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게도 딱히 관심이 별로 없는데,
최강록이라는 요리사가 화면에 나오면 눈길이 간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 우승 이후 다시 흑백요리사2에서 우승을 했다니 실력이 어마어마 한 것 같은데
인간적인 말투나 행동이 편안해서 어쩌다 보는 티비도 최강록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지 않고 그냥 둔다.
사주명식을 찾아보니, 시를 제외하고 무오년 을묘월 갑술일이다. 대운은 경신, 편관 대운이다.
다시 봐도 시는 검색해도 나오질 않아서, 사주에 술토 말고 금이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있을 것 같다고,
경오일까 신미일까 임신일까 그도 아님 계유일까
다 아님 뭘까? 혼자 이리저리 이상한 상상도 해본다.
적어도 대중의 입맛을 고려하고, 유별난 재료나 난해안 음식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기만의 창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창의적인 요리를 해내는 사람이라면, 이 사주에 어떤 글자가 더 있는 걸까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만나서 싸인이라도 받게되면 태어난 시를 물어보고 싶지만
과연 그 날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식당을 연다면,
특히 그가 여는 국수집이라면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맛집에 줄 서는 건 내 인생에 없는 일인데 이쯤되면 어느새 나도 팬이 된 걸까?
최강록 요리사가 만드는 레시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수할 수 있는 재료로 유난떨거나 허세부리거나 과하지 않아서
먹어도 속이 불편할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들곤 했다.
아 저거 나도 해 먹어볼까? 하는 용기도 살짝 들었더랬다.
칼질이 요란하거나 불쇼를 하거나
엄청난 테크닉에 경력이 무진장 화려한 그런 셰프님이 아니라
동네 단골집 사장님 같은 포스로, 요리대회 우승을 했다니 왠지 친근한 기분은 뭘까?
목왕절에 비왕한 나는 스릴 넘치는 경연 프로그램은
신경이 긁히는 기분이라 간신히 골라 보고,
식포일러 예능은 한결 편안하게 즐감....
요리 대회 우승하고 나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식당 운영하느라 바빠야할 것 같은 시절에
요리책도 아니고 요리 에세이를 냈다니 참 별나다 하면서 책 소개를 보니,
그가 글로 쓴 인생의 맛도 참 철학적이다.
요리를 대하면서 살아온 목왕자 나름의 삶의 철학이 스며있는 것 같기도 하다.
-최강록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
먹고 나왔을 때 ‘간이 절묘해’ ‘소스가 맛있어’ 이런 세세한 판단이 아니라, ‘합리적’이었다고 생각이 들면 나는 그곳을 맛집으로 인정한다. ‘합리적’이라는 건 ‘가성비’와는 다른 기준이다. 싸고 맛있어도 먹고 나왔을 때 찜찜한 곳이 있고, 돈을 많이 써도 ‘괜찮았어’ 하는 곳이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음식의 맛을 포함해 그곳에서 내가 보낸 시간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를 하 게 된다. 다시 말하면,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만족스러움이다. 먹는다는 것은 입안에 맛있는 음식을 넣는 것에 그치지는 않고, 우리의 삶에 만족스러운 시간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인 것 같다. ─〈먹는다는 것〉 중에서
계란죽라면의 키포인트는 라면 스프가 연구자들의 결실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에 풀기만 했 는데 이런 맛이 나다니. 그래서 라면 맛의 결정체인 국물에 계란으로 농도를 잡는다고 생각하 면 된다. 계란이 국물을 다 품고 있으니 얼마나 맛있을까. 걸죽한 소스가 된 계란으로 면이 군데군데 코팅이 된다. 면이 10분의 1쯤 남았을 때 밥을 말아야 한다. 남은 면과 밥을 함께 먹어야 계란죽라면이 완성된다. 이렇게 한 그릇이면 라면이어도 부실하게 먹지 않은 느낌이 든다. 계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니까. (반면 국물의 나트륨도 다 먹게 되고 탄수화물도 두 배가 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면식인생─라면〉 중에서
한국 사람인 우리는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숯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집 근처 소고 깃집에서 고기를 치익 구워서 휙 뒤집어가며 본능적으로 숯불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조건을 찾 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숯은 피크 포인트가 있다는 점,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순간인 전성 기가 있다는 점 때문에 인생에 비유하고 싶었는데, 결국은 재가 되어버리는 허무함도 갖추었 구나. ─〈구이〉 중에서
우리 아이도 녹화가 끝나고 돌아오면 꼭 묻는다. “졌어, 이겼어?” 아이가 승부를 이렇게 좋아 하는 줄 몰랐다. 이건 판타지라고 얘기를 해줬는데도 아이는 늘 진심이다. 그런데 반응이 크 진 않다. 내가 이기면 조용히 좋아하고, 지면 조용히 속상해한다. 같이 장을 보러 가서도 갈치 를 보면 “아빠 저걸로 이겼잖아”, 콜리플라워를 보면 “저걸로 졌잖아” 그런다. 식재료가 승부 의 아이템이 됐다. 아이는 아빠의 승부를 즐기면서도 요리에는 관심이 없다. ─〈요리사가 되어서 하게 된 일— 요리 프로그램〉 중에서
최강록 사주에 대해 해석한 인터넷의 글들을 모아보니, 양인격 편관과 겁재에 대한 온갖 무시무시한 단어가 다 나온다..
그러다 다시 이 까페에서 목왕절 요리사에 대한 라이브 방송을 돌려보고나니,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해진다.
목왕절 목일간의 요리사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덜컥 질렀다.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면서, 승부 근성은 있으나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무기를 매개로 세상과 나누고 살아가면서도 사람 냄새 폴폴나는 장인의 요리 솜씨만큼이나 글솜씨가 궁금하기도 하다.
말솜씨로도 내 놓는 요리마다 스토리텔링이 되니, 소주잔 기울이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부러운 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책에다가 꼭 싸인 받고 말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