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제 15 — 모든 권력에는 한계가 있다ㅡ그 한계는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잉태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늑대 무리의 영역은 무한하지 않다. 반드시 끝나는 곳이 있다. 그 경계 너머에는 다른 무리의 영역이 있다. 경계를 넘으면 전쟁이다. 강한 무리도 경계를 넘으면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른다. 경계를 아는 무리가 오래 산다. 경계를 모르는 무리는 소진된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이 있다. 늑대 무리가 자신의 영역 안에서 먹이가 줄어들면 어떻게 하는가.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경계를 무시하고 다른 무리의 영역을 침범한다. 또는 같은 먹이를 두고 싸우는 대신 서로 다른 먹이를 찾는 방향으로 분화한다. 후자를 선택한 무리들이 결국 더 오래 살아남는다. 한계가 새로운 적응을 만들어낸다.
연어는 태어난 강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다. 이 죽음이 강을 살린다. 연어의 사체가 분해되어 강의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연어의 한계 — 죽음 — 가 새로운 생명의 클러스터링을 만든다. 한계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1. 뜻풀이
모든 권력에는 경계가 있다. 이것은 권력의 실패가 아니다. 권력의 본질이다. 그리고 모든 경계는 다음 권력을 품고 있다.
경계 또는 한계는 세 가지 층위로 나타난다.
지리적·물리적 경계 — 로마 제국은 라인강과 다뉴브강 너머로 나아가지 못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겨울 앞에서 멈췄다. 몽골 제국은 바다 앞에서 한계를 맞았다. 어떤 권력도 물리적 경계를 무한히 넘을 수 없다.
시간적 경계 — 모든 권력은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절대 권력이라 불렸던 것들이 세월 앞에서는 한줌 먼지가 됐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원했지만 50세에 죽었다. 히틀러의 1000년 제국은 12년 만에 무너졌다. 시간은 모든 권력의 가장 강한 경계다.
도덕적·인간적 경계 —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자주 잊히는 경계다. 권력은 구성원의 위임 위에 서 있다. 위임에는 암묵적 조건이 있다. 구성원의 생존을 위협하지 말 것. 존엄을 짓밟지 말 것. 이 조건을 넘어서면 위임이 철회된다. 위임이 철회된 권력은 폭력으로 연명하다 반드시 무너진다.
경계에 부딪힌 권력은 두 갈래로 갈린다.
첫 번째 갈래 — 한계를 무시하고 폭주하는 것.
경계를 넘으려 더 강한 힘을 쏟아붓는다.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더 큰 반작용을 맞는다. 경계를 무시한 권력은 스스로를 소진시키면서 결국 더 빠르게 무너진다.
두 번째 갈래 —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요청하는 것.
지금의 권력 구조로는 이 경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더 많은 위임이 필요하다. 더 넓은 결합이 필요하다. 이 인정이 새로운 공감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공감이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만든다. 새로운 클러스터링이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는 더 큰 권력의 토대가 된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가장 강한 방법이다.
이것이 이 책의 수미상관이다. 도입부(명제 0)에서 우리는 공감이 클러스터링을 만들고 클러스터링이 권력을 만든다는 것을 보았다. 명제 15에서 우리는 권력의 한계가 새로운 공감을 만들고 새로운 클러스터링이 시작된다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이 순환이 반복되면서 인류의 권력은 진화해왔다.
2. 관중과 마키아벨리의 생각, 그리고 다른 주요 인사들
관중은 경계를 아는 것이 권력의 지혜라고 봤다. 《관자》에서 그는 말했다. 군주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안다면 나라가 안정된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자가 한계를 모르는 자보다 더 오래 권력을 유지한다.
관중이 환공에게 거듭 강조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라.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려다 모든 것을 잃는다. 경계를 인정하는 것이 경계를 넘는 첫 번째 방법이다.
규구의 회맹(기원전 651년)도 같은 원리였다. 환공이 천자(주나라 왕)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천자를 섬기는 패자(覇者)로서의 경계를 분명히 했다. 경계 안에서의 권력이 경계 없는 권력보다 훨씬 강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경계를 무시한 권력의 최후를 반복해서 보여줬다. 포르투나의 강물이 불어날 때 그것에 맞서 싸우면 반드시 쓸려간다. 강물의 경계를 인정하고 제방을 쌓는 것이 옳다. 경계는 막아야 할 것이 아니라 설계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또 말했다. 군주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신하에게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위임이 군주의 경계를 넘어서게 한다.
칼 슈미트는 주권의 한계를 예외 상태(Ausnahmezustand)의 개념으로 분석했다.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선언하는 자다. 그러나 예외 상태가 일상이 되는 순간 주권은 정당성을 잃는다. 경계를 선언하는 권력이 그 경계를 스스로 허무는 순간 무너진다.
▷ 칼 슈미트 Carl Schmitt, 1888~1985. 독일 법학자·정치철학자.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자라는 테제로 유명하다. 권력의 한계와 경계 문제를 법철학적으로 가장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러나 나치에 협력한 전력으로 그의 이론은 항상 비판적으로 읽혀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를 경계 없는 권력의 극단으로 분석했다. 전체주의는 모든 경계를 허문다. 사생활과 공적 삶의 경계, 법과 불법의 경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면 권력은 테러가 된다. 그리고 그 테러는 결국 스스로를 잡아먹는다.
▷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1975. 독일 출신 미국 정치철학자. 전체주의를 경계 없는 권력의 극단으로 분석했다. 전체주의는 모든 경계를 허문다. 사생활과 공적 삶의 경계, 법과 불법의 경계, 국가와 사회의 경계.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면 권력은 폭력이 된다.
이로쿼이 연방은 경계를 시간으로 설계했다. 모든 중요한 결정에서 7세대 후손에게 미치는 영향을 먼저 물었다. 175년의 시간 지평. 이것은 권력의 시간적 경계를 의식적으로 설계한 것이다. 5년짜리 임기 권력이 150년의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때 그 권력은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로쿼이는 그 경계를 제도로 만들었다.
3. 역사적 사례
로마 제국 — 경계를 넘은 권력의 소진
로마는 라인강과 다뉴브강을 경계로 삼았다. 그 경계 안에서 로마는 수백 년을 유지했다. 그러나 3세기 위기 이후 로마는 경계를 지키는 대신 더 많은 병력을 변경에 쏟아부었다. 경계를 넘으려 한 것이 아니라 경계를 유지하는 데 모든 자원을 소진했다. 내부의 위임을 돌볼 여력이 사라졌다. 위임이 무너졌다. 제국이 무너졌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달랐다. 브리타니아에 장벽(하드리아누스 방벽)을 쌓았다. 더 이상 북쪽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경계를 인정했다. 경계 안에서의 통치에 집중했다. 하드리아누스의 치세는 로마 역사에서 가장 안정된 시기 중 하나였다.
▷ 하드리아누스 Publius Aelius Hadrianus, 76~138. 로마 제국 황제(재위 117~138). 트라야누스의 정복 정책을 포기하고 방어적 국경 정책을 채택했다. 브리타니아에 하드리아누스 방벽을 건설했다. 경계를 인정하고 내부를 다진 황제로 평가된다.
이븐 할둔과 터친 — 엘리트 과잉생산이라는 보이지 않는 경계
로마가 보여준 것은 지리적 경계였다. 그러나 경계에는 보이지 않는 층위도 있다. 엘리트의 숫자다.
이븐 할둔은 14세기에 이미 이 순환을 봤다. 그는 왕조의 흥망을 아사비야(asabiyyah) — 집단의 연대감 — 로 설명했다. 사막에서 일어난 부족은 강한 연대로 도시를 정복한다. 권력을 잡은 뒤 풍요로워지면 연대는 느슨해진다. 자손들은 검소함을 잊고 사치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새로운 연대를 가진 또 다른 집단이 이들을 대체한다. 이븐 할둔은 이 순환이 대략 3~4세대, 120년 정도의 주기로 반복된다고 봤다.
▷ 이븐 할둔 Ibn Khaldun, 1332~1406. 튀니지 출신 역사학자·사회학자. 저서 《역사서설(Muqaddimah)》에서 왕조의 흥망을 아사비야(집단연대)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회학과 역사철학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피터 터친은 이 순환을 현대의 데이터로 재구성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엘리트의 숫자다. 권력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지면 엘리트가 늘어난다. 그런데 엘리트가 차지할 수 있는 자리 — 고위 관직, 부, 명예 — 는 늘어나지 않는다. 엘리트 과잉생산(elite overproduction)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적은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경쟁은 격화되고, 협력의 규범은 무너진다. 사회는 안으로부터 갈라진다.
▷ 피터 터친 Peter Turchin, 1957~. 러시아 출신 미국 진화생물학자·역사학자. 클리오다이내믹스(cliodynamics)라는 수량적 역사학을 창시했다. 저서 《붕괴의 시대(End Times)》에서 엘리트 과잉생산과 대중의 임금 정체가 결합할 때 사회 불안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로마의 한계는 영토였다. 이븐 할둔과 터친이 본 한계는 엘리트의 숫자였다. 둘 다 한계를 무시하면 똑같은 결과를 맞았다. 내부로부터의 소진이다. 그러나 이븐 할둔이 본 순환은 비관적이지 않다.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연대를 가진 집단이 들어선다. 한계가 새로운 아사비야를 잉태한다.
덩샤오핑 — 한계 인정이 만든 기적
1978년 덩샤오핑은 중국 경제의 한계를 인정했다. 계획경제만으로는 인민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이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클러스터링의 요청이었다. 외국 자본과 기술의 위임을 요청했다. 새로운 경제 행위자들을 클러스터로 끌어들였다. 경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40년 중국 성장의 출발점이었다.
피아트화폐의 한계 — 부채에서 공유부로
덩샤오핑은 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 결합을 가능케 한 것 — 자본의 흐름, 신용의 확장 — 자체도 경계를 갖고 있다.
현대의 화폐는 빚에서 태어난다. 은행이 대출을 내줄 때 화폐가 만들어진다. 이 구조는 하나의 조건 위에서만 작동한다. 끊임없는 성장이다. 빚은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는데, 이자를 갚으려면 경제 전체가 계속 커져야 한다. 성장이 멈추면 시스템 전체가 한계에 부딪힌다.
2008년이 그 한계를 보여줬다. 그러나 한계는 드러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부채는 더 늘었다. 자산 가격은 더 부풀었다.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같은 구조를 더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로마가 경계를 유지하는 데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던 것과 같은 패턴이다.
한계를 인정한다면 무엇이 가능한가. 화폐의 가치를 빚이 아닌 다른 것에 묶는 것이다. 인류가 공동으로 가진 것 — 토지의 지대, 생태계의 회복력, 공동으로 생산한 데이터 — 을 화폐 발행의 토대로 삼는 통화 모델이 여러 곳에서 논의되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자연을 살리면 통화가 안정되는 구조다.
부채 기반 화폐의 한계가 공유부 기반 화폐라는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요청하고 있다.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질문은 이미 도착해 있다.
기후 위기와 탈원전 — 경계가 요청하는 새로운 클러스터링
지구가 경계를 보내고 있다. 기후 붕괴, 생태계 파괴, 핵 위협. 이것들은 기존의 권력 구조 — 국민국가 중심의 권력,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 권력, 핵에너지 의존 구조 — 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탈원전이야말로 기후운동의 엔진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한계 인식이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요청한다. 에너지협동조합, 시민태양광, 지역에너지 공동체. 기존 에너지 권력의 경계가 새로운 에너지 클러스터링을 만들어내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Energiewende)이 그 대표적 사례다.
▷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독일이 추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 정책. 2000년대부터 본격화됐으며 시민 에너지협동조합이 핵심 동력이었다. 기존 전력 권력(대형 에너지 기업)의 한계가 새로운 시민 클러스터링을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다.
한반도의 원전 문제도 같은 프레임으로 읽힌다. 24기의 원전이 밀집한 한반도에서 기존 에너지 권력은 경계에 부딪혀 있다. 후쿠시마가 보여준 것처럼 이 경계를 무시하면 재앙이다. 경계를 인정하면 새로운 에너지 클러스터링의 요청이 시작된다.
5년 임기 권력의 150년 결정 — 시간적 경계의 문제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심각한 한계 중 하나는 시간의 불일치다. 선출된 권력의 임기는 4~5년이다. 그러나 그 권력이 내리는 결정들 — 원전 건설, 기후 협약, 국가 부채, 핵폐기물 처리 — 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영향을 미친다.
임기 5년의 정부가 150년의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 이것이 현대 대의 민주주의의 시간적 경계의 문제다. 이 경계를 인정한다면 새로운 클러스터링이 요청된다. 이로쿼이의 7세대 법칙처럼, 지금의 결정이 미래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별도의 기구. 기명 투표처럼, 결정하는 자가 그 결과 앞에 이름을 남기는 구조다.
권력의 시간적 경계를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민주주의 설계의 출발점이다.
유엔 체제의 경계 — 그리고 70년간의 응답
지금까지의 경계는 한 제국, 한 왕조, 한 국가, 한 화폐 체제의 경계였다. 그러나 가장 큰 경계는 따로 있다. 국제질서 자체의 경계다.
1945년 만들어진 유엔 체제는 제2차 대전 승전국들이 설계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은 이 다섯 나라의 동의 없이는 어떤 행동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유엔 헌장의 불간섭 원칙은 강대국이 무슨 짓을 해도 "주권"이라는 방패 뒤에 숨게 해준다. 기후 붕괴, 데이터 독점, 팬데믹 — 국경을 넘는 문제들 앞에서 국경을 전제로 설계된 기구는 한계에 부딪힌다. 이것은 설계의 실패가 아니라 설계 의도의 한계다.
그런데 이 한계는 갑자기 드러난 것이 아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요청하는 시도는 이미 8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1945년 히로시마 직후 아인슈타인과 러셀은 핵전쟁을 막기 위한 세계정부를 역설했다. 1948년 시카고대학의 학자들은 세계헌법 초안을 작성했다. 그 초안에는 "토지·물·공기·에너지는 인류의 공동 재산"이라는 조항이 담겼다. 1991년에는 지구연방헌법이 완성됐고, 이를 실천하는 잠정세계의회(PWP)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72개의 세계입법안을 통과시켰다. 어떤 국가의 비준도 없이.
이로쿼이 연방이 7세대의 시간 지평으로 권력의 시간적 경계를 설계했다면, PWP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위임의 가능성을 70년간 조용히 실험해온 셈이다. 한계가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잉태한다는 것은 추상적 원리가 아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진행 중인 과정이다.
4. 종합정리
모든 권력에는 경계가 있다. 지리적 경계, 시간적 경계, 도덕적 경계. 이 중 어느 하나도 영원히 넘을 수 없다.
경계 또는 한계에 부딪힌 권력은 두 갈래로 갈린다. 경계를 무시하고 폭주하면 더 빠르게 소진된다. 경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요청하면 더 큰 권력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순환이다. 공감이 클러스터링을 만들고(명제 0), 클러스터링이 권력을 만들고(명제 1~3), 권력은 성장하고 작동하며(명제 4~14), 반드시 경계에 부딪히고(명제 15), 그 경계가 새로운 공감을 만들고 새로운 클러스터링이 시작된다(다시 명제 0으로).
로마는 경계를 무시하다 무너졌다. 하드리아누스는 경계를 인정하고 안정을 이뤘다. 이븐 할둔과 터친이 본 엘리트 과잉생산의 순환도 같은 패턴이었다. 덩샤오핑은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결합을 만들었다. 부채 기반 화폐의 한계는 공유부 기반 화폐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에너지 클러스터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유엔 체제의 한계 앞에서, 인류는 이미 70년 넘게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실험해왔다.
다만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있다. 한계가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요청할 때, 그 클러스터링이 반드시 진짜 공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은 새로운 연대가 형성되기 전에 인위적인 클러스터를 먼저 만들어낼 수 있다. 같은 분노, 같은 적대감으로 묶인 집단은 공감이 아니라 반응으로 묶인 것이다. 진짜 클러스터링은 한계를 함께 인정하는 데서 나온다.
가짜 클러스터링은 누군가를 적으로 지목하는 데서 나온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향한 요청이 들려올 때, 그것이 어디서 오는 목소리인지를 구별하는 것 — 이것이 21세기 권력의 경계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이다.
지금 지구촌이 마주하고 있는 경계는 어떤 단일 권력으로도 넘을 수 없다. 기후, 핵, 생태, 데이터 공유부. 이 경계들이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요청하고 있다. 그 클러스터링에 응답하는 자가 다음 시대의 권력을 만들 것이다.
권력의 한계가 새로운 공감을 만들고, 새로운 공감이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만들고, 새로운 클러스터링이 새로운 권력을 만든다. 이것이 역사의 반복이고 이것이 미래의 설계 원리다.
명제 15 — 모든 권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새로운 클러스터링을 잉태한다. 지금 지구촌이 마주한 기후·핵·생태·공유부의 경계가 새로운 공감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그 응답이 진짜 공감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고리즘이 만든 가짜 연대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21세기의 과제다. 진짜 공감에 응답하는 자가 다음 시대의 권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