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는 내가 속해있는 구역이다. 내가 숨쉬고 느끼며 점유하고 있는 한 평 땅과도 같은 것이다.
인성은 나의 사고이고 지각이다. 일간을 향해 있으니 나를 인지하고 자아를 자각하는 것이다.
재극인이란 내가 속해있는 현실이 자아를 자극한 것이다. 재가 인성을 극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의 정신이 현실을 바꿀 수는 없는 법.. 현실에 처해있는 나의 삶이 정신을 규정하고 자극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재극인에 울고 재극인에 웃는 것이다. 재가 왕하면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어쩔 수 없이 맞추고 살아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을 것이요 인성이 왕하면 현실의 논리를 적절히 자기 식으로 해석하니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자기애에 빠진 사람이 될 것이다.
재극인이란 재라는 현실과 인성이라는 자아의 만남이니 재극인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현실감각을 가지지 못한다. 재가 없으면 사회참여를 하지 않았으니 경험부족으로 세상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인성이 없으면 세상을 자각할 능력이 없으니 이는 사회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즘 아파트 시세가 얼마인지 모르고 동사무소 서류 하나 떼러 가는데도 서툴고 낯설다.
재극인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반드시 거쳐야 하고 가져야 할 과정이니 힘들고 괴롭다고 피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으니 인간은 자각하고 한 번 한 실수를 두번 하지 않게 된다. 재극인이 되어있지 않은 이는 한 번 실수 두 번도 하고 세 번도 하니 좋게 말하면 속편한 인간이요 나쁘게 말하면 둔하고 답답한 인간이다.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로 만드는 것도 재극인이다. 재라는 현실이 나의 정신에 자극을 주었으니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 될 것인지 저놈은 왜 날 미워하는지 저놈은 왜 날 좋아하는지.. 자신의 밥그릇은 어느 정도이며 어디가지 욕심을 부려야 하는지 등등... 이 모든 것을 조절해주고 가늠해주는 것이 재극인인 것이다.
재왕인왕하면 현실에 걸맞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자이고 재왕인약하면 자신의 능력보다 더 과중한 책임을 떠 앉은 것이고 재약인왕하면 별볼일 없는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함이고 재약인약하면 고만고만한 사회 속에서 열심히 자기 역할 하면서 살아가라는 의미이다.
재왕인왕하면 며느리로써 역할을 다 했으니 효부 소리 들을 것이요 재왕인약하면 엄한 시부모 만나 50 돌아가시기 전까지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살아야 할 것이고 재약인왕하면 내가 시어머니를 가르치려 들었으니 밥 얻어먹으려 눈치 보는 노인내 만든 것이고 재약인약 하면 서로 못난 사람끼리 만났으니 괜한 주도권 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낼 것이다.
재왕인왕하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한 눈에 보이니 무엇을 해도 성공하고 예언 적중 시키는 데는 일등일 것이고 재왕인약하면 상대의 표정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니 오해와 불신 의처증 의부증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재약인왕하면 현실 속에서의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허례허식에 빠지게 되니 쌀독에 쌀 떨어진줄 보름이 지나도 모를 것이요 재약인약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들 만큼만 빠지지 않게 살아가고자 하니 이를 두고 서민이라 한다.
재극인이란 삶의 시작이요 요체이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필요악인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요체이며 지혜의 출발점 또한 재극인인 것이다. 정반합이란 말이 있듯이 사람의 삶이 그러하듯 명리 역시 절대적으로 나쁘거나 절대적으로 좋은 것은 없다.
이것이 음양이고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시행착오와 고통의 반복만이 앞으로 있을 시행착오와 고통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넘어질 것을 두려워 한다면 결코 걸을 수 없듯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지독한 고통으로 다가올 지언정 재극인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요 담담히 받아 들여야 할 과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