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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주도권 투쟁이 아니라 선진형 정책투쟁을 하라 — 민주당 분열을 보는 눈

작성자이원영|작성시간26.06.20|조회수20 목록 댓글 0

권력형 주도권 투쟁이 아니라 선진형 정책투쟁을 하라 — 민주당 분열을 보는 눈

이원영(국토미래연구소장) + AI 동료들

거대 정당이 흔들릴 때마다 나오는 경고가 있다. 분열하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 경고에는 트라우마가 있다. 사소한 사건 하나로 갈라져 정권을 내준 과거의 기억이다. 그래서 통합이 절실하다는 호소가 반복된다. 서로의 약점을 캐고 맥락을 잘라 지적질하는 내부 풍경을 보면, 그 호소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거대 정당이 정말로 하나로 뭉쳐 있어야만 강한가. 권력의 원리로 보면 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권력의 근거가 하나뿐인 권력은 그 하나가 흔들리면 함께 무너진다. 역사상 오래간 권력들의 공통점은 근거가 여러 층위에 걸쳐 동시에 작동했다는 것이다. 로마는 군단과 법과 경제와 문화, 네 가지 근거가 동시에 떠받쳤기에 500년을 갔다. 오다 노부나가는 군사력 하나에 의존하다 혼노지에서 무너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군사·경제·문화를 다각화해 더 오래 갔지만, 임진왜란이라는 과잉 확장이 그 다각화를 스스로 소진시켰다.

거대 양당은 사실 내부에 이미 여러 정책 노선을 품은 인위적 단일체인 경우가 많다.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부동산 개혁의 속도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 검찰개혁의 방법론이 다른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있다. 유권자는 정작 "나는 이 사안엔 찬성이지만 저 사안엔 반대"라는 입장을 가져도, 양당제 안에서는 그런 조합을 선택할 정당이 없다. 위임은 정밀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뭉뚱그려진다.

그렇다면 분당이 답인가. 여기서 분명히 가를 기준이 필요하다. 분당이 권력의 새로운 근거 — 선명한 정책 정체성과 그에 동의하는 별도의 유권자 기반 — 를 만들어내면 그것은 다각화다. 그러나 명분 없이 권력 다툼과 감정싸움으로 갈라진다면, 그것은 다각화가 아니라 단지 힘이 쪼개지는 것뿐이다. 과거의 뼈아픈 분당이 실패로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 차이가 아니라 사적인 사건으로 표면장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명분 없는 균열은 다각화가 아니라 소모다.

지금 거대 정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풍경을 들여다보면, 정작 정책적 컬러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누가 더 강경한가, 누가 더 충성스러운가, 누가 과거를 더 책임져야 하는가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전면에 있다. 이것은 정책 투쟁이 아니라 권력형 주도권 투쟁이다. 권력형 주도권 투쟁은 이기는 쪽도 지는 쪽도 결국 위임을 잃는다. 유권자가 보는 것은 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자리싸움이기 때문이다.

선진형 정책투쟁은 다르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놓고 다투고, 토지 공개념의 범위를 놓고 다투고, 검찰개혁의 구체적 설계를 놓고 다투는 것. 이런 투쟁은 설령 정당이 둘로, 셋으로 나뉘는 결과를 낳더라도 다각화다. 유럽의 정당정치가 녹색당과 사회당과 자유당이 각기 선명한 정책으로 경쟁하다가 필요할 때 연정을 구성하는 것은, 이 다각화가 작동한 결과다.

다만 다각화에는 제도적 조건이 따른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구조적으로 양당제를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 노선을 달리하는 세력이 각자의 깃발을 들고 나섰다가, 선거제도의 벽 앞에서 표가 갈려 모두 공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각화가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정책 차별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차별화된 목소리들이 의석으로 정확히 환산될 수 있는 선거제도의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한다. 분당의 명분과 선거제도 개혁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한 쌍이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는 것이 권력의 오래된 원리라면, 다각화되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그 하나의 근거가 흔들릴 때 함께 무너진다는 것 또한 같은 무게의 원리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뭉칠 것인가 갈라질 것인가"가 아니다. "이 갈등이 정책의 깃발을 세우는 싸움인가, 아니면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인가"이다. 전자라면 그 결과가 분당이라도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후자라면 그 결과가 봉합이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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