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뢰의 이중 붕괴 — 부동산 비전 결여와 경찰개혁의 침묵이 만든 민주당 및 이재명 정권의 위기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정권의 가장 견고한 자산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의 계절은 냉혹하다. 불과 1년 전, 선명한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집권에 성공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출범 후 첫 성적표라 할 수 있는 6·3 지방선거에서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 결과가 던진 가장 치명적인 경고등은 야당의 공세나 중도층의 변심이 아니다. 정권의 가장 견고한 버팀목이었던 '핵심 지지층의 냉소와 이탈'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는 '돌파력'과 '선명성'에 환호하며 그를 청와대로, 그리고 민주당을 압도적 다수당으로 보냈던 지지자들이, 집권 1년 만에 투표장을 외면하거나 차가운 비판자로 돌아서고 있다. 이 글이 주목하는 것은 이 이탈이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두 개의 신뢰 붕괴가 겹쳐진 결과라는 점이다. 첫 번째는 부동산에서의 비전 결여이고, 두 번째는 검찰개혁의 정체—더 정확히는 그 정체를 부르는 경찰개혁에 대한 침묵이다. 그리고 이 두 번째 붕괴야말로, 단순한 정권의 위기를 넘어 다음 정권교체의 토양을 까는 진정한 위기다.
첫 번째 붕괴: 말만 요란했던 부동산 정책, 현실은 공급 절벽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과 "부동산 투기 근절"을 가장 강력한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토지 가치의 사회적 환원이나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는 근본적인 세제·토지 제도의 대전환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은 그의 거침없는 발언에 열광했다.
그러나 집권 1년이 지난 지금, 시장과 국민이 체감하는 근본적인 개혁안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행한 조치들은 임기응변식 규제와 '구두 개입'에 의존한 집값 억제 자평이 전부였다. 그 사이 신축 주택·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공급 절벽'이 현실화되었고, 2030 청년 세대와 무주택자들은 전세·월세 시장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공공 임대 주택 확대'라는 대안은 구체적 로드맵과 실현 가능성에서 민심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선거철이 다가오자 세제 완화와 미세한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어설프게 우클릭한 것은 치명적 패착이었다. 선명한 개혁 노선을 지키지도 못했으면서 표를 의식해 흉내만 내는 행태는, 강성 지지층에게는 '개혁성 상실'로, 중도층에게는 '진정성 없는 선거용 꼼수'로 비치며 양쪽 모두에게 외면받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이 첫 번째 신뢰의 붕괴다.
두 번째 붕괴: 검찰개혁의 정체,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경찰개혁의 침묵
부동산에서 신뢰를 잃은 정권이, 같은 방식으로 검찰개혁마저 표류시키고 있다. 야당 시절부터 현 집권 세력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와 보완수사권 폐지를 외치며 지지층의 에너지를 결집해 왔다. 그것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권력기관의 독점을 해체하겠다는 주권자와의 엄숙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집권 이후 법무부의 행보는 시종일관 '속도 조절론'에 머물렀다. 수사 지연과 민생 범죄 대응 공백을 막겠다는 행정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1년 전부터 누적된 부작용과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어떠한 근본적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개혁을 미뤄온 역량 부족을 자인한 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글이 정말로 주목하려는 것은 단순한 역량 부족이 아니다. 검찰개혁이 정체되는 이유 자체가 문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단독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검찰의 권한을 거두어 경찰로 넘기는 순간, 경찰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고 누가 그것을 감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동시에 따라온다. "경찰의 불기소독점권을 견제할 안전판"이라며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논리는, 진단은 정확할지 몰라도 처방으로는 치명적인 역설을 낳는다. 보완수사권은 말 그대로 수사권이다. 경찰의 불기소독점권 문제가 실재한다면, 그 해법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그대로 두는 것은 병을 고치며 새 병을 키우는 꼴이다. 그게 걱정되면 경찰도 동시에 개혁하면 된다. 검찰도 하는 판에 경찰인들 못 하겠는가.
그런데 지금 정부와 여당의 행보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질문 자체를 공론의 장에 올리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 논의는 국회와 언론에서 1년 내내 뜨거웠지만, 그 짝이 되어야 할 경찰개혁은 토론회 한 번, 공론화 한 번 시도된 적이 없다. 경찰법 개정이라는 입법 사항을 다룰 권한과 책임이 모두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에 있다는 점에서, 이 침묵은 행정부의 게으름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문제다.
침묵의 대가 — 권력기관 교체일 뿐, 권력 그 자체의 해체는 아니다
핵심 지지층은 "검찰 권력의 비대함이 문제다"라는 명제를 믿고 표를 던졌다. 그런데 그 권력이 경찰로 옮겨가기만 한다면, 지지층이 보기에 정권은 '권력기관 해체'가 아니라 '권력기관 교체'를 한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경찰을 견제할 장치—중앙과 지방의 권한 분리, 시민의 감시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완수사권 논의만 질질 끄는 모습은, 지지층에게 "결국 이 정권도 통제하기 쉬운 권력기관을 갖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이미 참고할 만한 방향은 나와 있다. 독일은 연방제 원리에 따라 치안을 각 주(州)의 권한으로 두고, 중앙은 국경·테러·국제범죄 등 예외적 영역만 담당한다. 이 분권은 나치 시절 중앙집권적 경찰이 시민의 기본권을 유린했던 역사에 대한 헌법적 반성에서 나왔다. 반면 일본은 형식상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이 병존하지만, 고위 간부 인사권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어 "명목상 자치, 실질은 국가경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하나다 —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인사권·예산권·조직권이 어디에 있느냐가 분권의 실질을 결정한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중앙경찰은 대테러·국가안보·광역범죄 등 국가적 사무를, 지방경찰은 생활안전·교통·지역 형사사건 등을 담당하도록 사무를 명확히 나누고, 지방경찰의 인사·예산·조직 권한을 광역 지방정부와 의회에 실질적으로 귀속시키는 이원적 자치경찰제가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분산된 경찰권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추첨제 시민심의위원회—국회와 광역의회가 주관하여 시민을 추첨으로 선발하고, 경찰청장 인사 동의·수사준칙 개정 승인·치안정책 권고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도 이미 제안되어 있다. 짧은 임기와 전문 조사관단의 지원을 결합하면, "시민이 감시하기엔 너무 전문적이다"라는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요점은, 이런 방향들이 이미 논의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압도적 입법권을 쥔 민주당도, 더 나은 안을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선택의 자리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두 개의 청구서가 겹칠 때, 그 다음은 정권교체다
여기서 신뢰 상실의 구조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권이 잃는 것은 단순히 '지지율 몇 퍼센트'가 아니다. 잃는 것은 '선명성'이라는 자산이다. 핵심 지지층이 정권과 민주당에 보낸 것은 조건 없는 충성이 아니라, "이 정치 세력은 권력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신용 대출이었다. 그 신용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개혁의 방향성이 살아있다는 신호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부동산에서는 비전이 보이지 않고, 검찰개혁은 표류하며, 그 짝인 경찰개혁은 의제로조차 오르지 않는 상태가 길어지면, 지지층은 "방향성 자체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부동산에서의 첫 번째 청구서가 이미 발행된 위에, 검찰개혁·경찰개혁에서의 두 번째 청구서가 겹쳐 쌓이는 것이다. 한 번의 신뢰 상실은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끝날 수 있지만, 두 번째 신뢰 상실은 "이 정치 세력의 선명성 자체가 애초에 선거용 수사가 아니었나"라는 근본적 회의로 번진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양쪽 권력기관 모두와 갈등을 만들지 않는 길이 곧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길'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검찰을 손보지 않으면 검찰의 견제로부터, 경찰을 손보지 않으면 경찰의 협조를 그대로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지지층이 정권과 민주당에 요구했던 것—권력을 해체하고 분산하는 결단—과 이들이 실제로 택한 길—권력기관과의 마찰을 피하는 길—사이의 간극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회의가 핵심 지지층 사이에 자리 잡는 순간, 정권과 민주당은 자신들을 지켜줄 마지막 방어선을 스스로 허무는 셈이 된다. 그리고 지지층의 투표 포기와 냉소가 누적되는 사이, 국민의힘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조차 없이 그저 이 정권의 실패를 가리키는 것만으로 다음 선거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지지층의 이탈이 곧 표의 손실로 끝나지 않고, 가장 응집력 있는 반대 진영의 재집권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혁 완성안이 아니다. 부동산에서는 근본적 토지·주택 개혁의 청사진을, 검찰개혁에서는 경찰개혁을 포함한 권력기관 재설계의 패키지를 동시에, 그리고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찰개혁의 방향과 시민 감시 장치에 대한 공론의 장을 지금이라도 여는 것이며, 이는 입법권을 쥔 민주당이 행정부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다. 그것이 검찰개혁을 살리고, 부동산에서 잃은 신뢰의 일부라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권력은 스스로 줄어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그 결정을 위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는 것은, 권력을 위임한 사람들로부터 그 위임을 철회당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주권자의 준엄한 심판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다음 청구서가 발행되기 전에 정권과 민주당이 답해야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