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간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 떠올린 단어는 ‘지장보살’. 땅속 염라대왕과 관련이 있나? ㅎ ㅎ 그냥 천간의 기운변화를 땅속까지 확장시킨 말이었다. 천간에서 순환하고 있는 기운이 땅속까지도 전달되어 기운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한 단어로 요약한 말이었다.
하늘의 기운과 땅위의 계절변화는 끊임없이 순환한다. 각 단계는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끊임이 없다. 이를 천간이라는 모델과 지지라는 모델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기운이 땅속에서도 흐르고 있다고 확장해 생각할 수 있다. 봄이 오면 땅속 개구리가 변화의 기운을 미리 알아채고 뛰쳐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러한 땅속에서의 기운변화를 온전히 표현한 것이 지장간이라고 생각한다. 천지의 기운이 하늘에서 순환하고, 땅위에서 변화하며 마지막으로 땅속까지도 그 기운이 면면히 이어져 완전한 모습을 이루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은 날렵하고, 땅위의 기운은 유유하며 땅속의 기운은 묵직한 느낌으로 전해온다.
선운은 지장간 강의에서, “지장간 별거 없어요. 그냥 戊토, 己토만 보면 되요. 다른 거 보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즉, 주목해야 할 것은 戊己토뿐이라는 것이었다. 난해한 글자들의 배열로 인해 처음 지장간을 접했을 때 느꼈던,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한순간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던 말이다. 그 때 내 멋대로 생각해서, 내 나름대로 이해했던 내용을 간략히 적어 본다.
먼저 사계절이 땅속으로 어떻게 녹아들어 갔는지를 정리해 보고, 마지막에 왜 戊己토가 중요한지를 내 나름대로 설명해 보려 한다.
하늘의 기운은 원운동, 주기운동을 한다. 자연스러운 순환운동을 한다는 말이다. 이에 따른 지상에서의 사계절 변화 역시 순환운동을 따라서 하게 된다. 순환운동은 연속적(아날로그)인 운동을 뜻한다. 사계절 중 여름(夏)의 경우에 대해서 설명해 보기로 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지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시기는 巳午未 때이다. 사방 중에서 여름 방향 쪽으로 몰려 있는 기운이라고 해서 방합이라고 명명했으리라 생각한다. 협소한 의미에서의 여름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이런 지상에서의 계절변화를 만드는 천간의 기운이 지상을 거쳐 땅속으로도 전달되고 있다. 여름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午화시기에 천간의 기운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표현하였다. 午화의 ‘여기’에 생성/발산시키는 丙화를 그리고 ‘본기’에 소멸/수렴시키는 丁화의 기운을 지장간으로 배치하였다고 본다.
지장간에서의 변화도 연속적이어야 하므로 사화의 ‘본기’는 丙화의 여기와 맞물려가야 하고, 未토의 ‘여기’도 丙화의 본기와 이어져야 한다.
寅午戌(火국) 삼합의 의미에서는 寅월의 ‘중기’에서부터 여름의 숨결이 시작된다. 이 숨결이 巳午未 때에 지상으로 발현되었다가 戌월의 ‘중기’에 가서야 마지막 숨을 놓는다. 넓은 의미에서의 여름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넓은 의미에서 여름은 3계절에 걸쳐져 있다.
넓은 의미에서의 여름을 보고 있자면, 마치 바둑돌로써 내 영역을 표시해 놓은 것 같이 보인다. 툭툭 던져 놓은 몇 개의 포석이 어느 듯 내 영역을 만들어 버리는 바둑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었다. 사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여기까지가 천간의 여름기운이 땅속으로도 전달되어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델화시킨 것이다. 봄, 가을, 겨울의 기운 전달도 이와 같이 구성하면 사계절 전체의 모습이 만들어 진다.
春秋冬 亦復如是 (봄, 가을, 겨울도 이런 식으로 똑같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어구를 약간 차용/변형해서 사용했습니다,
부처님 죄송! 춘하추동의 기운전달을 지장간에 모두 배치한 결과이다.
이제 戊토와 己토를 배치시켜야 한다. 戊토와 己토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서양 과학에서의 운동법칙을 동양 사주에서는 이렇게 이해하고 모델화시켰구나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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