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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미제사건

작성자musim|작성시간26.06.10|조회수190 목록 댓글 2

"안녕하세요? 2023년 미제 사건 담당자 입니다."
불쑥 걸려온 전화에 잊고 지냈던 과거의 사건 기록들을 모조리 훑어본 오늘은
병오년 갑오월 을묘일이다.
계묘년에 별의 별 일을 겪은터라, 그 중 하나인 작은 민원은 잠시 잊고 지냈는데,
병오년엔 모든 게 드러난다더니, 딱 오늘 상대 측에서 위조 문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명의도용을 확인한 사건 담당자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해당 사건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사건담당자가 내게 원하는 게 있냐고 묻길래,
그냥 앞으로는 저 같은 피해자가 안 생기도록 해주세요라고 답하고 말았다.
형사소송이 아닌 행정신고로는 내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사실 별로 없어보였다.
그러면 이대로 소송을 해서 돈으로라도 보상 받으면 나아지려나?
증거자료 대조까지 다했으니, 이기는 걸까? 그런데 이겨서 뭐하나? 나한테 남은 게 뭐지?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억울해한들 되돌릴 수 있는 건 없고,
그 세월만큼 늙고 병든 몸뚱이만 덜렁 남아있으니, 사실 다 부질없다.
 
작년에 이 까페에서 계묘년 연운을 찾아보고 
계묘년 을목은 악의 기운들이 입질이 와서, 가장 친한사람을 주의하라는 내용을 보고서
아 왜 이 글을 이제야 본 걸까 하고 뒤통수가 뜨뜻해지던 순간이 떠오른다.  
계묘년 봄부터 겨울까지 지인이라고 연락해온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준 일들이 화근이 되어
혼자서 민원 신고에 소송에 병들어가던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병오년이니 벌써 수년 전 일이다.
이미 집안도 전쟁터라 집안일로 소송서류 접수한 게 이번 갑오월 계축일이라
이중삼중으로 소송만 하다가 일상이 망가지는 걸 견딜 자신이 없다면
과거의 억울함에 대한 개인적 보상 따위는 덮어야
그나마도 어쩌다 주어지는 평범한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길 싸움, 지지 않을 싸움, 돈 되는 싸움이라도 안하고 말지 하고 접었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내 마음은 바꿀 수 있으니까,
마음이나 다잡고 살아야지 하고 말이다.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꿈 같은 거는 버리고 사는 게 차라리 편할 것 같다.
내가 자꾸만 나란 존재를 포기하게 되는 것도 운에 달려 있는걸까?
기관의 갑질에 대해서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나라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인 것도 아닌데,
지는 얼마나 잘나서 을 주제에 갑을 상대로
굳이 악습과 불공정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악다구니 썼던 걸까?
겁재의 반란이었을까...아니면  관왕의 오만 때문일까?
내 과거를 떼어서, 제 삼의 눈으로, 조각조각 맞추기를 반복할 때마다
감정만을 소모하는 원망 보다는 더 냉정해지는 연습을 하게되니
팔자공부라도 서툴게 시작하길 잘했다 싶다.
마음공부처럼, 마음이 쉬어가는 그런 나만의 작은 위로처럼, 운을 본다.
갑오월 나의 겁재 중에 오늘 전화온 그 담당자도 포함되는 걸까?
여러 사건 거치면서 서로 이름이 익숙할 정도이니
그 또한 인연이고 나 같이 별난 사람을 이해해주니,
이런 게 인덕이려나.
과거에 기댄 오늘도, 베갯머리에서 
그래도 덕분에,
그나마 이만하길 다행스런 삶을,
먹먹한 가슴으로 홀로 다독이다가
차라리 그냥 다 얼른 잊혀졌으면 하는 사건사고들
무인성이니까 도로 잘 까먹을 수 있겠지 하고
웃어넘겨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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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블루진 | 작성시간 26.06.13 이휴...... 😢 ㅠㅠ

    한번도 후회할 일 없이
    산 사람은 아마 거의 없겠죠 ;;
  • 답댓글 작성자mus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3 그 후회의 과거는 다시 오지 않으니깐 현재를 더 후회 없이 기왕이면 즐겁게 살아보려고요 🙂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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