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UN이 필요해' ㅡ인도의 젊은 관료와의 대화(2019)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25.06.25|조회수102 목록 댓글 0

https://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173

장면8

2019년 2월 초 여기는 인도. 한 달 전 순례를 재개해서 뉴델리 부근까지 500km쯤 걸은 며칠 전, 걸어가는 필자를 보고 젊은 정부 관료가 호기심으로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 걸어온 사연에 감동했던지 그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어머니가 손수 싸준 도시락을 필자에게 전달하였고 자신의 청사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9년1월 뉴델리 근교를 지날 때 만난 인도의 젊은 정부관료 Deepak. 그는 한국을 무척 좋아했다.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하루 사이에 그가 생명헌장의 내용을 포함하여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음을 알고, 필자는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우리는 또 다른 유엔이 필요하다. 지구는 하나뿐이다. 현재의 유엔만으로는 너무 위험하다. 옷감도 씨줄과 날줄로 짜듯이 지구도 그렇게 보호해야 한다.” 그는 단박에 이해하며 맞장구친다. 이역만리 떨어진 사람들이 순식간에 동감하고 가치에 관한 판단을 공감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도관료 Deepak의 초청을 받아 간 자신의 근무청사의 마당 에서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기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는 순간 지구촌에는 커다란 위기관리 수요가 발생하였다. 1979년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에 이은 3번째 사고라는 것은 앞으로도 사고가 반복될 수 있음을 말한다. 450여 개 핵발전소가 지진 같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구하는 열망들이 가득함에도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 의사결정체제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8년이 지나도록. 이상하기 짝이 없다.

핵발전소 문제의 특징은 소수의 나라만 잘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위험의 자본화’ 같은 풍조가 만연해 분산된 소수의 힘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독일의 헤르만 쉐어(Hermann Scheer)라는 저명한 탈핵인사가 핵심을 짚었다. “만약에 태양광이 중앙집중식 에너지원이고 핵발전소가 분산형 에너지원이라면 그 사람들이 서슴없이 태양광을 택했을 것”이라고. 그런 기술적이고 조직적이고 자본투하적인 위험이 지구촌을 볼모로 잡고 있다.

국제적 장치도 문제다. UNEP가 환경을 파괴하는 한국 정부의 4대강 토목공사에 동조한 것처럼, UN 기능이 지구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선의로 출발했지만, 한편으로는 지구 파괴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현재의 지구촌은 대의민주주의가 고장난 상태에서 대표 역할을 하는 국가가 많다. 이런 정부들이 모인 UN에게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송두리째 맡겨둘 수는 없다.

사람이 두 발로 걷듯, 가정에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듯이, 옷감도 씨줄과 날줄로 짜듯이 지구촌도 두 기둥이 필요한 게 아닌가. 보완적 견제구도라야 안전하다. 가령 한 국가의 권력체제도 삼권분립이 기본이다. 하지만 지구촌은 지방 정부들의 연합만 있는 형국이고 미국이 그 ‘골목대장’이다. 미국이 2016년 파리기후협약을 뭉개는 일도 버젓이 벌어지는 것이 이해된다. 2차대전 후 선의의 리더일 때와는 딴판이다. ‘견제되지 않은 권력은 남용된다’는 이치대로다. 다행히 지금은 지구촌 민중의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다.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에는 수십억 명이 접속한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 합리적 체제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다.

물꼬는 종교계가 틀 수 있다. 모든 종교는 기본적으로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므로 이 주제에 관한 한 소통과 연대가 어렵지 않다. 몇몇 고등종교만 적극성을 갖고 손을 잡아도 어렵지 않게 그러한 일을 해낼 수 있다. 또 지구촌에는 독자적 의사결정체제를 갖추지 못한 나라도 많다. 이런 나라는 UN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지만 종교로 접근하기는 쉬울 수 있다. 새로이 구성될 체제는 UN이 못하는 일을 보완하면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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