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노시스파
1~2세기 헬레니즘 시대에 로마․그리스․소아시아․이집트 등지에 널리 퍼져 있던 그리스도교의 이단.
그노시스는 지식 특히 영지(靈知)를 뜻하는 말이다. 그들은 그리스도교적 주지주의(主知主義)라고 주창하고 이성 편중에, 보통 그리스도교 신앙지식 이상의 신비적 신앙지식에 도달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신앙적 태도는 신앙의 실제를 벗어나 사변(思辨)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결과 그리스의 철학 및 동양의 여러 종교관념과 그리스도교 교리와의 혼합이 생겨나, 단순 소박한 신앙심을 현혹시켰다. 그 대표자로는 《사도행전》 8장에 나오는 마술사 시몬이 처음이고, 2세기의 사토르닐로스(Satornilos), 바실리데스(Basilides), 3세기의 발렌티누스(Valentinus) 등이 있다. 그들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창조주와 예수가 말한 아버지 하느님을 구별하여, 전자를 데미우르고스(제작자란 뜻)라는 하급 신이라고 주장하였으며, 또 우주가 이에 의하여 창조되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영(靈)과 물질을 이원적(二元的)으로 대립시켜 놓고 그리스도가 취한 육신은 참 육신이 아니고 가짜였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을 그리스도 가현설(假現說:Docetism)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구원은 그리스도의 영(靈)의 힘으로 육체를 벗어나 영화(靈化)되는 데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정통파로부터 배척되어 3세기에는 쇠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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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지론(不可知論)
초경험적(超經驗的)인 것의 존재나 본질은 인식 불가능하다고 하는 철학상의 입장.
불가지론은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sophists)나 회의론자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기원을 찾을 수도 있으나, 신의 본체는 알 수 없다는 중세의 신학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인간은 일종의 지적(知的) 직관(直觀)인 그노시스(gnosis)에 의하여 신의 본체를 직접 알 수 있다는 그노시스파(派)나 본체론자의 주장에 대하여 그노시스를 부정하는 것이 불가지론이다. 로마 가톨릭은 신의 존재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이성(理性)에 갖추게 되는 자연의 빛에 의하여 알게 되지만, 신의 본체 자체는 알 수 없다고 하여 그노시스를 부정하였다. 신은 현세(現世)에 사는 사람에게는 거울에 비치는 모습처럼 뚜렷하지 않으며, 신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세상에서 가능하다.
불가지론은 근세에 들어서서, 인간은 유한한 존재로서 그 지력(知力)도 한정되어 있어, 세계 그 자체가 무엇인가를 알 수는 없다고 말한 철학설에 다시 등장한다. 신, 즉 자연의 속성은 무한하지만, 그 중에서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연장(延長: 物體)과 사유(思惟: 精神)뿐이라고 주장하는 B.스피노자의 설이나, 인간의 지식은 인상(印象)과 관념에 한정되어 있어 그것을 초월한 사항은 지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D.흄의 주장도 어떤 의미에서는 불가지론이다. 또 사물 자체는 인식하지 못하여도 주관형식인 시간․공간 내에 주어지는 현상만은 인식할 수 있다는 I.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의 생각도 일종의 불가지론이다. 1869년에 불가지론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는 T.H.헉슬리나 H.스펜서와 같은 실증론자는 지식을 경험 가능한 사실로만 한정시켰다. 이와 같이 형이상학적인 여러 문제에 관하여 분명히 불가지론을 주장하였는데, 이 경향은 현대의 논리실증주의와도 이어진다. 고대 회의론자의 시조 피론, 현상론자 W.해밀턴, F.H.브래들리, E.H.뒤부아 레몽 등도 넓은 뜻에서는 여기에 속한다.
인도에서는 육사외도(六師外道)의 한 사람인 산자야가 주장하였다. 산자야는 내세(來世)가 존재하느냐,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는 존재하느냐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관하여 일부러 애매하게 대답함으로써 확정적인 대답을 피하였다. 여기서 형이상학적 문제에 관한 판단 중지의 사상이 처음으로 표명되었다. 원시불교에서 무기사상(無記思想)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신학으로 되돌아가면, 칸트나 R.H.로체의 영항을 받은 A.리츨은 인간이 아는 것은 현상뿐이나, 신은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주장하여, 신학은 종래의 형이상학과 같이 신을 존재하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매력있는 이상(理想)으로 다루어,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시키고 기독교는 도덕면에서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