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권력의 원리 연재

권력의 원리ㅡ명제 19. 권력의 위임은 반드시 갱신되어야 한다

작성자이원영|작성시간26.06.17|조회수18 목록 댓글 0

[제4부 권력의 진화와 유지]

명제 19 — 권력의 위임은 반드시 갱신되어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코끼리 무리의 마트리아크는 영원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무리는 감지한다. 마트리아크의 결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무리의 중심이 더 젊고 유능한 암컷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갱신이다. 강요되지 않은 갱신. 상황의 변화가 만드는 갱신.

갱신이 없으면 무리는 낡은 지도자의 낡은 기억에 의존한다. 50년 전 가뭄 때 찾았던 물웅덩이가 이제는 말라있을 수 있다. 갱신되지 않은 위임은 무리를 과거의 지도에 가두는 것이다.


1. 뜻풀이

위임은 한 번의 계약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갱신되어야 하는 약속이다.
갱신이 필요한 이유는 세 가지다. 상황이 바뀐다 — 어제의 최선이 오늘의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권력자가 변한다 — 명제 16에서 보았듯 권력은 권력자를 바꾼다. 구성원의 필요가 달라진다 — 세대가 바뀌고 가치가 바뀐다.
갱신하지 않으면 세 가지가 일어난다.
1) 상황이 바뀌어도 권력이 바뀌지 않는다.
2) 권력자가 변해도 위임이 유지된다.
3) 위임이 소진되어도 권력이 남는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재앙이다.

그런데 갱신의 방식이 중요하다. 버크가 말한 것처럼 갱신은 현재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 1729~1797. 아일랜드 출신 영국 정치철학자. 보수주의의 창시자로 불린다. 사회를 죽은 자·살아있는 자·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 사이의 계약으로 봤다. 위임의 갱신이 세대를 넘어야 한다는 논거를 제공한다. 저서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1790).


버크는 사회를,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 사이의 계약으로 봤다. 갱신은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책임과 미래 세대에 대한 약속을 동시에 담아야 한다. 이것이 익명 투표의 한계다. 이름 없는 선택은 책임 없는 선택이다.

이로쿼이 연방의 기명 결정 원칙을 생각하라. 7세대 후손 앞에 내 이름을 걸고 결정한다. 이것이 가장 무거운 갱신의 형태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 56명이 서명했다. 이름을 역사 앞에 남겼다. 반역죄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이름들이 독립선언의 명분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이름을 건 위임이 역사를 바꿨다.


2. 관중과 마키아벨리의 생각, 그리고 다른 주요 인사들

관중은 갱신을 제도로 설계했다. 매년 봄 인재를 추천하고 가을 성과를 검증했다. 환공에게 말했다. 작년의 성과로 올해를 맡기면 안 된다. 매년 새로운 위임이 있어야 한다. 위임은 소비되는 것이다. 소비된 것은 반드시 보충되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의 독재관 제도를 분석했다. 위기 시 6개월의 절대 권력. 그러나 6개월이 지나면 반드시 반납한다. 이 갱신의 구조가 독재관 제도를 건강하게 유지했다. 기한이 있는 위임. 그것이 로마 공화정의 힘이었다.

주역은 갱신의 원리를 혁괘(革卦, 49번째)로 담았다. 혁(革)은 짐승 가죽을 무두질하는 것 — 낡은 것을 새것으로 탈바꿈시키는 행위다. 그러나 괘사는 경고한다. "기일(己日)에야 믿는다." 갱신은 때를 기다려야 한다. 신뢰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서두르는 갱신은 혼란만 만든다.
쌍을 이루는 정괘(鼎卦, 50번째)는 낡은 것을 녹여 새 그릇을 만드는 상(象)이다. 위임의 갱신은 낡은 그릇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녹여서 더 강한 그릇으로 다시 빚는 것이다.

3. 역사적 사례

22대 국회의 처리율 0% — 갱신 실패의 현주소

5만 명의 서명.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약속. 그 약속이 갱신되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 처리율이 0%였다. 위임이 소진됐다. 갱신이 없었다. 구성원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위임을 거두기 시작했다.

상앙의 나무 — 갱신의 신뢰를 세우는 법

기원전 359년, 진(秦)나라 상앙은 새 법을 반포하려 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믿지 않았다.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을 너무 많이 봐온 탓이었다. 갱신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앙은 도성 남문에 세 길 높이의 나무를 세우고 공표했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을 주겠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공표했다. 50금으로 올린다. 한 사람이 나섰다. 상앙은 즉시 50금을 줬다. 나라에서 백성을 속이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고 나서 새 법령을 널리 알렸다.
갱신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상앙은 나무 하나로 진나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혁의 위임을 받아냈다. 그 위임이 훗날 진시황의 천하통일 기반이 됐다.
▷ 상앙(商鞅) ?~기원전 338.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정치가·개혁가. 법가사상에 기반해 진나라의 구조적 개혁을 이끌었다.

이에야스 — 위임을 제도로 갱신한 설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3년 세키가하라 승리 후 쇼군이 됐다. 그리고 단 2년 뒤인 1605년, 스스로 쇼군직을 아들 히데타다에게 넘겼다. 도쿠가와 쇼군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굳히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권력 포기가 아니었다. 치밀한 갱신의 설계였다. 쇼군은 도쿠가와 가문의 것이지 이에야스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천하에 선언한 것이다. 이에야스는 그 뒤로도 슨푸(駿府)에서 실권을 유지하며 9년을 더 살았다. 그러나 제도적 위임의 갱신은 이미 완료됐다. 그 설계 덕분에 도쿠가와 막부는 265년을 이어갔다.
오다 노부나가는 혼노지(本能寺)에서 갑자기 죽었다. 후계 갱신을 준비하지 않았다. 이에야스는 그 장면을 직접 봤다. 그래서 서둘러 갱신했다. 두 사람의 차이가 12년 막부와 265년 막부의 차이를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 — 위임 소진의 한국적 증명

2017년 문재인 정권은 강력한 위임을 받았다. 부동산 개혁, 검찰개혁, 탈원전, 적폐청산. 구성원들이 신용 대출처럼 건넨 위임이었다. 조건이 있는 위임이었다.
그러나 네 가지 모두 같은 벽 앞에서 멈췄다. 기득권이었다. 부동산 개혁은 토지 불로소득 구조를 건드려야 했지만 스물다섯 번의 대책은 그 핵심을 피해갔다. 검찰개혁은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구조를 바꿔야 했지만 조직 내부의 저항 앞에서 흔들렸다. 탈원전은 선언됐지만 에너지 기득권과의 투쟁 없이는 설계가 없는 선언이었다. 적폐청산은 수사로 대신했지만 제도 개혁 없는 수사는 갱신이 아니라 교체였다.

위임을 받은 자가 그 위임이 요구하는 투쟁을 회피할 때 위임은 소진된다. 소진된 위임을 갱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방향을 바꾸거나, 더 깊이 들어가거나. 위임이 소진됐는데 갱신이 없었다. 그것이 가장 빠른 신뢰 상실의 길이다.

워싱턴 — 자발적 갱신의 계보

230년전 워싱턴은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났다. 권력이 제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자발적 갱신을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강한 권위를 만든다는 것을 역사 앞에 증명했다. 영국 왕 조지 3세가 말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의 한 사람이다.


4. 종합정리

위임은 반드시 갱신되어야 한다. 갱신을 두려워하는 권력자는 이미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갱신을 수용하는 권력자만이 더 강한 권위를 얻는다.
갱신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익명의 갱신에서 기명의 갱신으로. 이름을 걸고 역사 앞에 서는 것. 그것이 가장 강한 위임 갱신이다.

원전 문제가 그 시험대다. 원전의 설계 수명은 40~60년, 해체와 폐기물 처리까지 고려하면 100년을 넘는 영향력이 5년 단임제 권력의 손에서 결정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다시 그 반대로 오락가락하는 동안 국가 전략의 일관성은 사라지고 사회 갈등 비용만 쌓인다. 이것은 특정 정권의 과오가 아니라 갱신의 시간 지평이 어긋난 구조적 실패다. 5년의 권력이 100년의 결정을 독점하는 한, 위임은 갱신될 수 없다.

해법은 갱신의 주체를 바꾸는 것이다. 정권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이름을 걸고 결정하는 것. 비밀투표의 익명성은 권력의 압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초장기 과제에서 익명성은 때로 무책임의 가면이 된다. 기명 투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현재의 편익만 좇는 나를 버리고, 역사와 미래 세대 앞에 선 주권자로서의 나를 소환하는 것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56인이 목숨을 걸고 이름을 남긴 것처럼, 우리도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계약서에 당당히 이름을 남겨야 한다.

30년 후 우리는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를 지금 결정하는 것 —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진화이며 세대 간의 신성한 계약이다.


명제 19 — 권력의 위임은 반드시 갱신되어야 한다. 코끼리 무리는 마트리아크가 낡으면 자연스럽게 새 중심을 찾는다.
위임은 소비되는 것이다. 소비된 것은 반드시 보충되어야 한다.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