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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올림픽 성공적 개최 이후 각종 국제스포츠대회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스포츠 선진국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큰 스포츠 이벤트 개최와 더불어 이뤄낸 경제발전은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문화생활 영위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특유의 브랜드 개발과 건립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은 주로 스포츠시설 건립으로 나타났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대회시설 및 교통 인프라,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중앙정부 지원 속에 축구전용경기장과 종합경기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비용 때문에 재정 상태를 어렵게 만들었고, 사후 활용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당시 건립된 대규모 스포츠시설 대부분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사후 활용방안이 계획되지 않아 엄청난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 비용으로 각 자치단체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 등의 주도로 건립된 대규모 스포츠시설은 공익성과 수익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체육시설의 공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신체적 건강증진과 여가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교양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반면 수익성 실현을 위해서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상업시설을 확충하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수익제고와 함께 경기장 이용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수익성에 치중하다 보면 공공성을 최소화하게 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공익성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면 재정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일정부분 공공성을 고려한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성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치단체의 재정과 누적적자 문제를 생각하면 수익성을 중요시 하면서 공익성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대규모 스포츠시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건축설계 이전 단계부터 사후 활용방안이 논의돼 설계에 반영돼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경기장들은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설물의 건축설계 과정에서 시설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 계획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경기장 내 시설물 설계 시 내·외부 공간의 규모와 동선 체계를 마련하고, 공간 이용을 위해 경기장 주변 가변석을 극대화해 시설 이용률을 높이려 설계했다. 이들 경기장은 대회와 대회 이후 용도 등 2가지 측면을 고려한 임시시설과 영구시설의 공간 구조를 설계에 반영했다.
경기장 내부 벽체는 내력벽을 제외하고 모두 로우 파티션으로 시공해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해 사후 활용에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주경기장에 상업시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해당 업종에 적합한 층고(영화관 약 10m, 웨딩홀·대형할인점 약 8m)가 확보되도록 설계에 반영했다. 설계 당시부터 수익시설 활용계획을 세우고, 경기장내 내부공간을 활용해 대형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문화체육시설 등을 설계한 경기장들은 현재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필자는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건설된 용인미르스타디움 주경기장을 찾아 용인도시공사의 안내를 받아 전체 규모 및 층고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인 결과 층고가 낮아(평균 2.6m) 상업시설은 물론 체육시설로의 활용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설계 당시 활용방안이 설계에 반영됐다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2022년 특례시가 되는 용인시는 인구 100만이 넘는 거대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 도시와 격을 같이하는 웅장한 용인미르스타디움은 규모 면에서 타 시의 월드컵경기장에 버금간다. 용인시의 랜드 마크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 속에 협소하고 노후화된 용인종합운동장을 대체하기 위해 국·도비를 지원 받아 2004년 입지선정 이후 2011년 착공에 들어갔다. 당초 건립계획보다 축소해 주경기장과 옥외 주차장을 건설한 뒤 2017년 11월 완공해 2018년 1월 개장했다.
하지만 3000억원 이상의 비용으로 건립된 용인미르스타디움은 매년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는 전체 부지를 활용해 보조경기장·반다비체육관·씨름장·인공암벽장 등을 추가 건립한다는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프로 및 전문체육인과 생활체육인의 이용시설이라는 점에서 만성적인 적자 운영으로 이어져 활용방안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용인미르스타디움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설개선과 함께 무형적 측면의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요구되며, 대중교통을 위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주경기장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축구 홈구장으로 활용되고, 각종 문화·예술·스포츠 이벤트 개최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천연잔디, 육상트랙의 전문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해 시민 친화적 공공스포츠시설로 운영돼야 한다.
또한 경기장 내·외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원, 산책로, 피크닉장, 첨단 VR·AR 등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놀이 공간 조성도 필요하다. 가족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종합형 생활체육관 조성, 상업시설 유치를 통한 전통적 경기장 개념을 탈피한 새로운 기능이 가미되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활성화 계획으로 확장해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탈바꿈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용인미르스타디움 전체 부지에 대한 스포츠시설 추가 건립은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출처 : 용인시민신문(https://www.yongin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