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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원리 연재

권력의 원리ㅡ제5부의 여는 글: 군자란 무엇인가

작성자이원영|작성시간26.06.22|조회수14 목록 댓글 0

[제5부 — 군자론 혹은 참모론]

여는 글: 군자란 무엇인가


여기까지 온 독자는 이미 권력의 거의 모든 얼굴을 봤다.

권력이 무엇인지 봤다. 공감이 클러스터링을 만들고 클러스터링이 위임을 만들고 위임이 권력을 만든다는 것을. 권력이 무엇으로 세워지는지 봤다. 보이지 않지만 확인되어야 하고, 생존을 지켜야 하고, 신뢰와 명분으로 다져진다는 것을.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봤다. 단일화되려는 본능과 분산되어야 하는 필요 사이에서, 견제 없이는 반드시 남용된다는 것을. 권력이 어디로 가는지도 봤다. 호르몬에 휘둘리고, 경멸 앞에서 무너지고, 갱신되지 않으면 소진되고, 후계자 없이는 사라진다는 것을.

그런데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이 모든 원리를 알면서도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자가 그랬다. 인의예지를 알았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순서를 알았다. 그러나 평생을 떠돌았다. 위(衛)에서도, 진(陳)에서도, 채(蔡)에서도 뜻을 펴지 못했다. 덕은 충분했다. 그러나 덕만으로는 권력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권력의 원리를 정확히 알면서도 그 앎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자들이다. 알면서도 권력 앞에서 그릇이 작아지는 자들, 통찰 없이 권력의 한복판에 서서 휩쓸리는 자들, 권력자의 곁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알지 못해 화를 부르는 자들.

그래서 1부에서 4부까지가 권력의 해부학이었다면, 5부는 권력을 다루는 사람의 윤리학이다. 질문이 바뀐다. 권력이란 무엇인가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로.

공자는 말했다.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 그릇은 한 가지 용도로 고정된다. 물그릇은 물만 담고 곡식 그릇은 곡식만 담는다. 그러나 군자는 고정된 그릇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형태를 바꾸되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 자다. 명제 22가 여기서 시작한다.

그릇이 아닌 자가 권력의 한복판에 서면 무엇이 필요한가. 통찰이다. 명제 23이 그것을 다룬다. 권력의 기(氣)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아무리 선한 의도도 헛되이 흩어진다.

그런데 모든 권력자가 군자일 수는 없다. 어떤 이는 권력의 정점에 서고, 어떤 이는 그 곁에서 권력을 보좌한다. 참모다. 명제 24는 참모가 서야 할 자리를 묻는다. 권력자와 하위 조직 사이, 그 중간의 긴장 속에서 참모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명제 25는 참모의 권력이 가진 독특한 성질을 묻는다. 참모의 권력은 직접 행사하는 권력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다음 세대의 판단 속에서 비로소 평가받는 권력이다.

그리고 마지막 두 명제에서 다시 시선이 넓어진다. 군자도 참모도 결국 더 큰 질문 앞에 선다. 명제 26은 권력이 독점될 때와 공유될 때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묻는다. 공유부가 그 답의 중심에 있다. 명제 27은 가장 현재적인 질문을 던진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위임의 형태 자체를 바꾸고 있는 지금, 군자와 참모는 이 새로운 권력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군자불기로 시작해 테크놀로지로 끝나는 이 6개의 명제는 언뜻 멀어 보인다. 그러나 하나로 꿰어져 있다. 권력을 안다고 해서 권력을 잘 다루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잘 다루려면 그릇이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하고, 통찰을 갖춰야 하고, 자신이 선 자리를 알아야 하고, 시간 앞에서 정직해야 하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하고, 새로운 권력의 형태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공자는 권력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질문은 통과했다. 군자란 무엇인가. 이 책의 마지막 부가 그 질문에 답한다.

공자의 논어는 권력을 다루는 군자의 자세를 상세히 설명한다. 사진은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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