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리들의 이야기

권충욱시인, 호랑가시나무를 기억하는 저녁

작성자동서비전|작성시간26.06.12|조회수427 목록 댓글 0

 

 

권충욱 시인

못골 가는 길

- 봄

 

권충욱 시인

 

경주 출생

함안문학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했고

함안문인협회 회장, 함안예총 회장 역임

 

 

시인의 말씀

 

 

/

 

고향

 

동구 밖

늙은 은행나무 뒤로

노을이 내리고

 

샛길 따라

염소 몇 마리

종종걸음하는

 

박꽃 피는 

낮은 지붕들이

저녁연기에 아득한

 

황혼에 잠긴

오랜

동네

 

/

 

고목

 

삶이 길이며

길이 곧 삶인 것을

하늘로 직립한

저 옹고집 보면 알겠다

 

언제나 하늘을 우러러 온

침묵의 긴 세월

 

참 멀리 왔구나

 

/

 

고향 집 1

 

기울어진 지붕이 잡초가 무성하다

처마 밑 제비집도 빈집이다

 

마당가 붉은 오지독 하나

고인 빗물 담고

처연히 명상에 잠긴 저 집

 

대문 앞 늙은 감나무는

밑둥에 묶인 워리가

울부짖던 그때를 기억할 것이다

 

대처에서

아득히 돌아갈 날을 헤아려 본다

 

 

 

 

권충욱 시집

 

/

 

고향 집 2

 

마당에 홍시 다 떨어지는데

아무도 안 오네

 

문고리 간신히 붙잡고

녹슨 자물쇠

 

동네 사람

누구도 모르네

 

/

 

입동

 

밭둑 머리 감나무

 

바알간 홍시 몇 개

 

 

둥구나무 낭낭가지

 

빈 까치집

 

 

노을 지는 먼 하늘

 

울며 가는 기러기

 

/

 

호랑가시나무를 기억하는 저녁

 

둑방 아래 자전거를 타고

차르르 차르르 포플러 나뭇길 간다

점박이 쫑쫑이가 반갑게 달려오던 길

철길 건널목 넘어 새 동네 구판장 지나

파아란 하늘 담은 연못을 돌아

탱자나무 비탈길 들어서면

집으로 내려오는 거기,

아버지가 심은 벚꽃 나무 한 그루

해마다 봄이 오면 속절없이

하얀 꽃잎 눈발처럼 흩날리고

그 나무에 그네 타던 아이들 웃음 소리

큰길 포플러 나무 우듬지까지 닿아

온 동네 새들 그 웃음소리 물고

아 나무에서 저 나무로 지저귀며 날아가던 곳

노오란 판자 대문을 밀면

마당귀에 해거리하는 늙은 감나무와

펌프가 선 우물가 어머니가 가꾸신 파초와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다투어 피던 집

한밤에도 앞집 뒷집 제수 음식이

담장을 넘어오고 가고

육이오 사변 때 혼자 피난 내려왔다던

아랫방 주물공장 박사장이

젊은 부인 앉혀놓고 한잔 술에 지그시 부르던

눈물 젖은 두만강옛 노래가

구성지게 흘러나오던 집

도시계획 구역에 밀려

어머니와 여동생이 떠나올 때까지

외진 담장 아래 심어놓고 거들떠보지도 않은

성당에도 가지 않는 나에게 일년 내내

고백성사를 올리게 한 크리스마스트리 나무

밤늦게 술 취한 내가

탕자처럼 횡설수설하며 오줌 누던

호랑가시나무 문득 기억하네

빈집 되자 누가 먼저 뽑아가 버린

내 키만 한 푸른 그 나무

나는 아직도 여기서 멀리 가지도 못했는데

다 저녁, 잊어버린 호랑가시나무가

나를 불러 세우네

 

 

 

/

 

일기

 

나에게 전하는 편지

 

너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

 

논실리

 

산 겹겹 굽이굽이 돌아갑니다

봇도랑물 찰랑찰랑한 낮은 다리 건너

아득한 논길 따라갑니다

심심한 버드나무 그늘을 지나

잠자리 떼 날으는 고추밭 둔덕,

수숫대 흔들리는 산비알 긴 다락밭 너머

거기 꼭꼭 숨어라

까치집 매달린 당산나무 보일라

씨이롱, 씨이롱, 매미 울음소리 들리는 그리운 풍경

시방 기동 못 하는  울 어머니

꿈결에도 친정가는 먼 논실리 

 

 

논실리

 

참 반가운 시를 만났습니다.

고향

 

 

/

 

팔려간 소

 

젊은 삼촌이

나 몰래 새벽에 몰고 나가

덜컥 팔아먹은 소

 

목매기 때부터 내가

망태기 한가득 꼴 베어와

배불리 먹여 키운 소

 

어둑한 외양간에 우두커니 섰던 제에게

여물을 주고

고단한 등허리 쓰다듬으면

두 눈 지그시 감고 꼬리 흔들던 소

 

동무들과 온 동네 쏘다니다가

해거름에사 집마당 들어서면

내 발자국 소리에

움머~하고 부르던

우걱뿔이 소

 

낯선 길 헤매이다

고향 옛집 찾아가면 거기

바람이 더듬는 고샅길쯤에서

아직도 나는 워낭 소리 듣는다

 

 

 

/

 

못골 가는 길

-봄

 

우시장 너머 철길 따라가면

경남 함안여중 미루나무 꼭대기에

겨울 내내 달려 있는 빈 까치집과

손금처럼 아득한 못골 길이 보인다

 

샛강 얼음도 풀리고

버들가지 물오르는 산들바람 따라

낮은 산모롱이 돌아오는

아슴한 기적소리 들리면

어느덧 봄 아지랑이에 졸음 오는

옹기종기 눌러앉은 집도 보인다

 

보리밭 파아란 농로 따라

아이들 몇이 하모니카 불며 가는

노고지리 지저귀는 못골 가는 길

진달래 언덕에 피는 못골 가는 길

 

//

권충욱 시인님께

선생님의 시집,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귀한 시집 출간을 함께 기뻐하며

마음을 담아 축하 드립니다.

 

우시장, 철길

미루나무, 까치집

샛강, 버들가지

산모롱이, 기적소리

 

아지랑이, 옹기종기

보리밭, 하모니카

노고지리, 못골

진달래 등

 

시어 하나 하나가 참 정겹습니다.

 

현관 문을 열면 

다가오는 밤꽃 향기와

서촌 들판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노랫소리와 함께

한 줄 한 줄 시를  읽는 맛이 참 새롭습니다.

고향 생각도 나고요.

 

인생 6학년!

마음을 설레게 하고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고향 시!

정말 감동입니다.

 

늘 강건하시고

앞으로도

귀한 작품으로

함안문학의 길잡이가 되어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6년 6월

시향 가득한 서촌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