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절에서의 기운이 끝없이 발산하지 못하도록 己토의 가속력으로 방향전환 운동을 만든다고 생각한 것이다. 화 기운이 대단하므로 화의 절정인 午에서 방향전환의 힘을 우선적으로 가하는 것이다. 이 午중己토는 과학적으로는 북회귀선(남중고도)이다. 지축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탓에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를 태양의 고도가 오르내린다. 그러나 겉보기 운동에서는 무언가 잡아주는 힘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午중己토는 ‘남중고도’를 만드는 가상적인 힘을 사주에서 형상화한 것이다. 이제 지장간의 모든 요소가 갖추어졌다.
戊토 기운과 己토의 기운은 시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사농공상의 순서로 서열화 시킨 사회인 조선시대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상인이 가장 신분이 낮게 책정되었다. 물론 배경에는 명분과 명예를 중시하면서 사리사욕에 대해서는 백안시하는 사회분위기, 그리고 농민이 세금을 거두기에 가장 적합했고, 떠돌이인 상인이 가장 난감했을 거라는 점이 깔려 있다. 우직하고 묵직한 戊토 기운은 선비, 장인 등으로 추앙되고, 날렵하고 이윤을 잘 챙기는 己토의 기운은 소인배로 평가되었다. 지금은 정반대의 분위이지만. 사주 해석을 막연히 좋다 나쁘다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평가는 시대와 사회 분위기에 따라 늘 바뀐다.
한 가지 의문점만 더 집어보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바로 午중己토는 있는데, 왜 子중己토는 없느냐는 것이다. 분명히 기운이 순환을 한다면 겨울이 지나 봄으로 연결되는 기운도 당연히 己토로써 방향전환을 시켜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은 불사신과 같은 순환적 의미를 갖지만, 지상과 땅속의 기운은 상속적 순환을 갖는다는 개념이다. 씨앗이 떨어져 새로운 생명이 탄생함으로써 개체의 연속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가문이 영속적으로 순환하는 것이지 개인은 태어나고 죽음으로 끝난다. 子중己토를 설정하면 시체가 살아나는 좀비를 인정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子중己토는 설정하지 않는다. 뉴턴의 제 3법칙인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등장할 차례이다. 이전 세대의 경험과 지식이 다음 세대로 작용 반작용에 의해 넘어가는 것이다. 식물은 씨앗을 통해, 동물은 새끼를 통해 면면히 이어간다.
물론 하늘도 무한하지는 않다. 하늘의 별도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탄생과 소멸을 한다. 사람의 수명에 비해서 너무 길기 때문에 무한하다고 보는 것이 편하다. 하루살이의 입장에서는 100년을 사는 사람은 무한히 사는 생명체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지장간은 그 기운이 땅속에서 흐르고 있어 사람이 직접 감지하지는 못할 뿐이다. 그래서 지장간의 변화는 인정은 하되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사람이 두더지가 아닌 이상 땅속에서 흐르는 기운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씩 땅속의 기운이 지상으로 분출할 때가 있다. 땅속의 기운이 화산으로 이어지거나, 온천으로 뿜어져 나오거나 지진을 일으키거나 등. 이런 식의 강한 기운 분출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운 분출은 지장간에 있는 戊토나 己토가 천간으로 투간되는 경우에 한한다. 명리에서는 ‘투간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땅속의 기운이 분출해 하늘까지 연결된 경우로 보아진다.
선운이 대단하게 보이는 것은 이러한 땅속에서의 기운 흐름을 세상사/인간사와 연결해서 말로써 해석해 낸다는 점이다. 지장간이란 그 사람이 어떤 것을 가져왔으며,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나갔으며, 그 이면에 어떤 식으로 순환이 되어서 나한테까지 돌아왔는가의 과정을 알고 해석해 내는 것이라고 강조해서 말하고 있다.
“선운도사, 대단해요!”
--- (10)에서 계속됩니다.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절물사려니 작성시간 21.11.06 그 안목을 가지시고 선운 선생님의 뜻을 자기만의 역량으로 해석하시는 원오브0님도 대단하십니다
-
작성자워넹 작성시간 22.01.11 글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분석 및 요약을 잘 하세용
읽기 편하게용 ㅎㅎ
저는 오중기토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기토는 음양적으로 전환의 역할이라고
보는데용
오화에는 있고 자수에는 없는 이유는
양의 영역의 활동성 및 확장성
즉, 동적인 것으로 보이고
음의 영역은 하강이라고 하지만,
정적인 것으로 생각되요
그러면 양의 영역은 브레이크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기토의 능력이라고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감사합니다~