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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야화 525

작성자석양 등대|작성시간26.04.25|조회수179 목록 댓글 7

요강 속의 돈표


수전노 오만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벌이를 했지만 아직도 부자 소리를 못 듣는 처지다.
골똘히 돈벌 궁리를 하고 있는데 하루는 거간꾼이 찾아와 “오첨지 어른, 돈을 갈퀴로 끄는 자리가 생겼습니다요.”라며 귓속말을 건네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니뭐니 해도 사또 자리보다 돈벌이 좋은 것은 없습니다요.
1년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어요.
이번에 의주 사또 자리가 비었는데 윤대감에게 선을 대면 5,000냥에 살 수 있지요.”

거간꾼의 주선으로 윤대감을 대면한 오만석은 ‘에누리없는 장사가 어디 있겠냐’며 집에서 써온 3,000냥짜리 돈표를 꺼내 윤대감 앞에 내밀었다.
윤대감은 돈표를 잡아 슬쩍 보더니 그대로 구겨서 요강에 넣어버리고 ‘어험’ 헛기침을 하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장죽을 물었다.

오만석이 뒷걸음으로 물러나 마루로 나가자 윤대감 댁 집사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흘리며 지필묵을 준비해왔다.
오만석은 골똘히 생각한 끝에 4,000냥짜리 돈표를 새로 써서 들이밀었더니 윤대감은 또다시 구겨서 요강에 넣어버렸다.
오만석은 다시 방문을 나와 “이 동네는 에누리라고는 땡전 한푼 없구나”하고 중얼거리며 결국 5,000냥 돈표를 써 올렸다.
그제야 윤대감은 돈표를 거두어 방석 밑에 넣으며 “알았네. 집으로 돌아가 의주로 올라갈 채비나 하게.” 며칠 후 오만석은 의주 사또 사령장을 받았다.
의주 사또로 부임한 오만석은 1년 안에 본전을 뽑을 계획을 세웠다.
“부임을 하자마자 긁어모으는 건 볼썽사납겠지.
첫달은 쉬면서 어느 집 재산이 많은지 정보나 수집해야겠군.”

사흘이 지나자 윤대감 댁 집사가 찾아와 5,000냥짜리 돈표를 내밀어 오만석은 준비해뒀던 돈을 줬다.
그런데 며칠 후 험상궂은 보부상 패거리가 4,000냥짜리 돈표를 들고 나타났다.
사또 오만석이 깜짝 놀라 돈표를 보니 윤대감에게 써준 돈표였다.
“이것은 구겨져 요강 속으로 들어갔는데….”
하지만 돈표는 요즘으로 치면 어음이라 막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보부상 패거리의 행패와 벼슬을 돈 주고 산 게 탄로날까봐 겁이 나 오만석은 징징 울면서 4,000냥을 줬다.

한편 그 시각 한양의 윤대감은 마른 요강에서 꺼낸 구겨진 3,000냥짜리 돈표를 꺼내 반듯하게 다림질했다.
며칠 후 껄렁패들이 3,000냥 돈표를 들고 다시 의주 관아를 찾아왔다.
1만2,000냥 바가지를 쓴 오만석은 첫달을 기다릴 것도 없이 백성들의 고혈을 짜기 시작했다.
너무 성급하게 쥐어짜다가 결국 암행어사에게 걸려 포승에 묶이는 신세가 됐다.


< Original : 조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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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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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포근남 | 작성시간 26.05.05 new 사랑방 야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태공마을 | 작성시간 26.05.05 new 욕심이 너무 과했군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행
  • 작성자효천대운 | 작성시간 26.05.05 new 사랑 방 야화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탱구 | 작성시간 26.05.05 new 좋은야담 감사합니다.
    좋은야설 감사합니다.
    좋은야화 감사합니다.
    좋은만화 감상합니다.
    좋은사진 감상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잘 감상합니다.
    즐독합니다.
  • 작성자황포돗대 | 작성시간 26.05.05 new 사랑 방 야화 잘 보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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