허리를 껴안아 당기자 스스럼없이 끌려오며 몸은 벌써 불덩어리가 되었다. 허대풍의 양물이 쑥 들어오는데 피장 마누라는 깜짝 놀랐다. 하도 크다 해서 생전 처음 외간 남자를 받아들였더니 남편 피장의 양물보다도 작았다. 그의 술책에 속은 걸 알았지만 벌써 들어온 걸 어찌하랴. 이튿날 저녁 나절, 허대풍이 넉살 좋게 싱글벙글 웃으며 피장집에 찾아왔다. “형님, 한잔하러 갑시다.” “자네, 어제 그것 찾아갔다며. 잘 맞던가?” “조금 작아도 쓸 만합디다.” 장지문 뒤에서 피장 마누라가 입을 삐죽거렸다. “조금 작은 거 좋아하네. 열개도 들어가겠다. 열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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