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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야화 594

작성자석양 노을.|작성시간26.06.23|조회수0 목록 댓글 0




<혜원 신윤복의 홍루대주(간송미술관 소장)~>

♡♡♡♡♡
소는 잘못이 없다


이첨지는 황소를 몰고 장으로 갔다.

소 장터는 거간꾼들이 흥정을 붙이고 살 사람 팔 사람은 값을 깎으랴,
올리랴 부산하게 떠들어댔다.

이첨지는 황소를 팔아서 암소를 살 참이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소값을 알아보다 “사돈~” 소리에 뒤돌아보니
사돈도 소 고삐를 잡고 있다.

“사돈~
어쩐 일입니까?”

이첨지가 묻자
사돈이 말했다.

“이 암소를 팔러왔지 뭡니까,
이걸 팔아 황소를 사려고요.”

“나는 이 황소를 팔아 암소를 사려던 참인데...”

두 사돈의 필요조건이 두 동강난 사발의 이를 맞추듯 서로 똑 떨어지게 맞았다.

“우리 서로 바꿉시다.”

“암, 그럽시다”

둘은 소 고삐를 바꿔 쥐며 거래를 끝냈다.

“사돈~
내가 오늘 사돈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황소를 파느라 애를 먹을 것은 둘째치고 거간꾼에게 구전을 얼마나 뜯겼겠습니까?

구전을 벌었으니 제가 구전만큼 한잔 사겠습니다.”

둘은 주막집 마당 구석에 소 두마리를 매어 두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 딸년이 사돈을 잘 모시는지 자나 깨나 걱정입니다.”

“우리 집에 복덩이가 들어 왔습니다.
걔가 우리 집에 오고 난 후 해마다 논을 한마지기씩 삽니다.”

화기애애하게 이첨지와 사돈은 대낮부터 부어라 마셔라 호리병이 앉아 있을 사이가 없다.

얼마나 마셨을까?
이첨지가 계산을 하고 나오자 사돈이 말했다.

“구전은 나도 벌었지요.”

둘은 다른 주막에 가서 또 술판을 벌였다.

이첨지가 말했다.

“내 황소를 팔고 사돈 암소를 판 구전은 우리가 찾아 먹었지만,
내가 암소를 사고 사돈이 황소를 산 구전은 아직 남았잖소?”

“맞아~ 맞아~”

그들은 말도 서로 놓으며 또 다른 주막에 가서 밤 깊은 이경까지 술이 술을 마셨다.

주막을 나와 고주망태가 된 이첨지는 사돈과 바꾼 암소에 올라타고,
사돈은 이첨지의 황소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암소 등에서 떨어지다시피 내린 이첨지를 마누라가 부축을 하며

“쉿! 조용히 하세요~
모두 영감 기다리다 이제 잠들었소.”

이첨지는 안방으로 들어가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누라를 껴안았다.
마누라는 술 냄새가 코를 찔러 고개를 돌렸다.

날이 새자 한 이불 속에서 벌거벗은 이첨지와 안사돈이 비명을 터뜨렸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감골 이첨지의 집 안방에서도 비명이 터졌다.

소 잘못이 아니다.

소는 주인이 바뀐 줄도 몰랐고, 새 주인의 집도 몰랐다.

고주망태를 태우고 그저 자기 살던 집으로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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