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권력의 작동]
명제 14 —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
동물의 세계에서
새폴스키가 케냐에서 관찰한 개코원숭이 무리에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다. 1980년대 초 그 무리의 수컷들 중 가장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개체들이 오염된 먹이를 먹고 집단 폐사했다.
▷ 로버트 새폴스키 Robert Sapolsky, 1957~.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생물학자. 스트레스 호르몬과 사회적 위계의 관계를 연구했다. 케냐 개코원숭이 무리를 수십 년간 추적 관찰하여 권력 구조와 생물학적 건강의 관계를 밝혔다.
결과가 놀라웠다. 견제하고 억압하던 수컷들이 사라지자 무리의 스트레스 수치가 급격히 낮아졌다. 암컷들과 약한 수컷들이 더 자유롭게 행동했다. 무리 전체가 더 건강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이후였다. 그 무리에 새로운 수컷들이 유입됐지만 그들도 점차 그 무리의 문화에 적응했다. 덜 공격적으로 변했다. 견제하는 문화 자체가 새로운 권력자를 변화시켰다.
견제 구조가 권력을 바꾼다. 견제가 없으면 권력은 반드시 폭주한다.
프란스 드 발이 관찰한 침팬지 무리에서 알파가 너무 강압적으로 굴면 다른 침팬지들이 연합을 형성한다. 암컷들이 약한 개체들을 보호한다. 알파는 결국 양보하거나 무리에서 쫓겨난다. 침팬지 사회에도 자연스러운 견제 구조가 있다.
1. 뜻풀이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될 때. 견제받지 않을 때. 이것은 인간의 악함 때문이 아니다. 권력의 구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지면 뇌의 화학이 바뀐다.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공감 능력이 줄어든다. 충동이 증가한다. 타인을 도구로 보기 시작한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만드는 생리학적 변화다. 선한 사람도 권력을 가지면 변할 수 있다.
제임스 매디슨은 말했다. 인간의 야망은 또 다른 야망으로 견제해야 한다. 만약 인간이 천사라면 정부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믿을 것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 제임스 매디슨 James Madison, 1751~1836. 미국 4대 대통령.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린다. 《연방주의자 논문집》에서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제시했다. "인간의 야망은 또 다른 야망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말로 유명하다.
피에르 클라스트르가 연구한 아마존 원주민 사회에서 공동체는 추장에게 명령권 자체를 주지 않는 문화를 만들었다. 클라스트르는 이것을 '반권력(contre-pouvoir)'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반권력의 문화는 외부의 강한 권력 앞에서 무너졌다. 그래서 제도적 견제가 필요하다. 클라스트르가 발견한 원리를 법과 제도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 매디슨이다.
그런데 견제에는 하나의 근본적인 함정이 있다. 견제를 집행해야 할 자가 견제 대상과 같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 견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법관이 법관을 심판하고 검사가 검사를 수사할 때 그 기록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집된다.
2. 관중과 마키아벨리의 생각, 그리고 다른 주요 인사들
관중이 환공에게 말했다. 군주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을 기쁘게 하는 신하들이다. 역아는 자신의 아들을 삶아 환공에게 바쳤다. 수조는 스스로 거세하여 환공을 섬겼다. 개방은 고국을 버리고 환공만을 따랐다. 이 세 사람을 경계하라. 인간의 정리로 아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자신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넘어선 자는 반드시 다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관중이 죽은 뒤 환공은 이 세 사람을 곁에 뒀다. 견제가 사라진 것이다. 환공은 굶어 죽었다. 죽은 뒤 한 달 동안 시체에서 구더기가 기어나왔지만 아무도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의 끝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말했다. 군주가 어떤 사람인가는 그가 어떤 사람을 곁에 두는가로 안다. 아첨꾼을 곁에 두는 것은 군주 자신이 약하다는 증거다. 진실을 말했다고 불이익을 주면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이 차단되는 순간 권력은 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처방은 군주 개인의 각성에 기댔다. 그러나 각성은 의지의 문제다. 의지는 권력 앞에서 무너진다. 아테네는 다른 길을 택했다. 각성을 제도로 강제했다.
조사이어 오버는 아테네 민주주의가 어떻게 미헬스의 과두제 철칙을 깨뜨렸는지를 증명했다. 미헬스는 말했다. 아무리 민주적으로 시작한 조직도 결국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게 된다. 이것은 철칙이다. 오버는 반박했다. 철칙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 조사이어 오버 Josiah Ober, 1950~. 스탠퍼드대 정치학·고전학 교수. 아테네 민주주의 연구의 현존 최고 권위자. 저서 《Mass and Elite in Democratic Athens》(1989)에서 아테네가 어떻게 엘리트 지배를 제도적으로 억제했는지를 분석했다. 《Democracy and Knowledge》(2008)에서는 민주주의를 집합적 지식 생산 시스템으로 재해석했다.
아테네의 엘리트는 민회와 법정에서 민중 앞에 서야 했다. 재산을 지키려면, 정치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민중의 언어로 말해야 했다. 민중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발언은 그 자리에서 심판받았다. 엘리트의 특권은 민중의 승인 위에서만 유지됐다. 아첨이 구조적으로 역전됐다. 권력자가 민중에게 아첨해야 하는 구조. 그것이 과두제화를 막은 제도적 장치였다.
오버의 아테네는 견제 구조가 처음부터 설계된 사례였다. 그러나 모든 사회가 그런 설계를 갖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설계가 없을 때 견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원전 494년, 로마의 평민들은 귀족의 부채 노예제와 원로원 독점에 맞서 도시를 떠나 성산(聖山)으로 집단 철수했다. 세케시오 플레비스(Secessio Plebis), 평민의 철수다.
▷ **세케시오 플레비스** Secessio Plebis. 로마 공화정 초기, 평민들이 귀족의 통치에 항거하여 집단으로 도시를 떠난 사건. 기원전 494년을 시작으로 287년까지 다섯 차례 반복됐다. 군대의 주력이 평민이었기에, 이들의 이탈은 곧 국가 기능의 정지를 의미했다.
평민들은 무엇을 했는가. 설득하지 않았다. 청원하지 않았다. 떠났다. 위임을 철회한 것이다. 군대 없이는 전쟁을 할 수 없었던 귀족들은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호민관 제도가 생겼다. 호민관은 단 한 마디로 원로원의 모든 결정을 멈출 수 있었다. "베토(veto)" — 나는 거부한다.
오버의 아테네에서는 엘리트가 처음부터 민중에게 종속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로마에서는 그런 설계가 없었다. 그래서 평민이 직접 만들었다. 이탈로써, 위임의 집단적 회수로써.
견제는 설계될 수도 있고 쟁취될 수도 있다. 그러나 둘 다 하나의 사실을 증명한다. 위임은 철회될 수 있어야 한다. 철회 가능성이 사라진 위임은 더 이상 위임이 아니라 항복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직언하는 참모를 곁에 두라고 권고했다. 아테네는 민중 전체를 직언하는 참모로 만들었다. 개인의 각성이 아니라 구조의 강제. 사람을 믿지 않고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3. 역사적 사례
사법권력 견제의 사례ㅡ독일·프랑스·영국·미국
국가가 하지 않으면 시민이 해야 한다. 네 나라의 경험이 이것을 보여준다.
독일은 법왜곡죄를 명문화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나치 법관들에게 단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나치적 확신에 기해 판결했다면 법왜곡의 고의가 없다는 논리였다. 견제 도구가 있어도 내부에서 집행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1944년 해방 이후 비시 정권 부역자 청산에 착수했다. 그러나 청산을 집행해야 할 판사들 자신이 비시 정권에 충성 맹세를 한 전력이 있었다. 1951년과 1953년 두 차례 사면법으로 청산은 흐지부지됐다. 2024년에야 비로소 사법부가 침묵을 인정했다.
영국은 시민단체의 30년 캠페인으로 독립 재심 기구(CCRC)를 만들었다. 정부가 위에서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다. 시민의 요구가 아래에서 제도를 밀어올린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노센스 프로젝트가 1992년 시작됐다. DNA 기술로 무죄를 증명하면서 오판의 원인을 분석하고 패턴을 찾고 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2025년 기준 3,698건의 사례가 등록됐다.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는 청산을 집행해야 할 사람들이 청산 대상과 같은 집단에 속해 있어 실패했다. 영국과 미국의 경험이 다른 것은 청산의 주체가 시민과 학술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 없는 외부가 기록할 때 그 기록은 살아남았다.
한국 —친일인명사전의 교훈과 사법의 과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세상에 내놓았다. 국가는 그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해방 이후 64년이 지나도록 친일 부역의 역사는 공식 기록으로 정리된 적이 없었다. 연구자와 시민이 십수 년을 모아온 힘으로 사전은 완성됐다.
조봉암은 1959년 사법 살인을 당했다. 2011년에야 무죄를 돌려받았다.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인은 대법원 선고 18시간 만에 처형됐다. 훗날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 판결들을 내린 법관들의 이름은 공식 기록되지 않았다. '잘못된 판결 백서', 시민이 먼저 걸어야 한다.
한국 검찰 — 80년의 견제 실패
한국 검찰은 일제가 남긴 제도적 유산이다.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검찰 하나에 집중시켰다. 이 집중된 권력이 해방 후 80년 동안 견제받지 않고 유지됐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는 명제 14의 한국적 증명이 80년간 반복됐다.
시진핑과 푸틴 — 현재진행형의 증명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설계한 집단지도체제를 해체했다. 견제 구조가 사라진 자리에 1인 독재가 들어섰다. 경제 침체, 청년 실업, 부동산 위기. 푸틴은 러시아의 모든 견제 구조를 제거했다. 그 결과가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재앙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투기자본주의와 2008년의 교훈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정치에만 있지 않다. 경제권력도 견제받지 않으면 반드시 남용된다.
후안 토레스 로페스는 2008년 금융위기를 분석하며 투기자본주의의 구조를 해부했다. 문제는 탐욕스러운 개인이 아니었다. 견제받지 않은 금융 시스템 자체였다.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만든 파생상품의 위험을 스스로도 몰랐다. 규제 기관은 포획됐다. 감시해야 할 자들이 감시 대상의 논리를 내면화했다.
▷ 후안 토레스 로페스 Juan Torres López, 1954~. 스페인 세비야대 경제학 교수. 금융자본주의 비판과 대안 경제 설계로 알려져 있다. 저서 《투기자본주의》에서 금융 탈규제가 어떻게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지를 분석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다. 그러나 책임을 진 자는 없었다. 공적 자금으로 금융기관을 구제했고 그 비용은 시민이 졌다. 견제가 없는 곳에서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됐다. 새폴스키의 개코원숭이 무리에서 지배적 수컷들이 오염된 먹이를 독식했듯, 견제받지 않은 금융권력은 이익을 독식하고 위험을 공동체에 전가했다.
그것이 투기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얼굴이 없다.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견제받지 않는 새로운 권력 — 알고리즘과 평판권력
21세기에 견제받지 않는 새로운 권력이 등장했다.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길지 결정한다. 선거를 흔들고 여론을 빚는다. 그러나 어떤 법원도, 어떤 의회도 그것을 심판하지 않는다. 예일대 자만 교수는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섀도바닝만으로도 —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단지 노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 여론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 조작은 외부에서 볼 때 완전히 중립처럼 보인다. 견제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SNS는 여기에 새로운 권력 유형을 하나 더 추가했다. 평판권력이다. 팔로워 수와 좋아요가 권위로 전환된다. 선출도 임명도 아닌 집합적 인정이 권력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그 인정을 실제로 조율하는 것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 평판권력의 배후 조종자인 셈이다. 평판권력은 책임지지 않는다. 내일 계정을 삭제해도 처벌이 없다. 전통적 권력이 선거·사법·언론으로 견제됐다면, 평판권력에는 아직 어떤 제도적 견제도 없다.
견제장치는 세 방향에서 모색되고 있다.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알고리즘 개입 없는 시간순 타임라인 선택권을 의무화하고 독립 연구자의 데이터 접근을 보장했다. 플랫폼 편집 책임의 명확화가 두 번째다. 마스토돈 같은 탈중앙화 공론장(Fediverse)이 세 번째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모두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권력이 가장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남아 있다.
4. 종합정리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 예외가 없다.
견제의 구조는 다섯 층위에서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제도적 견제 — 삼권분립, 수사·기소 분리, 국민참여재판. 권력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매디슨이 말했듯, 사람을 믿을 것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시민적 견제 — 언론의 자유, 잘못된 판결 백서, 국민발안. 이해관계 없는 외부가 기록할 때 그 기록은 반박될 수 없다. 친일인명사전이 국가가 아닌 시민의 손에서 나왔듯, 반박될 수 없는 기록이 가장 강한 견제의 무기다.
내부적 견제 — 직언하는 참모, 비판적 피드백을 수용하는 문화. 관중이 살아있는 동안 환공은 패자였다. 관중이 죽자 환공은 굶어 죽었다. 진실을 말하는 자를 곁에 두는 것이 권력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경제적 견제 — 금융 규제, 공적 감시, 이익의 사회화. 2008년이 증명했다. 견제받지 않은 금융권력은 이익을 독식하고 위험을 공동체에 전가한다. 얼굴 없는 투기자본주의는 정치 독재보다 더 광범위하게, 더 조용하게 작동한다. 경제권력의 견제 없이는 정치권력의 견제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디지털 견제 — 알고리즘 투명성, 플랫폼 편집 책임, 탈중앙화 공론장. 보이지 않는 권력이 가장 위험하다. 섀도바닝으로 여론을 움직이고, 평판권력으로 책임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권력은 기존의 어떤 견제 도구로도 잡히지 않는다. 새로운 권력에는 새로운 견제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섯 층위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함정을 기억하라. 견제를 집행해야 할 자가 견제 대상과 같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 견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가 실패한 이유다. 알고리즘을 심판해야 할 규제 기관이 플랫폼의 논리를 내면화할 때 디지털 견제도 같은 운명을 맞는다.
그 함정을 넘는 방법은 하나다. 이해관계 없는 외부의 견제. 시민이 기록할 때 그 기록은 반박될 수 없다. 반박될 수 없는 기록이 가장 강한 견제의 무기다.
명제 14 —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 2024년 12월 윤석열의 난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