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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또 오판하려는가 ―이 땅의 주인을 착각하지 말라

작성자이원영|작성시간26.06.19|조회수283 목록 댓글 0

미국은 또 오판하려는가 ―이 땅의 주인을 착각하지 말라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역사는 때로 같은 장면을 반복한다. 2024년 12월, 미국 의회조사보고서가 태평양을 건너와 내란을 사실상 옹호했다. 주한대사 후보들이 제2계엄을 시사하는 발언을 남발했다. 당시 헌법재판관 3인의 '근자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때 드러났다. 그리고 그 오판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도 우리는 목격했다.

지금 미국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는가.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중국 앞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더니 급기야 '아시아의 단검'이라 불렀다. 주권국가를 타국의 전략 도구로 규정하는 발언이다. 한국 국방부와 합참에 사전 통보도 없이 서해상으로 F-16 100여 회를 출격시켜 중국 전투기와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모스 탄은 '한국은 선거를 도둑맞은 나라'라는 음모론을 들고 입국하여 극우집회를 돌아다니며 내란세력의 재결집을 돕더니, 지방선거 사전투표일 전날 또다시 나타나 경찰의 출석 요구마저 거부했다.

반복하는 미국의 실수

그리고 지난 6월 17일, 미 상원은 강경 공화당 우파인 미셸 박 스틸을 주한미대사로 인준했다. 1년 5개월간 대사 자리를 공석으로 방치하다가, 하필 이 시점에 선택한 인물이 이재명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 예상되는 극우 성향의 인사다.

이 모든 언행이 공유하는 하나의 착각이 있다. 지금 미국이 상대하고 있다고 믿는 것 — 한국 정부, 국회, 검찰, 극우세력 — 이것들이 진짜 권력의 주인이라는 착각이다.
그렇지 않다. 그것들은 대리운전 기사다.

마키아벨리는 500년 전에 이미 이것을 간파했다. "지도자의 권력은 자신이 아닌 평범한 인민들에게 기반한다. 군주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권력은 위에서 하사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임된 것이며, 그 위임은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대리운전기사에게 아무리 공을 들여도, 차 주인의 뜻을 거스르면 결국 열쇠를 빼앗긴다.
미국은 이것을 이미 목격했다. 2024년 12월 3일 새벽, 병사들은 총구에서 총알을 발사하지 않았다. 현장지휘관들은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만, 그 총구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왜인가. 자국민을 향해 총을 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이 나라 국민에게 생겼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한국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루프탑코리아를 기억하는가

'루프탑 코리아'를 기억하는가.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민중이 자발적으로 조직화하여 폭도를 진압했던 LA의 그 신화를. 공식 예비군 273만 명뿐 아니라 총만 쥐면 현역군인이나 다름없는 이 나라 남성들을. 국회 앞에서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선 이들을. 이 나라의 진짜 권력은 거기에 있었다.

지금 브런슨이 압박하고, 모스 탄이 회유하고, 미셸 스틸이 부임해 오는 대상은 그 권력의 대리인들이다. 진짜 주인이 아니다. 대리인을 통해 주인의 뜻을 꺾으려는 시도, 아니 대리인과의 거래로 주인을 우회하려는 시도 — 이것이야말로 주권자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모독에는 감정이 따른다. 그리고 감정이 상하면 오래간다.

주인을 모독하지 말라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원리를 한국 민중은 잘 안다. 중국은 아무리 친밀해져도 손만 뻗으면 상처를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고, 미국은 아무리 사이가 나빠져도 멀리 있기에 구조적 동맹이다. 이 물리적 법칙이 한미관계의 장기 토대다.
이재명도, 그 누가 집권해도 이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토대는 감정으로 균열이 간다. 논리가 아니라 배신감이 동맹을 흔든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반복해서 경고했다. "인민의 미움과 경멸을 무엇보다 두려워하라." 이 경고는 오늘 미국에게도 유효하다.
지금 미국 일부 세력이 취하고 있는 언행은 한국의 진짜 주권자 — 대리운전기사가 아닌 차 주인 — 의 미움과 경멸을 사는 길이다.

미국은 오판하지 말라. 대리운전 권력을 주인으로 착각하지 말라. 주인을 모독하지 말라.
한국 민중은 이미 여러 번 증명했다. 총구조차 멈추게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한국의 민중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미국은 마땅히 존중으로 이 땅의 주인을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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