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난다 ‘생명ㆍ탈핵’ 실크로드
12월 22일 재출발…인도ㆍ터키ㆍ이탈리아 등 18개국 5000km 순례
김정현 기자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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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명ㆍ탈핵 실크로드 후반기 순례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제공=이원영.
전 세계를 돌며 ‘생명ㆍ탈핵 실크로드’ 순례를 진행하다 수원대 복직 문제로 잠시 중단한 이원영 교수가 다시 순례길을 떠난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명ㆍ탈핵 실크로드 후반기 순례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이 교수를 비롯한 순례단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본, 베트남, 인도 4,000km를 걸으며 탈핵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그러다 올해 초, 수원대 사학비리를 공익제보한 뒤 부당해고를 당해 법정다툼을 벌여 온 이원영 교수의 복직이 확정되면서 순례가 잠시 중단됐다.
이 교수와 순례단은 올해 12월 22일부터 2020년 4월까지 인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터키, 그리스,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바티칸 까지 총 18개국 5,000km를 순례한다. 아울러 달라이라마 존자를 비롯한 동방정교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 등 세계 종교지도자들을 친견하고 지구생명헌장을 전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올 겨울 인도, 네팔을 2개월간 걸은 뒤 달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 존자를 친견하고 ‘지구생명헌장 2018 서울안’을 헌정하고자 한다. 또 2019년 여름에는 터키 이스탄불에 계신 동방정교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 2020년 4월에는 바티칸에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을 친견할 계획”이라며 “교황 친견에 앞서 마르틴 루터가 500년 전 걸었던 코스를 그대로 순례하는 일정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순례 일정 발표에 앞서 순례단은 ‘지구생명헌장 2018 서울안’을 발표했다. 순례단은 2016년 월정사 세미나 및 국제컨퍼런스, 2017년 방콕 국제세미나, 2018년 서울 강연회 및 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헌장 발표를 준비해왔다. 지난 11월 17일에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헌장 최종안 성안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헌장에서 “지구 역사에서 가장 뒤늦게 등장한 인간은 문명을 이룬 존재이나, 인간 중심적 세계관과 탐욕으로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많은 생명체들을 고통받게 하고 있다”면서 “생명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다. 인류의 어떠한 조직이나 국가도 지구를 독점적ㆍ배타적으로 지배할 권리가 없다. 특히 지구 파괴와 살생의 역사를 주도해 온 열강은 과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지구라는 생명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고와 체제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생명의 존엄과 연계, 핵 폐기의 당위성 등을 강조한 이들은 종교인들에게 드리는 제언을 통해“ 종교계는 생명의 존엄을 설파하고 있고, 안전한 삶을 갈구하는 대중의 여망을 이해하고 있다. 많은 종교인이 그 실천적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UN에게만 맡기지 말고 종교인이 연대하여 ‘지구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실천에 나설 것을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아래는 ‘지구생명헌장 2018 서울안’ 전문
지구생명헌장 2018 서울안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에 이은 세 번째 사고로서 지구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 영향으로 아직도 지구의 대기와 해양과 토양은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있다. 인류는 핵전쟁이 아닌 핵발전소 폭발로 멸망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전세계 450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미래 세대에게도 치명적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백년간 인류가 추구한 문명은 지구를 수탈하여 왔다. 지구촌 곳곳에서 대기 오염, 해양 오염, 사막화 및 기후변화로 인한 뭇 생명의 멸종 등 환경 및 생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대량 가축 살상 등의 생명 경시 현상 또한 위험 수준이다. 지구는 생명의 진화에 기본이 되는 생태계, 풍부한 동식물, 비옥한 토양, 맑은 물, 깨끗한 공기를 지니고 있고, 인류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보금자리이다. 또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겨나면서부터 존중받아야 할 독자성을 지닌 개체이면서도, 생성과 존립에서 다른 생명체와 상호 기여하는 존재이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뒤늦게 등장한 인간은 문명을 이룬 존재이나, 인간 중심적 세계관과 탐욕으로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많은 생명체들을 고통받게 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생명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다. 인류의 어떠한 조직이나 국가도 지구를 독점적·배타적으로 지배할 권리가 없다. 특히 지구 파괴와 살생의 역사를 주도해 온 열강은 과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지구라는 생명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고와 체제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국제연합(UN)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은 지구 환경과 생태의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역할의 한계를 보여 왔다. 이제 생명공동체를 위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연대체가 필요하다. 추상적 선언에 그치지 않는, 구속력 있는 실행에 이르는 체제라야 한다. 그동안 맺어온 협약들도 생명 존엄을 근간으로 다시 정비되어야 한다. 우리는 UN의 세계자연헌장(1982)과 리우환경회의를 거친 지구헌장(2000)의 정신을 계승하여, 인류가 지향해야 할 지구생명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제1조. [생명 존엄] 모든 생명체는 자체로 존엄하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상호 교류하며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다. 생명 존엄성은 최상의 가치이다. 제2조. [생명 연계] 어떤 생명체도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서로 연계되어 있다. 생명은 수십억 년 살아온 내력이 깃들어 있는 실체이며, 무수히 많은 종으로 탄생·성장·소멸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순환을 지속해 왔다. 제3조. [생명공동체] 지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함께하는 공동의 거주처이다. 생명공동체의 위기가 곧 인류의 위기이다. 제4조. [인류의 책임] 인류는 다른 생명체를 존중해 지구생태계를 지키고 보살필 책임이 있다. 또한 지구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보호할 방안을 찾아서 온전하게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의무가 있다. 제5조. [핵의 폐기] 모든 생명체의 재앙과 절멸을 초래할 수 있는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폐기해야 한다. 인류는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과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확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제6조. [생명 침해의 중단] 인간과 생명체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유전자 조작 등 과학기술에 의한 생명 침해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인류는 줄기세포와 인간배아 등의 이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준수해야 한다. 제7조. [실천의 의무] 각국 정부와 조직, 지구촌 사람들 모두 관련되는 영역에서 생명체의 자유와 권리를 증진하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도록 힘써야 한다. 종교인들에게 드리는 제언
2018년 12월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단 생명헌장제정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