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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 취소와 특검

작성자seamaker(La Mirada, CA)|작성시간26.06.19|조회수18 목록 댓글 0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작 기소 특검'과 공소 취소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으면 되고, 잘못된 것이 없으면 그대로 두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 지는 국회가 판단하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대한민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헌법상의 권력 분립과 법치주의의 본질을 건드리는 중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이에 맞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자기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가 현실화될 경우, 탄핵에 나설 것이라며 배수진을 친 상황은현 정국이 법치주의를 앞세운 거대한 권력 충돌의 장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바야흐로 정치가 사법을 압도하고사법이 정치의 성패를 가르는 초유의 사태다.

  

역사적으로 통치 권력이 자신을 향한 사법적 칼날을 통제하거나 무력화하려 했던 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17세기 영국에서 제임스 1세가 "국왕은 법에 우선한다"며 사법권에 개입하려 했을 때법학자 에드워드 코크 경은 "국왕이라 할지라도 신과 법 아래에 있어야 한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유하는 법치주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는 검사의 고유 권한이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형사사건의 기소 과정이나 정당성 문제에 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은 권력분립 윈칙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즉 현직 대통령이 행정부의 최고 권력을 동원해 자신이 당사자인 형사 재판의 구도를 바꾸려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권위는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을 때만 유지된다만약 정치적 목적으로 구성된 특검을 통해 기소의 정당성을 흔들고이를 명분으로 검찰에 공소취소를 유도한다면 이는 사법 시스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해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권력자가 법을 도구 삼아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구제라는 비판이 야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반대편의 시각 역시 단순한 정치적 자기방어나 강변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강력한 헌법적 명분을 쥐고 있다이 대통령과 여당의 논리는 과거 검찰권이 과도하게 남용되어 정치적으로 기소된 사건을 민주적 통제와 진상 규명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잘못된 국가 권력의 행사를 시정하는 것 또한 법치주의의 실질적 완성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검찰 권력 역시 국민의 선택을 받은 행정부 수반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민주적 정당성의 원리는 현 정권 지지층을 관통하는 핵심 논리다이 관점에서는 중립적인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뒤틀린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 검찰의 독점적 권력을 견제하는 정상화 과정이 된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두 가지 핵심 가치즉 사법부 독립과 절차적 안정성이라는 가치와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민주적 시정과 통제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데 있다문제는 헌법적 논쟁이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사법 리스크와 한동훈이라는 정치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극단적인 진영 논리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서로가 서로를 향해 사법을 정치화한다며 비난하지만정작 두 진영 모두 사법을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동훈 의원이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가장 무거운 카드를 꺼내 든 것 역시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사법 시스템 수호라는 명분을 선점하는 동시에무소속이라는 한계를 넘어 야권 세력을 결집하고 현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다하지만 탄핵은 명백하고 중대한 법 위반이 입증되어야 하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실행되었다는 전제하에 이를 정치적 수사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헌정 중단 사태와 정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대통령의 특검 구상과 무소속 거물 정치인의 탄핵 경고가 맞부딪힌 이상정국은 타협 없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대통령이 강조한 법과 상식이 정권의 안위를 위한 방편으로 전락해서도 안 되지만야권이 외치는 헌법 수호’ 역시 정권 흔들기를 위한 정략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사법이 정치를 심판하는 정치의 사법화도 불행하지만권력이 사법을 도구화하려는 사법의 정치화는 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재앙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법치와 정치의 한계선이 어디인가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맹목적인 진영 논리에 갇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만을 바란다면그 과정에서 파괴된 사법 시스템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여야의 정파적 이익을 떠나국가의 근간이 걸린 이 엄중한 대결을 의식 있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권력의 크기나 정치적 기교가 아니라오직 헌법적 가치와 국민적 상식만이 이 혼돈을 끝낼 유일한 기준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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