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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원리 연재

권력의 원리ㅡ명제 8. 권력은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

작성자이원영|작성시간26.06.07|조회수26 목록 댓글 0

[제3부 권력의 작동]

명제 8 — 권력은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



동물의 세계에서

코끼리 무리에서 포식자가 나타나면 우두머리인 마트리아크의 신호에 무리 전체가 하나로 움직인다. 새끼들을 가운데 두고 성체들이 원형으로 둘러싼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코끼리는 없다. 의사결정이 즉각 단일화된다. 그러나 평소에는 다르다. 각자가 먹이를 찾고 각자가 물을 마시고 각자의 판단으로 움직인다. 위기의 순간에만 단일화가 작동한다. 그리고 그 단일화가 무리 전체를 살린다.

벌집에서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하면 두 여왕벌이 공존할 수 없다. 반드시 하나만 살아남거나 하나가 새로운 무리를 이끌고 기존 벌집을 떠난다. 하나의 군집에 두 개의 권력이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을 벌집은 본능으로 안다.


1. 뜻풀이

의사결정하는 존재들이 모이면 권이 형성된다. 그 권은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단일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왜 단일화되는가. 의사결정의 충돌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A도 옳고 B도 옳다는 상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결국 A 또는 B 중 하나가 우선해야 한다. 그 우선함이 단일화다.

권력의 단일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자연적 단일화는 경쟁 속에서 더 강한 쪽으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하다 독점이 생기듯, 정치에서 경쟁하다 헤게모니가 생기듯. 설계된 단일화는 의도적으로 의사결정의 구조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헌법이 행정부의 수반을 하나로 정하는 것, 군대가 명령 체계를 단일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의 단일화는 막을 수 없는 필연이다.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설계하지 않으면 더 강력하고 더 불투명한 단일화가 저절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그 단일화가 어떤 견제 구조 안에 있는가이다.

한비자는 말했다. 아무리 현명해도 세(勢)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는 자리에서 나오는 권위다. 권력이 단일화된 자리가 세를 만들고, 그 세가 의사결정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자리를 설계하는 것이 곧 세를 설계하는 것이다.


2. 관중과 마키아벨리의 생각, 그리고 다른 주요 인사들

관중은 권력의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설계했다. 《관자》에서 그는 말했다. 호령은 하나의 문에서 나와야 한다(號令一門). 명령 체계가 분산되면 구성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 혼란이 집단의 힘을 소모시킨다. 그러나 관중의 단일화는 독재가 아니었다. 관중 자신이 환공을 견제했다. 환공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관중은 직언했다. 단일화된 권력 안에 견제의 구조가 내장되어 있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권력 단일화의 철학적 극단이다. 자연 상태의 혼돈을 끝내려면 모든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단일한 주권자에게 위임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극단적 단일화가 견제 없이 작동할 때 어떤 재앙이 오는지를 홉스는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

니얼 퍼거슨은 《광장과 타워》에서 인류 역사를 광장(네트워크)과 타워(위계)의 싸움으로 읽었다. 그의 핵심 발견은 이것이다. 네트워크는 반드시 새로운 타워를 만든다. 분산이 단일화를 낳는다.
▷ **니얼 퍼거슨** Niall Ferguson, 1964~. 영국 출신 미국 역사학자. 하버드·스탠퍼드에서 가르쳤다. 금융·제국·문명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역사 분석으로 유명하다. 저서 《광장과 타워》(The Square and the Tower, 2017)에서 인류 역사를 네트워크와 위계의 싸움으로 읽었다.

이것이 명제 8의 역사적 반복 원리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수평적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새로운 국가 권력을 강화했듯, 인터넷이 구글·메타·아마존이라는 새로운 타워를 낳았듯. 단일화를 막으려 하지 말고 설계하는 자가 그 구조를 지배한다.

3. 역사적 사례

진시황 — 단일화의 위력과 위험

기원전 221년 진시황이 중원을 통일했다. 500년 춘추전국시대의 분산된 권력이 하나로 통합됐다. 도량형을 통일하고 문자를 통일하고 법률을 통일하고 도로를 하나의 규격으로 통일했다. 이 단일화가 가져온 효율은 전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견제 없는 단일화의 위험도 극대화됐다. 진나라는 15년 만에 무너졌다. 단일화는 필연이지만 견제 없는 단일화는 재앙이다.

덩샤오핑과 시진핑 — 견제와 단일화의 균형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로 단일화와 견제의 균형을 설계했다. 최종 의사결정은 단일화하되 그 과정에서 집단적 토론이 작동했다. 시진핑은 그 균형을 해체했다. 단일화만 극대화하고 견제 구조를 제거했다.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위 관료들의 보고가 형식화됐다. 나쁜 소식이 올라오지 않는다. 진시황과 시진핑이 2200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교훈을 반복하고 있다.
▷ **덩샤오핑** 鄧小平, 1904~1997.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 사후 집권하여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집단지도체제를 확립하고 경제 특구를 도입하는 등 현대 중국의 토대를 만들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발언으로 유명하다.

유엔의 거부권 — 단일화 불능의 위기

유엔이라는 기존 단일화 구조가 거부권이라는 견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새로운 단일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단일 국가가 주도하는 단일화가 아니라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단일화. 분단의 접경을 인류 협력의 거점으로 만드는 것. 방어하는 평화가 아니라 만들어가는 평화다.

4. 종합정리

권력은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막을 수 없는 필연이다.
관중은 호령이 하나의 문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홉스는 단일화된 주권자만이 자연 상태의 혼돈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퍼거슨은 네트워크가 반드시 새로운 타워를 만든다고 했다.

권력은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막으려 하지 말고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물어라. 설계된 단일화만이 구성원을 향한 권력이 될 수 있다.
한국 민중은 이 원리를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4·19도, 5·18도, 촛불도 — 봉기 이후 반드시 의사결정이 단일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대리인에게 설계권을 넘겼다. 그것은 무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단일화가 어떤 견제와 분산의 구조 안에 있어야 하는가를 설계하지 않은 것이 반복된 비극이었다. 단일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분산된 위임의 구조 안에 설계되어야 한다.

명제 8 — 권력은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 코끼리 무리는 위기의 순간 하나로 뭉친다. 인터넷은 구글을 낳았다. 분산은 반드시 새로운 단일화를 만든다. 막으려 하지 말고 설계하라.

권력의 단일화를 위해 동생을 죽이는 여왕벌. 사진은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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