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군사적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우리네 집 앞 편의점 매대까지 덮쳤다.
이란과 미국 간의 무력 충돌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자,
난데없이
‘종량제봉투
대란설’이
번진 것이다.
일부 마트에서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자 시민들은 보란 듯이 수십 장씩 봉투를 쟁여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자.
작금의 사재기 열풍은 실체 있는 위기가 아니라,
근거 없는 불신이 만들어낸
‘인위적
공포’에
가깝다.
먼저 숫자를
보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수조사 결과,
전국 지자체가 보유한 종량제봉투 완제품 재고는 평균
3개월
치를 상회한다.
원료 수급 역시 탄탄하다.
석유 기반 원료가 부족하더라도 이미 확보된 재생 원료만으로도
1년
치 사용량인
18억 장을 새로 찍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즉,
공급망은 무너지지 않았고 정부의 창고는 비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재기가 멈추지 않는 것은 정부의 행정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저평가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공공요금 통제와 필수재 공급망 관리에 사활을 걸어왔다.
종량제봉투 가격은 시장의 논리가 아닌 지자체 조례라는 법적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다.
원자재 값이 오른다고 해서 자고 일어나면 가격표가 바뀌는
그런 품목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이러한 불안을 불식시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민생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25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며,
이 대통령은
“원래
정부는 국민에게 돈을 쓰는 것이고,
그러자고 세금을 걷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일각의
‘퍼주기’
비판에 대해서도
“예산을
잘 쓰는 게 유능한 것이지,
안 쓰는 건 무능이자 무책임”이라며,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에겐 돈을 빌려서라도 보급을 해줘야
하듯,
위기 시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이러한 철학은
종량제봉투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행정 지시로도 이어졌다.
나프타 수급이 어렵다면 재활용 원료를 동원해서라도 생산
차질을 막으라는 긴급 지시가 내려졌고,
국민의 고통을 이용해 매점매석이나 담합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전기료 등 핵심 공공요금을 동결하여 민생의 버팀목이 되겠다는
약속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을 흔들기 위해
‘생필품
대란’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하지만 생리대 가격 안정화나 대중교통 정액패스 도입 등 삶에
밀착된 행정 성과를 돌이켜본다면,
고작 봉투 수급 하나 해결하지 못할 정부라는 의심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금의 품귀 현상은 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1년
치를 미리 사버린 탓에 정작 오늘 봉투가 필요한 이웃이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가수요의
역설’일
뿐이다.
정부는 이미
매점매석에 대한 엄정 대응과 유통 단계별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민의 화답이다.
근거 없는
‘설’에
휘둘려 창고에 봉투를 쌓아두는 행위는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다.
이웃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
그리고
“세금은
국민이 어려울 때 쓰는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는 합리적 이성이 필요한 때다.
종량제봉투는 사재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누어 써야 할 최소한의
공공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