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의 기원에 대한 정설이 없다고 하니, 이참에 그냥 내가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니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뭐라고 떠든들 대수겠는가. ‘선운 명리터’의 품격을 생각해서라도 어디서 퍼오거나 ‘복붙’은 안하기로 한다.
“감히 사주 8 글자를 가지고 사람의 인생을 논하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있나!” 지난해 9월, 사주를 한번 공부해 볼까라고 말을 꺼냈을 때 가장 먼저 들은 소리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동안 사주가 명맥을 이어온 세월을 생각해 보면 그래도 뭔가는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다.
모든 물질은 상호작용을 한다. 단, 서로가 그 힘의 영역 내에 있을 때에 한한다.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 있을 때는 이제 생략해도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중력이다. 지구상에서는 중력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높은 산을 올라 도망갈 수도, 땅굴을 파고 숨을 수도, 깊은 바다 속으로 피할 수도 없다. 죽음만큼이나 확실히 우리를 바로 찾아낸다. 그러나 로켓을 타고 무중력 지대로 올라가면 중력은 의미가 없어진다. 영향력이 사라질 만큼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사주가 의미가 있다는 말은 이 8글자가 우리와 상호작용을 할 만큼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 이 8글자가 우리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과의 상호작용을 설명해 주는 매개역할(모델)을 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일기예보를 예로 들어보자. 일기 예보를 위해 직접 기상관측 등의 측정도 하지만 예보를 위한 일기예보용 수학적 모델을 사용한다. 일기예보가 잘 안 맞다고 하는 것은 비싼 슈퍼컴퓨터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델이 잘 안 맞아서 그렇다. 모델 자체가 가지는 문제(직설적으로 말하면 모델이 엉터리)이거나, 제대로 만들어 진 것이지만 유럽에서 가져온 거라서 우리 지역에 잘 맞도록 조정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선운이 “사주를 보고 사람을 이야기하려 하지 말고, 사람이 사주에 있는지를 먼저봐라”라고 한 것도 이 맥락이리라.
오지를 여행하다보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에 감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캠프파이어를 ‘불멍’하면서 빠져들 듯이, 반짝이는 보석을 뿌려 놓은 듯한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머언 옛날의 고대인들도 밤하늘에 빠졌을 거라고 확신한다. 칠흙같이 어둡다는 말도 실감된다. 눈을 감아도 깜깜하고 눈을 떠도 깜깜하고... 눈을 감고 뜸이 구별이 안된다. 이러한 밤하늘을 기나 긴 세월을 두고 바라보며 ‘멍 때림’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호기심 많은 자가 있었겠지. 뭔가 집히는 것이 있는지. 구별되는 것은 없는지... 북극성을 중심으로 밤하늘의 별들 전체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른 특별한 것은 더 없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속 쳐다봤을 것이다. 그러다가 행성(行星)을 포착했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자리라는 화려한 무대 위에 등장한 행성이라는 독특한 배우를 발견했을 것이다. 행성이란 고대인들이 봤을 때는, 별자리 사이를 거닐 듯 움직이는 나그네처럼 보였을 것이다. 행성이라는 뜻 자체가 ‘거니는 별’이라는 뜻이니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5개 행성들의 거동은 매일 관측이 가능하다. 하늘이라는 신령스런 공간에서 유일하게 상대적인 움직임을 하고 있는 이 5개의 별은 정말 독특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을 세상사와 연결시켜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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