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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야화 554

작성자석양 등대|작성시간26.05.18|조회수208 목록 댓글 12



당나귀와 닭

이초시는 뒤뜰로 가 장독대에서 남쪽으로 세걸음, 감나무에서 동쪽으로 일곱걸음 지점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 깊이가 한자 반이 되자 삽을 치우고 호미로 조심조심 파내려갔다. 마침내 호미 끝에 걸리는 금속성 촉감에 이초시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항아리를 꺼냈다. 7년 전 산 속에서 팔뚝만 한 100년 된 더덕을 캐서 소주를 손수 고아 항아리에 담아 묻어둔 것이다.

100년 된 더덕은 산삼보다 낫다 했던가. 항아리 뚜껑을 열자 더덕향이 온 집안에 퍼지고 술을 한잔 마시자 온몸에서 더덕향이 배어나왔다. 더덕술 항아리를 자루에 담아 당나귀 등에 걸쳐 싣고 이초시는 집을 나섰다. 오월의 햇살은 눈이 부시고 산새들은 지저귀고 개울의 옥수는 쉼 없이 흐르고 철쭉꽃은 온산을 덮었다.

이초시는 당나귀를 타고 까닥까닥 산 넘고 물 건너 죽마고우 황첨지네 집에 다다랐다. 마당을 쓸고 있던 황첨지가 반갑게 맞았다.

이초시는 당나귀 등에서 내려 더덕술 항아리 자루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게 뭔지 맞혀 보게나.”
“벌써 더덕 냄새가 나네. 자네가 그토록 자랑하던 100년 된 더덕술이구먼.”
두 친구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황첨지 부인이 상을 차려왔다. 이초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7년 동안 뒤뜰에 묻어 뒀던 100년 된 더덕술을 나귀에 싣고 산 넘고 물 건너 친구 찾아 왔더니 술상이라고 차려 나온 게 겨우 시어 고부라진 묵은 김치에 취나물 나부랭이뿐이다.

술맛이 날 리가 없다. 이초시의 인상을 살핀 황첨지가 “장보러 못 가서 집에 안주될 만한 반찬이 없네 그려.”
가지고 온 더덕술이 몇순배를 돌았건만 이초시는 젓가락을 잡지 않았다.
“내가 이 술에 어울리는 안주거리를 장만하지.”

이초시는 갑자기 신발을 신고 마루를 내려서더니 마당가의 도끼를 잡고 타고온 당나귀 고삐를 풀어 뒤뜰로 끌고가 도끼를 치켜들었다. 질겁을 한 황첨지가 이초시 팔을 잡고 도끼를 빼앗았다.
“여보게, 당나귀를 잡아먹어 버리면 집엔 무얼 타고 가려는가?”

이초시는 못 이기는 척 도끼를 빼앗기고 나서 말했다.
“닭 한마리 빌려 타고 가면 되지 뭐.”
뒤뜰에도 앞마당에도 닭들이 모이를 쪼고 있는 걸 보고 빈정거렸다. 황첨지가 소리쳤다.

“부인, 얼른 씨암탉 두어마리 잡아 굽고 볶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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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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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탱구 | 작성시간 26.06.03 new 좋은야담 감사합니다.
    좋은야설 감사합니다.
    좋은야담 감사합니다.
    좋은동물 감상합니다.
    좋은사진 감상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잘 감상합니다.
    즐독합니다.
  • 작성자진춘권 | 작성시간 26.06.03 new 사랑방 야화 554.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작성자초수동 | 작성시간 26.06.03 new 내용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 작성자노준식 | 작성시간 26.06.03 new 잘 보고감니다
  • 작성자황포돗대 | 작성시간 26.06.03 new 사랑 방 야화 잘 보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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