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서류더미 속에서 나온 낡은 책...
손금이라곤 전혀 볼 줄 모르는 아빠가
세상 사람 병은 다고치고 싶었던 엄마 생각에
어디선가 구해다놓은 책...
표지에 손금과 건강이란 제목이 낯설은데도
케케묵은 애정이 먼지처럼 풀풀 날립니다..
"아빠 물건 버릴 거 정리하다가
엄마 거 나왔길래 너 줄라고 남겨놨어."
"이거 언제 공부했어?"
"약사회에서 불러서 공부했는더ㆍ
한두달 해서 될 게 아니더라고. 어려워서 관뒀어."
"주역 팔괘도 써놨네?"
"아이구 어려워. 그거 어려운데 갑자기 그걸 다 공부한다고 난리여."
"엄마는 누구한테 배웠어?"
"임 머시기라고 ...이름도 까먹었네...니 언니 안 죽는다고 했었어 그 양반이...근데 갔잖아."
열장이 채 안되는 엄마의 필기노트에는
십성에 대한 한 줄짜리 기본 설명..
주역 괘 소개..
알 수 없는 신살과 가택풍수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더랍니다..
"엄마 내가 정관격이라고?
공망에 삼형살은 뭐야...
이거 맞는거야?"
공책에 쓰여있는 사주풀이라곤
식구들 것 뿐이더라고요.
사주는 배우다 말았지만
환자들 얼굴이나 체형을 보면
그 사람이 지닌 오행을 가늠할 수 있다는
신기한 엄마가 주신 오래된 노트에
아빠가 엄마 생각하며 남기고 간 손금 책을 보다가
부처님의 가호를 바랬던 아빠의 바램들을
채워주지 못했던 지난 삶이 스쳐갑니다.
아빠가 했던 엄마의 심부름까지
모두 다 지켜야할 유산이 된 병오년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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